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몸 만들기 / 읽다 보면 배고파지는 책 3

예스레터 #33

2021. 04.01 (목)

조금 사적인 문화예술 뉴스레터

예스레터는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는

🎈철딱선희와 🕯️아세틸렌 램프가 만드는 문화예술 뉴스레터입니다.

기획자로서의 시선 반🦕, 사적인 취향 반🦖이 반영된 도서, 영화, 음악, 공연전시 등의

콘텐츠 소개와 이슈 들을 매주 목요일 아침에🌞배달 드려요🏇

🎈 철딱선희의 PICK

✔️ 기사 : 편리하고 저렴한 로켓 배송과 외주 노동

✔️ 책 :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아세틸렌 램프의 PICK

✔️ 도서 : <미식견문록> / <세계의 전투식량을 먹어보다> / <하나씨의 간단요리>

안녕하세요, 에디터 철딱선희입니다🎈

어느새 예스레터 구독자 1천 명 🥳 (만우절 농담이 아니에요)
예스레터를 시작하며 많은 구독자를 모으지 못하더라도, 다른 뉴스레터에서 볼 수 없는 예스레터만의 콘텐츠를 만들자고 이야기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는 재미에 일부러 걸음을 늦추는 요즘, 오늘은 어쩐지 벚나무보다 이리저리 휴대폰 카메라로 꽃을 담는 사람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예쁜 꽃을 보고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사진 찍는다는 게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예스레터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고,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스레터를 읽고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여기를 눌러 공유해 주세요❣️

👀 기사 | 편리하고 저렴한 로켓 배송과 외주 노동

1. 오디오 콘텐츠 뜬다…MZ세대 열광

MZ세대에게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라는 건 이제 특별한 뉴스가 아닙니다. 유튜브도 화면을 끄고 소리만 들을 만큼 누구보다 멀티태스킹에 진심인 세대니까요. 하지만 팟캐스트, 오디오북에 이어 오디오 드라마도 앞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재혼황후' 등 인기 웹소설의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있고, 스포티파이도 팟캐스트에 이어 오디오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했다고 해요.

비교적 최근까지 오디오 드라마는 마니아의 덕질 콘텐츠에 국한되었는데요.('오디오 드라마'보다 '보이스 드라마' '드라마 CD' 같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죠) 이러한 오디오 콘텐츠의 부상과 함께, 부쩍 늘어난 국내 성우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는 오디오 드라마의 인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달빛천사> 이용신 성우를 시작으로, 유튜브를 통해 국내 베테랑 성우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더빙판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MZ세대가 추억을 소환한 덕분인데요. <쿠키런 킹덤> 과 같은 국내 게임이나 웹툰 <가담항설> 오디오 드라마 등 요즘 콘텐츠에서도 '옛날 애니메이션 ㅇㅇㅇ 캐릭터 성우래!' 하는 식으로도 이야기되고 있어요.

2. 아마존 따라하는 쿠팡, 온라인 서점도 평정하나

쿠팡이 공격적으로 도서 직매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별히 좋은 조건으로 매입하지는 않지만, 현금이 필요한 출판사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요. 호기심에 쿠팡 어플을 열어 들어가 보니, 웬만한 베스트셀러는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까지 도착하는 로켓 배송 대상입니다. 아직까지는 쿠팡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학부모가 많다고 해요. 주로 다른 생필품과 함께 구입하는 식으로요.

"향후 쿠팡이 온라인 서점 시장을 장악하면 매입가 후려치기에 나설 수 있어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기사처럼, 쿠팡이 목표한 대로 업계 1위가 되었을 때 로켓 배송의 편리함이 모두에게 좋은 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재미있는 건 쿠팡에서도 다른 온라인 서점처럼 구매 후기가 꽤 많이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출판사 서평 활동 대상이 쿠팡으로도 이어질까요? 쿠팡은 정말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요?

3. 저자는 출판사 차리고 출판인은 자기글 쓴다

출판인의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는 건 예전에도 전했던 소식 아니냐고요? 😅 오늘 기사에서는 다른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요즘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팬덤을 갖춘 유명 작가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믿고 읽는 작가'들 중 1인 출판사를 차려 직접 책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그림자 노동자'였던 출판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책을 만들고 편집하는 과정에 어떤 노고가 있는지 말하는 한편, '출판사(혹은 편집자)는 필요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하는 저자가 늘고 있는 것 같아 이상하기도 합니다.

