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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3호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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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원숭이와 메모법

안녕하세요, 베리즈 여러분. 오늘은 제가 존경하는 K형에게 배운 놀라운 메모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저에게 메모의 본질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거든요.

귀를, 눈을, 입을 가린 이유

일본의 닛코 도쇼구 신사에 가면 유명한 조각이 있어요. 세 마리의 원숭이가 각각 귀와 눈과 입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죠. "듣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라(見ざる、聞かざる、言わざる)." 많은 사람들이 이 원숭이들을 보면서 "악을 멀리하라"는 교훈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원숭이들의 행동은 또 다른 의미를 품고 있어요. 세상에는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고, 봐도 못 본 척해야 하며, 들어도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 말이에요.


특히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매일 접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함부로 기록으로 남겨서는 안 되는 사람들. CEO의 비서실장, 변호사, 정부 고위직의 보좌관... 이들에게 정보는 권력이자 동시에 위험이에요.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정보를 관리할까요?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록하면 리스크가 생기는 이 역설적인 상황에서 말이에요.

비어있는 수첩이 알려준 사실

제가 좋아하고 따르는 K형은 큰 공기업에서 CEO 수행을 했습니다. 특유의 꼼꼼함과 똑똑함으로 비서실로 인사이동을 했지요. 형을 볼 때마다 무척 궁금했어요. 매일 수십 개의 회의와 약속, 지시사항을 관리하는 사람이 어떤 시스템을 활용하는지 말예요.


언젠가 형을 만났는데 수첩을 꺼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회사의 수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사람의 수첩이라니!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기린처럼 목을 쭉 뻗었습니다. 그 안에는 분명 온갖 기밀과 중요한 일정들로 빼곡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


형은 웃으며 수첩을 휘리릭 넘겨서 쭉 보여줍니다. 손바닥만 한 수첩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질 때까지 그 어떤 글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깨끗한 백지였어요. 아니, 정확히는 각 페이지에 포스트잇이 한 장씩 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실망했어요. 기대했던 은밀한 내용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수첩을 들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그럼 뭐하러 수첩을 가지고 다녀요?"라고 물으려던 순간, 형이 포스트잇 한 장을 떼어내며 말했습니다.


"이게 나만의 메모법이야."

자폭하는 정보, 사라지는 기록

어렸을 때 본 만화 하나가 떠올랐어요. '몬타나 존스'라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인디아나 존스처럼 세계 곳곳의 보물을 찾아다니는 주인공이 나왔죠.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이 매번 임무를 받는 방식이었어요. 레코드판을 재생하면 임무 내용이 나오는데, 재생이 끝나면 잠시 후 펑! 하고 폭발해버리는 거예요. 악당이 알면 안 되는 기밀이니까요.


어린 마음에도 "와, 진짜 기밀은 저렇게 관리하는구나" 싶었는데, K형의 수첩이 바로 그 레코드판 같았어요. 필요할 때만 존재하고, 쓰임이 끝나면 깔끔하게 사라지는 정보 말이에요.


"한 회사 CEO의 생각과 말, 일정, 회의 내용은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함부로 정보를 줄 수 없지.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그래서 고민 끝에 이 방법을 생각해냈어."


K형의 메모법

  1. 수첩은 항상 휴대한다 - 빈 수첩이지만 언제든 메모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2. 포스트잇에만 기록한다 - 수첩 페이지가 아닌 탈착 가능한 포스트잇에만 쓰죠.
  3. 일이 끝나면 즉시 제거한다 - 메모와 관련된 일이 마무리되면 포스트잇을 떼어서 바로 버립니다.
  4. 중요한 만남 전에는 비운다 - 저처럼 지인을 만날 때는 이미 기록된 포스트잇을 다른 곳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깨끗한 수첩만 들고 나오는 거예요.

"만약에 수첩을 잃어버리거나 누가 본다고 해도, 거기엔 아무것도 없어. 필요한 정보는 머릿속에 있고, 혹시 나중에 참고할 게 있으면 그때 포스트잇을 다시 찾아보면 되고."


이건 단순한 메모 기술이 아니라 정보 보안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잡는 현명한 시스템이었어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메모

재미있는 건, K형의 방법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와 정반대로 가는 길이라는 거예요. 요즘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옵시디언에, 노션에 모든 걸 기록하잖아요. 게다가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영원히 남으니까 안심이죠. 하지만 디지털 정보는 해킹이나 실수로 언제든 유출될 수 있고, 삭제해도 흔적이 남아요.


K형의 방식은 의도적으로 아날로그를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휘발성을 만들어낸 거죠. 마치 유럽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처럼 말이에요.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무한한 저장공간을 주었지만, 동시에 '선택적 망각'의 능력을 빼앗아갔어요.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잊혀지던 것들이 이제는 영원히 남게 되었죠. K형의 메모법은 모든 정보에 생명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엔 케바케

K형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저는 메모의 핵심은 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요.


