📌 ‘진보주의자’ 브람스의 소나타 혁신

벌써 8월도 반이 지났습니다. 두 달 전 방학 동안 꼭 해야 할 일들을 적어두었는데 그중 제대로 끝낸 것이 한 가지도 없더군요. 약간의 강제성이 실린 타인과 맺은 약속 외에 나와 약속한 일들은 결국 지키지 못하고 방학을 매듭지어야 합니다. 아, 조금 슬퍼지려고 하네요. 님은 어떤 여름을 지나고 있나요? 혹 저와 마찬가지로 슬퍼지려 한다면 자, 정색하고 이렇게 말해 봅시다. ‘한숨일랑 접어두고 이룬 것을 보라!’ 자기합리화라구요? 때로 자기합리화는 그 어떤 위로보다 깨끗합니다.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 같은 때면 더욱요.

45호 C♯'s PICK

영화가 작곡한 오페라
참여 예술과 독창성 문제
‘진보주의자’ 브람스의 소나타 혁신
어느 줄다리기의 사라져 가는 소리 풍경

씨샵레터 소식

세계음악학회, 세종대학교 공동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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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Volume 76, Issue 1

Christy Thomas Adams

Staging the Cinematic: Puccini, Fanciulla, and Early Silent Film

Andrew J. Chung

Songs of the New World and the Breath of the Planet at the Orbis Spike, 1610: Toward a Decolonial Musicology of the Anthropocene

James Hepokoski

“Listen and Be Amazed!”: Odeon, Künneke, and the First Recordings of Complete Symphonies

Diane Oliva

Sonic Decency: Music in the Aftermath of Guatemala’s 1773 Santa Marta Earthquake

📌 영화가 작곡한 오페라

Christy Thomas Adams, Staging the Cinematic: Puccini, Fanciulla, and Early Silent Film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하세요? 《라보엠》이나 《투란도트》, 혹은 《토스카》 같은 오페라를 좋아하시나요? 왜 좋아하시나요? 저는 푸치니의 오페라가 벨칸토 오페라 같으면서도 전형적 벨칸토 오페라 같지 않아서 좋아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근사한 멜로디가 있지만 뻔한 펼친 화음 반주 위에서 불리지 않아서 좋다는 말입니다. 《라보엠》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의 로맨틱한 첫 만남 장면이나 투란도트의 저 유명한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 같은 노래가 그렇습니다. 자유롭게 펼쳐지는 세련된 화음과 음악, 유려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오페라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제가 영화 같다고 했나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독 푸치니의 오페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영화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으니까요. 클래식 음악의 유명한 초창기 ‘뮤비’도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했던 ‘내가 길을 걸을 때면’(Quando me'n vo)이었습니다. 저자도 그렇게 느낍니다. 그리고 ‘푸치니의 음악이 영화 같다’는 말이 진짜 무슨 말인지 추적합니다. 특히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 1910)라는 오페라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 오페라가 당대 막 유행하기 시작한 무성영화, 서부영화 그리고 그런 영화들의 주요 소재들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 설명합니다. 결국 저자는 ‘푸치니의 음악이 영화 같다’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그 시대의 맥락에서 정말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뜻이라는 점을 밝혀내죠. 그러니까 푸치니의 《서부의 아가씨》는 그 시대의 영화가 작곡한 오페라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푸치니의 오페라가 좋았던 분, 그 음악이 영화음악 같다고 느꼈던 분이라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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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sed Sound, Volume 28, Issue 1

Socially Engaged Sound Practices, Part 2

Editorial

Tullis Rennie

Editorial: Socially Engaged Sound Practices, Part 2

Articles

Erik Deluca, Elana Hausknecht

Ears to the Ground: Socially Engaged Sound Art as Learning in Process

Vadim Keylin

Creative Agencies in Participatory Sound Art: Two Case Ctudies

Nicole Robson, Nick Bryan-Kinns, Andrew McPherson

On Mediating Space, Sound and Experience: Interviews with Situated Sound Art Practitioners

Martin Ullrich, Sebastian Trump

Sonic Collaborations Between Humans, Non-Human Animals and Artificial Intelligences: Contemporary and Future Aesthetics in More-Than-Human Worlds

