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01. 

#14. 이번 달 소식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 출시

박한솔 연구원 인터뷰

〈MOTC 2024〉 상세 요강 공개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출간



글꼴 소식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 출시

지난 3월 말,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는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을 출시했습니다.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은 2019년에 출시한 〈AG 최정호 민부리 Std.〉를 ‘화면용에 맞게 재해석하여 굽과 돌기, 맺음의 기울기 표현을 단순한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개발에 앞서 리서치를 통해 화면용 글꼴과 비교해 적정 굵기를 설정하고 시각 흐름선의 위치 설정, 화면에 적합한 글자 크기 선별, UX/UI 디자인 툴 ‘피그마(Figma)’에서의 사용성 개선 등의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AG 최정호 민부리 Std.〉와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 글자 너비 비교

화면에서의 쓰임을 강조한 글꼴의 경우 전반적으로 글자의 너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AG 최정호 민부리 Std.〉의 글자 너비는 1000유닛으로 넓었고, 이는 모바일 환경과 같이 글줄의 길이가 짧아지는 경우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의 글자 너비는 930유닛으로 좁혔습니다. 


Figma에서 두 글꼴을 가운데 정렬했을 때의 모습 비교

화면용 글꼴인 만큼 화면 위의 콘텐츠를 만드는 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지도 살펴봤습니다. 피그마에서 〈AG 최정호 민부리 Std.〉는 텍스트 박스 안에서 시각적으로 가운데에 위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글자의 위치에 관여하는 정보인 메트릭스값을 조절하여 이러한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리텐다드〉를 만든 길형진 님, 〈SUIT〉와 〈SUITE〉를 만든 윤병선 님과 화면용 글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글꼴의 차이점 비교

이외에도 큰 변화라면 최정호 선생님의 민부리 계열 글꼴의 주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굽과 돌기 표현을 과감히 없앴습니다. 원도의 특징인 맺음의 기울기도 가로모임꼴 민글자의 홀자나 받침으로 ‘ㄱ’이 오는 경우와 같이 우측 하단으로 세로줄기가 길게 뻗는 경우에만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맺음이 수평으로 끝나도록 했습니다. 화면용 글꼴들은 글자의 시각 흐름선도 중앙보다 약간 위로 올라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AG 최정호 민부리 Std.〉보다 곁줄기 위치를 올리고 첫닿자의 위치도 조정하여 시각 흐름선을 올렸습니다.


‘ㅇ’의 곡선을 확대한 모습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는데요, ‘ㅇ’이 완만해지는 지점에 1~2유닛 정도의 직선 요소를 첨가하였습니다. 내부에서 테스트한 결과, 픽셀로 표현될 때 미세하지만 흑과 백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을 직접 타이핑할 수 있으니 한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박한솔 연구원 인터뷰

이번 인터뷰는 오랜만에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이하 연구소)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앞서 소개한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을 만든 박한솔 연구원을 소개합니다. 연구소 생활은 어떤지, 어떤 계기로 글꼴 디자이너가 됐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박한솔 연구원의 개인 글꼴 봄소리체(좌측)와 숨(우측)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과거 이도타입에서 인턴 생활을 거쳐, 현재는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글꼴 디자이너 박한솔입니다. 이번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을 만들었고 개인 작업으로는 〈봄소리체〉, 〈숨〉 두 개 글꼴을 만들었습니다. 글꼴 작업뿐 아니라 레터링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글꼴 디자이너로 언제부터 활동하셨나요? 또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하던 중에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히읗에서 들은 조합형 글꼴 제작 수업이 직접적인 계기입니다. 당시 바람체에 매료됐었고, 마침 바람체를 만든 이용제 디자이너님이 직접 강의하신다고 해서 홀린 듯이 갔던 게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수강 이후 제 자신을 글꼴 디자이너 지망생이라고 소개했으니 그때부터 이미 글꼴 디자이너였다고 봐요. 한글을 만들 때 조합 체계를 짜는 작업 구조가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만든 글꼴이 다른 사람에게 재료로 활용되어 다른 결과물로 확장한다는 지점도 재밌어서 계속 글꼴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제 성격도 이 직업이랑 잘 맞는 것 같고요.


지금은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연구소의 생활은 어떤가요?

