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이 있나요? - by 물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흔히 맥주병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맥주병을 모델로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맥주병을 물에 띄우면 주둥이 부분만 수면 위로 올라온 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꼭 수영에 서툰 사람이 고개만 겨우 물 밖으로 내민 모습과 유사해서 나온 표현입니다.

처음에 저는 신체적 요인보다 정서적인 요인이 몸을 띄우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알고 보니 맥주병은 결정적으로 신체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밑으로 가라앉는 중력에 대항해 위로 뜨는 힘을 부력이라고 하는데요. 물의 밀도는 1인데, 몸의 밀도가 1보다 작으면 물에 뜨고, 1보다 크면 가라앉습니다. 우리의 몸의 밀도를 구성하는 부분은 뼈와 근육, 지방이 있습니다. 이때, 뼈와 근육의 밀도는 1보다 크고, 지방의 밀도는 1보다 작아요. 몸에서 뼈와 근육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가라앉기 더 쉬운 맥주병일 확률이 높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통상 거의 모든 운동에서 미움을 받았던 지방이 수영에서는 가장 환영받는 몸의 성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2주 전 수영 친구로 소개했던 '돌핀' 역시 수영하면서 체질상 지방이 많아서 부력이 좋은 것을 확인하고, 더욱더 수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던 일화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수영인이라면 앞으로 몸에 쌓여가는 지방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뉴스레터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KBS 프로그램 스펀지(2003-2012) 가운데 맥주병 실험 (출처 : KBS 유튜브)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실제 맥주병은 정말로 물에 뜨지 않는 걸까요? 궁금하긴 한데 자신의 시간을 부러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대신 실험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던 <스펀지>에서는 다른 병들과 함께 맥주병을 수영장에 무턱대고 띄워봅니다. 물약병, 박카스병, 두유병, 커피음료병, 콜라병, 맥주병을 하나씩 물에 띄어 보는데요. 여기에서의 큰 반전은 다른 병들은 모두 가라앉는데, 맥주병만 버젓이 뜨는 것이었습니다. 맥주병을 둘러싼 모든 오해가 순전히 오해였음을 보여 주는 실험이었던 거죠. 맥주병의 기울어진 병 안으로 물이 들어가고 그만큼 공기가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부력과 병의 무게가 평행을 이루면서 물에 뜨는 원리였습니다.

이제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다른 식의 표현을 찾아야 할 때일까요? 참, 다른 나라의 표현을 알아 보면, 영어 표현으로는 'to sink like a rock'으로 바위로 비유하고 있고, 중국어 표현으로는 수영을 잘 못하는 오리를 뜻하는 旱鸭子(hànyāzi), 일본어 표현으로는 쇠망치를 뜻하는 金鎚(かなづち)가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 대해 적절히 표현할 만한 비유를 오래전부터 찾고 있었습니다. 맥주 회사에서 이참에 '넌 오늘부터 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새로운 맥주를 출시한다면 저를 포함한 많은 수영인들이 반가워 할 것 같은 짙은 예감이 듭니다.

수모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나? 나에게 맞는 수모 알아보기 - by 도리

지난주 오랜만에 수영 강습을 시작하는 친구의 수영용품을 장만하러 함께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입어 보고, 무난한 수경도 골랐는데, 마지막으로 수모를 고르다 수모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나 하고 친구가 놀라더라고요. 사실 저도 딱 1년 전에 친구랑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는데요, 그때 매장 직원분께서 요즘은 실리콘 수모를 제일 많이 쓴다고 이걸 사면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큰 고민 없이 구매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운동량이 늘면서 열심히 수영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머리에 열이 많은 체질 때문에  ‘불타는 고구마’가 돼 있는 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머리카락이 전보다 쉽게 빠지는 듯한 기분도 덤으로 말이죠. 별생각 없이 산 수모 1개로 1년 넘게 잘 버텨왔는데, 수모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새로운 수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조사해 보았는데요. 새 수모도 사고! 레터도 쓰고! 새 수모 쓰고 레터 쓰자 팔짝!

코팅 수모 : 천 수모의 겉면에 실리콘 또는 우레탄을 코팅한 수모. 쉽게 표현하자면 천 수모와 실리콘 수모를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축성, 방수성, 통기성 또한 천 수모와 실리콘 수모의 중간 정도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콘 수모의 머리 압박, 천 수모의 물 유입으로 인한 머릿결 손상 등의 각 수모의 단점을 보완한 코팅 수모는 천 수모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초보 수영인들이 애용합니다.

실리콘 수모 : 100% 실리콘 소재의 수모.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많은 수영인에게 사랑받는 수모. 소재의 특성상 신축성과 탄성이 우수하고, 내구성 또한 상당해서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입니다. 다만 실리콘 수모 착용이 미숙하면 손톱과 같이 날카로운 부분에 수모가 찢어지는 경우가 있어 착용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리콘 수모는 머리 크기에 맞게 잘 늘어나고 동시에 밀착력도 높습니다. 또한 방수성이 탁월해 수모 안으로 물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머릿결이 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통기성은 낮아 머리의 열이 잘 배출되지 않는 점도 있는데요. 따라서 수영을 오래하거나 운동량이 많은 경우 운동 중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고, 탈모 등 두피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실리콘 수모 외에도 모양이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 돔 수모, 노링클 수모 등이 있으며, 머리카락의 길이가 긴 수영인들을 위한 롱헤어 수모도 있습니다.

메쉬 수모 : 천 수모에 그물망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수모. 재질 상 천 수모처럼 머리에 압박감이 적은 편이고, 통기성은 수모 중 가장 우수해 머리의 열을 잘 식혀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열을 많이 올리는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할 때 애용하는 수모라고 합니다. 구멍이 나 있는 소재의 특성상 수모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머리카락이 비쳐 보이고, 수영장 물로 인한 머릿결 손상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수영을 하며 머리의 열이 잘 배출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어서 이번에 천 수모 한 개, 메쉬 수모 한 개를 구매했습니다. 결제까지 마치고 택배를 기다리며 왠지 다음 수영 강습에 가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한껏 느껴보면서 말이죠. 새 수모를 사는 것이 사실 수영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와 조금 더 맞는 장비와 함께하는 수영은 분명 더 즐겁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