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훅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올가을은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실컷 보며 지내는 중이에요. 아직은 햇볕도 따땃하니 좋아서 요즘 점심시간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30분 정도 책을 읽는 낙에 빠져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 세 권을 추려보았어요. 얼마 남지 않은 2021년을 알차게 마무리하기에는 독서만 한 게 없지요! 소개한 책 말고도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 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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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콘서트
(프라우케 바구쉐, 흐름출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왜 아픈 사람은 바다로 보낼까요?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 중 누군가 아프기 시작하면 “바닷가에서 요양을 해야 한다"라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더라고요. 작은 아씨들에서도 조가 소설을 써서 번 돈으로 아픈 베스를 데리고 바닷가로 요양을 떠납니다. 도대체 바다에 가면 뭐가 있길래요? 바람이 세서 오히려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요? 

이 책의 첫머리에서 오랫동안 품어온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신선한 바닷바람에는 산소가 풍부하고 꽃가루나 먼지가 적어서 기관지가 약한 환자들이나 알레르기 환자들이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다고 해요. 또 바닷가는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커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줍니다. 규칙적으로 바닷가를 산책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요. 
과연, 이렇다 할 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이것만으로도 건강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바닷바람의 효능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산호초를 거쳐 깊은 심해와 먼 태평양 한가운데로 이어집니다. 놀러 가는 바다, 혹은 먹으러 가는 바다가 아닌 생명의 터전으로써의 바다 이야기는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생명력이 넘치고 역동적이에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라고 감동하고 배를 잡고 웃다가 진지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경이로운 세계가 수면 아래에 존재했다니요! 

📖“만약에 도로 산호가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도 ‘연애 중'으로 상태가 표시될 것이다. 왜냐하면 돌산호 대부분이 개별 조류, 즉 황색 공생조류와 공생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산호의 전투 전략 가운데 한 가지는, 적어도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딘지 이례적인 느낌이 든다. 이웃 산호를 향해 구토를 하는 것이다. 이때 자포가 함유된 위액이 적에게 분사되어 적을 ‘소화'시켜버린다.”

📖“전 세계의 모든 바다에 다양한 혹등고래 집단이 출몰하는데, 각각의 집단마다 각기 다른 방언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방언이 사용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수면 아래에서 활발하게 돌아가는 경이로운 세계와 그 세계의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면 자연스럽게 오늘날 바다에 닥친 심각한 위기를 외면할 수 없게 됩니다. 바다로 버려지는 온갖 쓰레기와 고통받는 바다 생물들, 미세 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생물 번식 감소, 산호의 백화현상과 바다의 산성화, 무분별한 어획활동 등 남의 일처럼 느껴지던 문제가 한 발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동시에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알고 싶어져요.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 이해한 것, 알고 있는 것만을 상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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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아네테 크롭베네슈, 시공사)

혹시 전기를 쓰지 않고 1시간을 살아본 적 있나요?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이 미션을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 하면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해가 지고 나면 정말로 전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새삼 조명과 빛, 어둠의 존재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밤을 어둡지 않게 만드는 게 당연한 일일까요?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는 인공조명에 의해 밤이 밝아지는 현상을 '빛공해'라고 지칭하면서 빛공해가 사람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가로등은 보름달보다 평균 100배나 밝습니다. 가로등이 하나만 켜져도 절대 지지 않는 달이 백 개 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거죠. 게다가 주기적으로 기울고 차오르는 달과 달리 가로등은 1년 365일 동일한 밝기를 유지합니다. 밤에 활동하는 동물들의 활동에 인공조명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가로등 아래로 날아드는 나방 무리처럼 곤충들은 본능적으로 빛을 향해 이끌립니다. 회색쥐여우원숭이들은 어둠이 내려야 집 밖으로 나오는데 조명 때문에 낮인 줄 알고 나오지 못해 굶어죽기도 하고요. 또한 동물들의 번식을 방해하거나 번식주기에 영향을 미치고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주변이 너무 밝아지면 (반딧불이) 수컷은 빛내는 걸 포기한다. 어떤 경우에는 암컷들이 빛 신호에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의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이었을 동물의 연애전선에 나쁜 패가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딧불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공조명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겨울에 핀 개나리나 한 여름에 핀 코스모스를 본 적 있으시죠? 이 역시 인공조명 때문에 식물이 낮밤 주기를 착각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무서운 것은 이렇게 생태계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고 균형이 깨지는 일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장담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등 스위치를 올리기 전에 멈칫하게 될 거예요. 정말로 지금만큼 세상이 밝고 환하게 빛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빛 자체가 마지 발전의 상징인 양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재생 에너지로 밝혀지는 전등이라면 환경에도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빛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결코 가벼이 여겨져선 안된다. 태양광 램프도 자원을 소모한다. 조명의 증가가 우리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규모라고 추정할만한 근거가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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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애슐리 도슨, 두번째테제)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10년 전으로, 혹은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50년 전, 100년 전에는 그래도 지금보다는 환경이 더 보존되는 좋은 시대였을까요?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고대 수메르 문명시대에도 인간은 자연을 파괴했으니까요. 마구잡이로 밭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숲을 벌목하다가 땅이 황폐해지면 옮겨서 똑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지금 이라크 지역의 사막은 고대부터 인간이 자연을 착취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에요.
그렇다면 인간은 원래부터 자연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본능을 타고난 것일까요? 인간은 정말 구제불능일까요? 저자는 인간 본성이 아닌 자본주의를 자연 파괴와 멸종의 주범으로 지목합니다. 더 많은 자본을 얻기 위해 공유지를 개간해 농장을 만들고, 산림을 파괴하고, 모피와 고기를 얻기 위해 야생동물을 학살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죠. 

자연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이런 구조에서는 코끼리의 상아를 채취하는 밀렵꾼 한두 명을 없앤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계속되는 한 멸종은 계속될 것이고 인간의 삶도 수렁으로 빠져든다, 따라서 앞으로 인류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해답은 반자본주의뿐이라는 결론을 단호하게 내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환경 관련 도서에서 약간은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비하면 속 시원할 정도로 명료한 결론입니다. 또한 이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구조에서 문제점을 찾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기도 해요. 고작 120여 페이지에 불과한 얇은 책이지만 전해주는 무게는 1200페이지 만큼 무겁습니다. 

내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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