네, 연구소를 다니면서 아예 파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연구소에 다니기 전까지는 지하철 인파에 치여가며 출퇴근했는데, 파주로 옮기고 나서는 지나다니는 거리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고 인구 밀도도 낮아져서 많이 여유로워졌달까요…. 여름 풍경과 겨울 눈 내린 풍경이 정말 이쁜 곳이라 만족스럽게 생활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삶이 차분해진 느낌이라 좋습니다.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자료가 있는데, 최정호 선생님의 원도와 유품을 관리하며 직접 볼 때도 있습니다. 책으로나마 접하던 것을 실물로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어요.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원도를 그렸던 그때에 비해 지금의 글꼴 제작 환경은 매우 발전했음을 실감하고, 그 와중에 이런 편리해진 환경에서도 어렵다고 앓는 제 모습에 반성도 많이 합니다(웃음). 무엇보다 이렇게 귀한 자료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연구소 생활에서 가장 좋고 보람찬 일 중 하나입니다.

연구소의 각종 자료를 정리하며 찍어둔 사진



가장 기억나는 연구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네이버 〈마루 부리〉의 확장 작업이 가장 재밌었고 기억에도 많이 남습니다. 〈마루 부리〉 굵기 5종 모두 4,363자에서 11,172자로 확장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처음 다뤄보는 광범위한 글자 수와 굵기인 데다가 이미 많은 분이 사용해 주고 있는 글꼴이어서 더욱 부담이 컸습니다. 다행히 디자인과 감수를 맡은 노은유 디자이너님이 확장 작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초 작업을 꼼꼼하게 해주셨고, 마지막 감수까지 함께 세심히 살펴봐 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마루 부리〉 글꼴 업데이트를 하면서 글자 수를 추가할 뿐 아니라 기존 글자 중 일부도 더욱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수정했는데요, 이렇게 대중적인 글꼴의 사용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사실 이 〈마루 부리〉 프로젝트는 이번에 출시한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을 개발하는 중에 함께 진행한 작업이었습니다. 〈마루 부리〉도 화면용 글꼴이어서 자연스레 관심을 더 가졌던 것 같습니다. 지난 자료들을 다시 보면서 화면용 글꼴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이 경험이 〈AG 최정호 민부리 스크린〉 개발에 큰 힘이 되어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마루 부리〉 판짜기 테스트 자료 일부



글꼴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글꼴 작업은 아직 하나도 쉬운 게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겪는 어려운 점들은 모두 결국 ‘시각 보정’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어제 괜찮았던 글자가 오늘은 이상하게 보이고, 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문장에서는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요. 또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의견을 구하면 모두 제각각이라 오히려 헷갈릴 때도 있고, 어떤 부분은 다른 디자이너가 짚어줘야 비로소 보이기도 해서 마치 어둠 속에서 벽을 짚어가며 걷는 느낌입니다.


작업하면서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요? 또는 작업의 원동력이 있나요?

저는 과거 한글 레터링이나 타 언어권 문자 중에서도 특히 손으로 그려진 것을 한글에 적용해 보면서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재밌어 보이는 글자들을 아이패드에 레터링 작업 또는 특징을 묘사한 스케치 정도로 남겨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살펴보면서 작업에 활용하고 있어요. 여러 스케치를 하나의 레터링에 녹여보면서 뼈대만 쓰기도 하고, 반대로 표현만 가져오기도 하는 식으로요. 남겨둔 레터링 중에 글꼴로 만들 만한 건 없는지 돌아보기도 하고요.


다른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면서 원동력을 얻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디자인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전에는 단순히 디자인 전반에 대한 호기심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각자 전문 분야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 돕는 이야기가 재밌어요. 그런 점에서 다시 대면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이 다행스러워요.

연구소 2024년 레터링에 활용한 스케치 일부와 결과물



글꼴 작업 외에도 그래픽 작업을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픽 작업도 꾸준히 하고 계신가요?