Simon Fox

New Amateurs and Tricksters: A Manifesto for Music and Sound Creation

Eric Lemmon

The Politics of Aesthetic Preference in Participatory Music

Ivan Simurra, Marcello Messina, Luzilei Aliel, Damián Keller

Radical Creative Semantic Anchoring: Creative-Action Metaphors and Timbral Interaction

Arian Bagheri Pour Fallah

Récit Music: Musical Community in the Information Age

Aaron Moorehouse, Harry Matthews, Oogoo Maia

Post-sonic Perspectives on Socially Engaged Compositional Practices: Composing ‘After Sound’ and Beyond Music

Marta Rizzonelli, Jin Hyun Kim, Pascal Staudt, Marcello Lussana

Fostering Social Interaction Through Sound Feedback: Sentire

Toshihisa Tsuruoka, Brian Ellis, Leo Chang

Ear Talk Project: Participatory Co-composition on YouTube and the Web

Review Article

Oded Ben-Tal

Weak Interactions, Strong Bonds: Live Electronics as a Complex System

Article

Nicolas Bernier, Guillaume Boutard, Caroline Traube, Estelle Schorpp, Laurent Bellemare, Victor Drouin-trempe

Sine Wave in Music and Sound Art: A Typology of Artistic Approaches

📌 참여 예술과 독창성 문제

Vadim Keylin, Creative Agencies in Participatory Sound Art: Two Case Studies

관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보고, 들으며 체험하는 참여적이고 개방적인 예술 형태는 최근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이 경우 예술은 관객의 참여로 온전히 완성되는데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새로운 소리 관행을 만들어 가는 사운드아트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참여형의 사운드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아티스트들은 종종 청중을 작품의 공동창작자(co-creators)로 초대하곤 하는데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윤리적, 미학적 문제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창작 주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예술 창작에 들어가는 노동, (의도치 않은) 노동력 착취, 창작물 관리 책무에 대한 윤리적 모호함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저자를 회피하여 미학적 무력함을 낳았다는 겁니다. 이러한 물음들은 근본적으로 예술의 독창성 문제까지 가 닿습니다.

그렇다면 대중 참여 예술에서 창의성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요? 예술에 참여하는 관객은 어떤 종류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참여자가 발휘하는 창의성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창의성은 개인적으로 발현되는 것일까요? 집단적인 걸까요? 이 글의 저자는 관객 참여형의 사운드아트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러한 비판적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칩니다. 저자는 두 개의 사운드아트 프로젝트 사례를 검토하며 사운드아트 작품에서 참여자의 창의성이 어떻게 촉진되고 발휘되는지, 그것이 예술가의 창의적 주체, 또 작품의 물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핍니다. 궁극적으로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수행하는 창작 행위에서 창의성이 교류하며 융합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예술에서 창의성의 문제가 새롭게 다루어지는 과정이 궁금한 구독자라면 이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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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Music Theory, Volume 67, Issue 1

Dmitri Tymoczko

Approximate Set Theory: Chord Categories, Voicings, and Interval Cycles

Benedict Taylor

Feinting Repeats, Repeating Feints: The Developmental “Double Return” in Brahms and Sonata Theory Typology

Drake Andersen

Performance Spaces for Improvised and Notated Music

Scott Murphy

An Eightfold Taxonomy of Harmonic Progressions, and Its Application to Triads Related by Major Third and Their Significance in Recent Screen Music

📌 ‘진보주의자’ 브람스의 소나타 혁신

Benedict Taylo, Feinting Repeats, Repeating Feints: The Developmental “Double Return” in Brahms and Sonata Theory Typology

“진보주의자 브람스”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잘 알려진 산문 제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브람스가 전통주의자라는 대중적인 인식과는 달리 그가 얼마나 혁신적인 작곡가였는지 설명하고 있는 글 같지만 행간을 읽으면 쇤베르크의 주장은 결국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자신의 12음렬 작품은 음정 관계를 바탕으로 작곡된 브람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며 (2) 따라서 자신이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의 계보를 잇는 작곡가라는 것.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읽으면 이 글은 브람스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쇤베르크 자신의 음악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쇤베르크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브람스가 진정한 ‘진보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예컨대 그가 소나타 형식에 가져온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Benedict Taylor의 지적대로 브람스는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에서 종종 제1주제를 원조 그대로 재현합니다. Hepokoski-Darcy의 소나타 이론으로 설명하면 소나타 론도(‘Type 4’)로 볼 수도 있고, 일종의 ‘Type 1’ 소나타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다 좋은데 문제는 이러한 형태가 작품의 1악장에서 발견될 경우. 어떻게든 전통적인 ‘Type 3’ 소나타의 틀 안에서 설명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브람스의 실험이 꽤 일관된 방식으로 나타나고 이쯤 되면 새로운 유형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Taylor는 브람스가 구현한 비전통적인 형식을 뭐라고 불렀을까요? 물론 음악학자가 어떤 이름을 붙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브람스가 소나타 형식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그래서 우리는 이 음악을 어떻게 다시 듣게 되는지에 있겠지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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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현실, 65호

