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대화’하다

"태도의 스승" 리영희


뉴스레터 #제50호를 발행합니다.

여름 중 가장 무더울 때가 아닌데도 벌써부터 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고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7월을 보내기도 괴롭지만, 8월을 맞기가 두렵습니다. 6월 중하순에 걸쳐 유럽 전역을 덮친 열돔은 지구 순환계가 얼마나 취약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름에도 기껏해야 30도 정도로 청량했던 중유럽은 대부분의 가정뿐 아니라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 아예 에어컨이 없다가 45도까지 치솟는 갑작스런 열파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과학자들의 연구 논문이나 언론 기사의 단골 소재가 아니라 생명의 담지체인 지구와 문명의 주체인 인류를 위협하는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기입니다. 인류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리영희 선생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번 호에 준비한 글은 최근 대내외적인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내부 상황입니다. 지난 몇 년간 노동자 임금이 20~40배 오르는가 하면 평양과 전국 각지에 수십만 호의 주택을 짓고 있는 등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잘나가고 있는 원인과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 최창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반도국제협력팀장이 깊이 있게 분석했습니다. 최 팀장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가 대폭 개선되는 등 북한의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보다는 장마당을 억제하면서 국영상점에 집중시키는 등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들어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리영희의 책과 나’는 노혜경 시인이 <대화>를 주제로 썼습니다. 노 시인은 리영희 선생을 딱 한 번 만났다고 합니다. <대화>가 나온 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서 책에 저자 서명을 받을 때였습니다. 청와대 비서관(노무현 정부)으로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팬심으로 참석했다고 합니다. 노 시인은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 끝에 글을 완성했습니다. 글 스트레스로 몸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온몸으로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민주화운동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부림사건에 대한 중요한 증언이 들어 있습니다. 또, 노 시인은 리영희 선생을 ‘사상의 은사’라기보다는 “태도의 은사”라고 새롭게 칭합니다. 그 논리가 흥미롭고도 날카롭습니다.  

지난 23일에는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을 담은 글과 함께 유튜브 영상 링크를 공유합니다. 

뉴스레터도 무더위와의 싸움에 들어갑니다. 7월에는 쉬고, 8월 말에 51호로 찾아오겠습니다.
재단 소식

[현장기록] 토론회 -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

 
리영희재단 사무국
지난 6월 23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북한? 조선? 뭐라고 불러야 할까?'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리영희재단과 평화네트워크, 한겨레평화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공식 국호 사용 여부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고자 마련되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시각이 교차하며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대화>와 ‘대화’하다

 
노혜경 시인
이번에 다시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의 생애와 관련된 새로운 발견을 좀 했다.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내가 정치의식이 부족했던 것을 일종의 시골사람콤플렉스로 설명해 왔었는데, 리영희의 생애에 견주어본 나의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치열함의 부족이었다. 취재하고 읽고 쓰고 조사하고 탐구하는 것으로 점철된 리영희의 일생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면 “기자와 학자 사이에 걸쳐진 열정”이라고 쓰고 싶다. “사상의 스승” 같은 말로 그분을 부르는 후학들도 많은 줄은 알지만, 내게는 오히려 “태도의 스승”이라 불러야 할 듯하다.
북한의 자신감과 대내외 경제전략의 변화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반도국제협력팀장
이처럼 대외 여건의 개선과 내부 경제의 완만한 회복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의 경험처럼 외부의 지원이나 협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와 경제를 보장한다는 자신감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신감은 대남·대미 정책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북한은 한국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식화하고 있다. 협상과 지원에 기대어 경제적 번영을 모색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는 남한을 자신감에 기반한 정책 추진의 장애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헌법에 명시된 두 국가론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러한 전략적 판단이 제도화된 결과로 읽힌다. 미국과도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협상의 의제를 바꾸고 있다.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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