현재 그래픽 작업은 거의 하지 않고 소소한 레터링 스케치만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그래픽 디자인과 글꼴 디자인 모두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함께 성장하는 주변의 디자이너들을 보면 다들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고 저도 마냥 예전처럼 그래픽 작업을 가볍게만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차라리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꼴이나 레터링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방향으로 마음이 굳어졌어요. 그래픽 작업은 그냥 저 혼자 마음대로 만들어보고 부끄러워서 숨겨놨어요. 요즘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도 눈에 띄어서, 완전히 다른 작업을 해본다면 차라리 그런 요소를 잘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은은한 본문용 글꼴 위주로 작업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용성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과한 제목용 글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레터링을 이것저것 조합해서 몇 글자 그려본 적은 있는데 복잡한 글자에 적용하려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서 여전히 테스트 버전 정도로만 남아 있어요. 정적인 디자인만 계속해서 그런지 반응형 웹사이트와 글자를 결합하는 식의 상호작용이 가미된 작업에도 욕심이 조금 생깁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해외 글꼴 디자이너들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직접 코드를 짜면서 배워온 환경 덕에 스스로 웹사이트나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곤 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더라고요. 또 피그마에서 베리어블 글꼴을 웹사이트로 소개한 작업이 있는데, 직관적으로 잘 풀어냈고 시각적으로도 흥미로워서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미래의 한솔 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앞의 질문과 연결될 수도 있는데 3D 디자인 툴, 영상, 웹 퍼블리싱 등의 매체에서 얻는 결과가 재밌어 보여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강의가 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어요. 낯선 분야의 작업을 할 땐 인공지능이 보조하거나 아예 결과물을 만들어주고 있으니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갖춰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기술을 습득해도 결국은 글자에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글자를 좋아하는 모습만큼은 아무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공모전 소개

〈MOTC 2024〉 상세 요강 공개

〈MOTC 2024〉의 심사위원단

〈모리사와 타입디자인 공모전〉(이하 〈MOTC〉)은 〈모리사와상 국제 타입페이스 콘테스트〉를 전신으로 한 40여 년 역사의 글꼴 공모전입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은 기존 ‘일문’과 ‘라틴’ 부문에 더해 ‘중문 간체’와 ‘중문 번체’, 그리고 ‘한글’ 부문이 신설되었습니다. 〈MOTC〉는 새로운 표현력과 도전 정신이 넘치는 작품을 독려하며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분야 관련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심사합니다. 이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웹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인기 투표가 진행되고 입상자에게는 부문별로 상장과 트로피를 수여합니다. 응모는 5월부터 할 수 있다고 하니 글꼴 제작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번 〈MOTC 2024〉에 참여해 보면 어떨까요? 


공모전에 관한 자세한 안내는 아래 첨부된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MOTC 2024 공식 사이트

부문별 심사위원 및 응모과제 소개

작품시트 및 응모요강 다운로드


응모 방법

1) 공식 사이트에서 응모자로 등록

2) 응모자 등록 후 취득한 ‘작품ID’를 작품에 기재

3) 공식 홈페이지에서 작품 출품

* 공식 사이트를 통해 응모한 다음에 작품 파일을 출품할 수 있습니다.

* 출품비는 없으며 우편으로는 접수할 수 없습니다.

* 여러 부문에 중복 출품할 수 있습니다.

 

일정

- 응모 기간: 2024년 5월 14일 ~ 2024년 8월 29일 (일본 시간 기준)

- 인기 투표: 2024년 12월 (예정)

- 결과 발표: 2025년 2월 (예정)


응모 자격

개인, 단체,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습니다.

* 주식회사 모리사와와 그룹사의 임직원은 응모할 수 없습니다.

책 소식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 출간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현 폰트릭스의 대표인 박용락 디자이너의 글꼴 제작 경험을 집약한 실전 안내서입니다. 박용락 디자이너는 1997년 윤디자인연구소에서 글꼴을 제작하기 시작하여 25년간 글꼴 작업을 이어왔는데요. 그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동시에 후배 글꼴 디자이너가 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글꼴 디자인, 특히 민부리 계열의 글꼴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박용락 디자이너는 그가 체득한 글꼴 제작 방법을 ‘Rak프로세스’로 이름 지으며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아주 기초적인 내용부터 한글 11,172자와 영문, 기호활자까지 파생하는 실전 과정을 안내합니다. ‘Rak프로세스’는 디자인 공식을 이야기한다기보단 선배 디자이너로서 글꼴 제작 단계마다 거쳐야 했던 고민과 경험을 전합니다. 『고딕 폰트 디자인 워크북』은 글꼴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입문자뿐 아니라 글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실무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공감이 가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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