"유명 작가의 경우 팬덤을 갖추고 있어 마케팅을 따로 안 해도 되니 기존 출판사에 대해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실제 출판 시장은 현재 단계별로 저렴하게 외주를 활용할 수 있어 기획력과 마케팅력만 된다면 1인 출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음, 게다가 출판 단계에서 '저렴하게' 외주를 활용하는군요. 특히나 연봉 상승률이 낮고 정년이 빨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프리랜서로 외주 일을 시작하는 노동자가 많은 출판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외주를 활용하고 그 근거로 편리함과 저렴함을 든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물론 이건 1인 출판사뿐만 아니라, 대형 출판사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요.)

📕 도서 | '기획자의 몸' 만들기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 황효진 / 유유 / 2020

텐아시아, 아이즈, 헤이메이트, 시스터후드, 빌라선샤인... 모두 힙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도모하는 곳이지요? 이 다섯 곳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일해온 황효진 작가가 소개하는 '기획자의 몸' 만들기에 관한 책입니다.

기자이기도 하고 팟캐스트 진행자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한 황효진 작가는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말하는데요. 일하는 사람의 90%가 기획자 혹은 마케터인(^^) 세상에서 특히나 '기획'은 무엇이고 '마케팅'은 무엇인지 그 본질을 고민하게 돼요.

한때 저는 아이디어만 내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만 하면 나머지 과정은 다른 사람이 척척 진행한 다음 콘텐츠를 완성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 실은 추진력과 실행력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콘텐츠를 완성해야 기획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는 했습니다.

기획이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것입니다. (...) '콘텐츠 기획=키워드를 뽑는 수준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은 기획의 시작일 뿐 기획의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혹시 이 글을 찔리신 분 있나요? (저요저요 🙋🏻‍♀️) 이 책의 강점은 책, 잡지, 팟캐스트, 뉴스레터, 인터뷰, 리뷰, 정보 큐레이션 같은 매체에 따른 구체적인 기획 방법을 제시해주는 데 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기획자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디어와 기획은 분명히 다른 것인데 우리는 자주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거든요. 그렇다면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는 기획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의 목적, 콘텐츠의 주제, 분량, 분위기, 형식, 플랫폼 등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기획입니다. (...) 내가 경로를 먼저 설정해 두고 이 경로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하며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일단 출발한 다음 갈팡질팡하는 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여야 시행착오도 경험치로 남을 수 있어요.

하지만 막연하게 콘텐츠를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기획하라고 하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볼까? 생각했던 콘텐츠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꼴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의 스크롤이 너무 길면 중간에 이탈자가 많을 수 있다거나(알지만 지키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팟캐스트를 녹음할 때 무심코 탁자나 마이크를 두드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까지 실용적인 내용이 필요한 분들께도 도움이 될 꿀팁이 가득해요.

인정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좁고, 내가 중요하거나 재미있다거나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지극히 제한적인 시야에서 콘텐츠를 기획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이 '제한적인 시야'도 다시 말하면 '나만의 시선/관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콘텐츠 기획은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이름을 알려주세요!님이 보는 세상엔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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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세틸렌 램프입니다.

지난번에 인사를 빠트렸네요🙇‍♀️

졸리고, 춥고, 배고프네요...

만우절 농담을 할 기력이 없습니다. 죄송.

맛있는 게 먹고 싶네요... 따끈한 굴라쉬에 있는 포슬한 감자를 입에서 굴리고 싶어요!

(혹시 2012년도 이전까지 있었던 홍대 놀이터 앞 굴라쉬 전문점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오늘 레터는 '음식'에 관한 세 권의 도서를 준비해 봤습니다🍽

📕 도서 | 교양 있게 먹기, 살기 위해 먹기, 간단하게 먹기.

남자가 숲 속에서 곰을 만났다. 곰은 당장 남자에게 물었다.

"넌 뭐 하는 놈이냐?"

"여행자인데요."

"아니, 여행자는 나다. 넌 여행자의 아침식사고."