작가는 헤밍웨이처럼 모든 걸 기록해야 합니다. 그게 훗날 작품의 재료가 되니까요. 하지만 K형처럼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기록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보는 어떤가요? 축적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정보인가요,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지는 정보인가요?


K형이 가르쳐준 건 단순한 메모 기술이 아니라 정보를 대하는 지혜였어요. 세 마리 원숭이는 그저 눈과 귀와 입을 가린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거예요. 때로는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지혜라는 것을요.


우리는 어떤 정보를 오래 보관해야 할까요? 그리고 어떤 정보를 내려놓아야 할까요? 혹시 지금이 자폭하는 레코드판이 필요한 순간은 아닐까요?

📿 여러분들이 가진 구슬을 엮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 드립니다, 타래

💬 이번 주 더배러 톡방 하이라이트

🖼️ 미드저니/핀터레스트 레퍼런스 종결자, '이글(Eagle)' 블프 특가


묘랑 | NonProfit 님이 Eagle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소식을 공유하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김혜련5351님에게, EduⓒAlvin7/HRD 님과 온어닷 |디자인, AI, 교육 님은 이미지, 디자인, 영상 레퍼런스 관리 툴인 Eagle의 기능과 강력한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ACH 님이 "이미지계의 옵시디언"이라고 비유하며 그 유용성을 언급했습니다. 온어닷 |디자인, AI, 교육 님은 Eagle을 강력 추천하며 "미드저니의 경우 저장 시 프롬프트가 함께 저장됨", "구독제가 아닌 라이센스 1회 결제!!!" 등 핵심 장점 6가지를 상세히 공유했습니다.


🧠 AI가 요약하고 관리하는 '제2의 뇌', Recall 써보니


개인 지식 관리(PKM)에 대한 논의 중, 현우/개발/AI제품개발 님이 이전에 저장해둔 유용한 툴 정보를 찾기 어려워하며 '세컨드 브레인'의 필요성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Fri-mer/연구원/생물 님이 AI 기반의 지식 관리 툴인 Recall (Recall - Summarize Anything, Forget Nothing.)을 추천했습니다. 고씨선 @go_seesun 님은 직접 테스트해본 후기를 공유하며, Recall이 노트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연관된 위키 페이지를 연결 시켜줘 "외부 knowledge를 활용하는데 제격"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고씨선 @go_seesun 님은 김중혁 작가의 '메모 중독자' 관련 유튜브 영상(https://youtu.be/lnYCrZUZ-UM?si=PONJpgy9ULgIt4Bj)을을) Recall로 요약한 결과를 공유하며 시각화된 그래프 형태가 인상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연진 님이 Chrome 확장 프로그램 지원 여부를 확인해주며 툴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 이쁜게 최고! Craft 사용자들이 Notion을 떠난 이유


고씨선 @go_seesun 님이 크래프트(Craft) 사용 시 스페이스 간 백링크 지원 여부 등 기술적인 질문을 던지며 노트앱 사용자들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타래(사이시옷)/업무혁신 님은 크래프트의 "다른 스페이스에 있는 노트는 Backlink가 지원이 되지 않"는 기술적 한계를 확인해주었으나, 노션을 버리고 크래프트를 쓰는 이유로 '느림'을 꼽으며 "노션은 협업, 크래프트는 나만의 노트 이런 느낌이 강해요"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요 사용 이유가 Setapp 구독 포함, 노션의 속도 문제, 그리고 **'예뻐서'**라고 솔직하게 밝히며 "역시 이쁜게 최곱니다!"라고 동의한 마이클 | 미국수의사 | 영양 전문 님의 코멘트와 함께 노트앱 선택에 있어 '심미성'이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습니다.


📑 한글 PDF를 마크다운으로: Upstage vs Vertopal 그리고 AI 콘텐츠의 현실적 한계


현우/개발/AI제품개발 님이 한글 PDF 문서를 마크다운으로 변환할 수 있는 툴을 문의하며 정보가 공유되었습니다. (알 수 없음) 님은 표나 2단 포맷 등 품질이 중요한 작업에는 유료 upstage를 추천했으나, 현우/개발/AI제품개발 님은 이전에 기록해두었던 Vertopal (Online Document Converter - Vertopal)이라는 무료 온라인 문서 변환 툴을 찾아 공유했습니다. 한편, AI 콘텐츠의 급증으로 인한 품질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이제현|R&D|재미 님은 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Ebook을 거르는 현실적인 팁으로 "출판사 검색해서 짧은시간에 지나치게 많이 낸 곳만 걸러도 쓸만해져요. 루미너리북스는 1년 남짓한 시간에 9천종을 냈습니다"라고 조언했으며, 최은우/연구원/이직 님은 "저러면 검수는 사실상 불가능이죠"라며 AI 콘텐츠 품질 검증의 어려움에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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