홍정수

청년 나운영의 1942년 - 나운영의 초기 기악곡

김은영

해방 후 음악장(場)의 형성과 나운영의 자리

김희진

한국 음렬음악사 전개의 초석을 쌓은 나운영

우혜언

조우 시리즈를 통해 본 이상근의 ‘한국적’ 음악

이정아

북한 정권 초기 <우리의태양: 김일성장군찬양특집>에 나타난 수령 찬양가 연구

김민수

1960년대 국악계의 지형변화

서정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의령큰줄땡기기>의 연행 양상과 과제

박주만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제시된 궁중정재 국악 감상 단원 고찰

📌 어느 줄다리기의 사라져 가는 소리 풍경

서정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의령큰줄땡기기>의 연행 양상과 과제

줄다리기해 보셨죠? ‘영차영차’ 하면서 줄을 당기다가 갑자기 상대편으로 확 쏠려 가거나 그들을 우리 쪽으로 여지없이 몰고 왔던 기억, 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줄다리기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기억 어딘가에 살아 있는 민속놀이인 것 같아요. 이 논문은 이 놀이의 역사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의령 큰줄땡기기’의 사라져 가는 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의령 큰줄땡기기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세계에서 가장 큰 줄’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는 의령읍 민속 놀이입니다. 모두가 풍년과 화합을 바라며 줄다리기에 참여했지요. 행사는 1800년경부터 음력 정월 보름날 하다가, 지금은 3년 주기로 열리고 있습니다.

‘의령 큰줄땡기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먼저 마을별로 줄을 만듭니다. 이때 줄꾼들은 농요를 부릅니다. 그중 하나는 ‘칭칭이 소리’(12/8). ‘칭칭이 소리’는 이편저편에서 ‘노세 노세 젊어 노세(메기는소리)/쾌지나 칭칭 나네(받는 소리)’ 하면서 대화하듯 부르는 노동요에요. 줄을 다 만든 다음, 사람들은 대망의 줄다리기를 합니다. 승부가 난 뒤에는 뭘 하냐고요? 양편에서 각 대장을 태우고 상대 쪽으로 가서 장례식 때 부르는 ‘상엿소리’를 부르며 놀리지요. 그러면서 한바탕 어우러집니다.

저자는 이 민요들이 이제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칭칭이 소리 같은 농요는 이제 더 이상 일상에서 불리지 않고, 또 보존회에서는 농요보다는 줄 제작법을 더 전승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요. 그러면서 기능과 예능이 조화롭게 계승되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마을의 소리 풍경이 이어진다면, 줄다리기를 통해 하나되었던 그들의 열정도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을까요? 사라져 가는 한국의 민속 소리 풍경을 붙잡고 싶은 분께 이 논문을 추천합니다.

📬 씨샵레터 소식

다가오는 8월 19일 토요일 세계음악학회, 세종대학교 공동 학술대회가 개최됩니다. 급변하는 오늘날 음악 현장에서 어떻게 음악과 기술이 긴밀하게 융합되는지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제1부 음악적 요소의 재구성적 인식〉, 〈제2부 기술시대의 음악 창작의 도구와 실천〉, 〈제3부 전자음악 연행의 분석적 접근〉 세 개 세션으로 진행될 이번 학술대회에서 씨샵레터 필진 권현석 전임연구원은 제3부 토론자로 참여합니다! 참가비는 없습니다. 님도 참여해 보세요.

2023 세계음악학회, 세종대학교 공동 학술대회

제목 | 음악과 기술의 융합: 21세기 음악의 미증유적 전개

일시 |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장소 |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B205

주최 및 주관 | 세계음악학회

문의 | 010.9364.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