늘 농담을 즐기는 러시아인들이 어째서 이런 싱거운 얘기에 아랫배가 흔들릴 정도로 숨이 넘어가는지 오랫동안 의아했었다.(중략)

"도대체 여행자의 아침식사란 게 뭐지?"

러시아인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그저 "크크크크" 하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뿐이었다. (중략) 그러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건 말야, 소련에서 생활을 해야 우스운 말이야. 모르는 사람한테는 이유를 설명해봐야 통하지도 않을 거고. 흐흐흐흐."

<미식견문록>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마음산책. 2017

일본의 통역가, 번역가, 소설가, 그리고 에세이스트인 요네하라 마리가 쓴 37편의 짧은 글이 담긴 미식 에세이입니다. 언어와 인류문화학에 대한 박식함과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푸는 저자인데, 특히 <미식견문록>은 일본 공산당 상임 간부회 위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료한 저자의 경험이 짙게 자리해 있지요. 보드카, 캐비어 통조림, 할바 등 구소련과 동부 유럽권 음식에 대한 미식론이 저자의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특유의 시니컬한 입담과 함께 펼쳐집니다(또 프라하에서,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며, 일본인이라는 이국적을 가진 저자의 글을 한국어로 읽는 기분 또한 색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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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맛있는 러시아> 시베리카코 지음. 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8.

"군대는 잘 먹어야 잘 싸울 수 있다(A soldier marches on his stomach)."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세계의 전투식량을 먹어보다> 키쿠즈키 토시유키 지음. 오광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2016

미국 독립전쟁부터 현대 각국 군대의 전투식량, 그리고 저자가 직접 재현한 그 당시의 야전식 레시피까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을 음식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알찬 책입니다.

보급 가능한 식량의 양이 작전 행동의 성패마저 좌우한 전장의 상황.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열악한 전투식량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식품의 보존법이 연구되고 병조림과 통조림, 냉동건조법, 레토르트 가공법 등이 탄생하고 적용되어 그 기술의 결정체가... 결국 우리가 매일 먹는 간편 식품이 된 걸 알고 계시나요?

저는 군복무의무대상자가 아니기에, 전투식량과는 (아마) 인연이 없고, 유일하게 보고 맛본 것은 '맛다시'뿐이지만... 평소 기내식 패키지라든가, 작은 각설탕이나 성냥갑 디자인을 좋아하는 저 같은 분이라면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물론 식량에 반영된 전쟁사나 문화사를 엿보고 국가별로 다른 음식의 기호, 즉 식문화사가 전장이라는 급박한 환경에서 먹는 전투식량에도 반영됐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재미입니다. 러시아 우주군의 분말 홍차는 꼭 잼과 함께 보급되어서 잼을 넣어 마시는 러시아식 홍차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등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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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탱크의 탄생>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 레드리버. 2020

맘에 드는 런천 매트를 깔고,

성가신 프렌치토스트도 제대로 만들고,

동경하는 에그 스탠드에 반숙 계란을 담고,

앗, 프렌치 토스트에도 계란을 썼지...? 그럼 이건 다른 날에.

<하나씨의 간단요리 1~3> 쿠스미 마사유키 글.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 오경화 옮김. 미우. 2016.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유명한 쿠스미 마사유키가 글을 담당한 미식 만화입니다. 주인공인 하나 씨는 단신부임으로 독수공방 처지에 놓인 30살 주부인데요, 사실 이 만화에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녀의 집안 꼴입니다. 치우지 않은 집이 짐더미로 가득해질 정도로 태생이 게으르지만 음식에 대한 열정은 무엇보다 넘치는 하나 씨! 맛있는 건 먹고 싶고, 거창하게 요리하긴 귀찮고... 어쩐지 껄렁해 보이는 재료지만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요리들(사흘 된 카레 살리기, 인스턴트 라면을 스페셜하게 끓이기 등)은 어쩐지 현실적이어서 읽다 보면 <중화일미>의 화려한 요리들보다 더 먹고 싶어지죠.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 후 뒷정리가 귀찮은 분들이라면 사랑스러운 하나 씨의 하루하루 소소한 먹부림에 공감하며 간단하다 못해 '대충'인 그녀의 레시피에 푹 감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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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산과 식욕과 나>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21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윤영의 옮김. 서울문화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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