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아 기후변화 투자자 그룹(AIGCC)’의 레베카 미쿨라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님을 인터뷰했어요. AIGCC는 누가 봐도 어려운 이름이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보자면 연기금·국부펀드·보험사·자산운용사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들이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민간 협의체예요.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금을 굴리다 보니 투자 대상 기업들의 기후대응에 관심이 높죠.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에 투자하면서 삼성의 기후대응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 요 몇년 동안 분위기가 많이 바뀐 덕에, 탄소다배출 업종(화석연료, 철강, 항공 등등)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리스크이자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거든요.    

AIGCC는 2016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활동해 왔어요. 현재 회원사로 이름을 올린 70여 기관투자자의 총 운용자산(AUM)은 28조 달러(약 3경 8184조 원). 다 같이 모여서 기후변화·저탄소 투자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를 논의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에 변화를 촉구해 왔어요. 왜냐면 그래야 투자하기가 편하거든요. 삼성전자가 제대로 기후공시를 해야, 포스코가 스코프3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참고해서 투자 전략을 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기후대응을 더 잘하는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서 지구에 더 나은 방향의 경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고요. 녹색 돈으로 기업들을 움직이는 셈이에요. 

레베카님은 “금융에 주목하는 기후 협의체는 많지만 기관투자자에 초점을 맞추는 단체는 AIGCC가 유일”하다면서, “특히 연기금 같은 자산 보유자(asset owner)들은 자본 시장의 가장 큰 손이자 금융 생태계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만큼 기후대응에서 핵심적 역할”이고 설명했어요. 

이런 단체가 왜 한국에서도 활동하는지, 용사님도 슬슬 눈치채셨겠죠. “한국 경제와 산업의 규모가 큰 만큼, 아시아 전체의 탈탄소 여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서"예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에서 기회를 찾는 이유. 지난 7월에는 AIGCC의 첫 한국 워킹그룹 회의체가 활동을 시작했어요. AIGCC의 워킹그룹 9개 중 국가별 워킹그룹은 원래 중국, 일본 뿐이었는데 한국 워킹그룹도 생긴 거죠. 

레베카님은 “지금까지 한국에 덜 주목했던 기관투자자들도 최근에는 관심을 갖는다”고 했어요. 녹색 금융의 관점에서는 2차전지처럼 이미 친환경 사업에서 실적이 발생하는 기업들 뿐 아니라 화학·자동차·조선 등 친환경 전환이 빠른 기업들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거든요. 모두 한국의 주력 산업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런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려면 지난 레터에서도 얘기했던 한국의 기후공시 의무화가 필수라는 지적. 레베카님은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규제와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기후대응에 공을 들이지만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이 공개하는 자료는 들쑥날쑥한 패치워크 같다”면서 “글로벌 수준의 기후공시가 없다면 투자사들은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저평가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어요. 

AIGCC는 최근 탄소 감축 외에 투자자·기업들 사이의 화두로 생물다양성을 꼽고 있어요. 기업들이 생물다양성을 챙긴다니 의외죠?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악화가 그만큼 심각해서 실제로 기업 활동에 타격을 주고 있단 이야기예요. 레베카님은 “생물다양성을 외면하면 수자원이나 핵심 원자재 부족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2021년 가뭄과 물 부족으로 타격을 입은 대만 반도체 산업을 언급했어요.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TSMC는 다시는 물 부족을 겪고 싶지 않아서, 공업용수 재활용에 나섰고요. 이렇게 기후 재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걸 ‘기후 탄력성’ 강화라고 해요. 기업 경쟁력의 관점에서 생물다양성을 고민한 결과.

최근 AIGCC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71%는 직접적인 자연 의존도가 ‘보통’ 또는 ‘높음’ 수준이에요. 상장사들이 수자원 등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수준, 또는 환경 오염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높다는 의미예요. 일본의 경우에는 이 수치가 60%로 비교적 낮다고. 그래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야 더 많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업계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어요. 레베카님은 “몇몇 한국 기업이 생태다양성에 관한 공시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리스크 평가 도구, 공시 방식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자·기업·정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거예요. 레베카님은 “기후변화는 어떤 기업도, 투자자도, 정부도 혼자서 대응할 수 없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심해야만 된다고 강조했어요.  

오늘 이야기도 참 길고 뻑뻑하죠?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돈의 흐름은 정말정말 중요해요. 큰 손들인 기관투자자들이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이유고요. 그런 의미에서, 좀 어렵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용사님께도 꼭 전하고 싶었어요. 당장 눈앞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물밑에서 크고 빠르게 이동하는 기류가 있단 점! 기억해 주세요.  

패션을 사랑하는 모두가 취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숏폼으로 표현해 주세요. 그동안 순환 패션을 고민해 온 코오롱FnC가 <Change Ideas, Keep Your Taste - 패션에 가치를 더하다>를 주제로 패션 임팩트 챌린지 2기를 모집 중. 최대 500만원의 상금, 그리고 코오롱FnC와 후속 캠페인+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 참여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버튼 클릭. 

🥤일회용 컵 회수 시범사업을...지금...여기서요...?
6일부터 서울 광화문-숭례문 '에코존'에 위치한 42개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자원순환보증금 100원(1개당)을 받을 수 있대요. 연말까지 환경부와 서울시, 서울 중구와 종로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실시하는 일회용 컵 회수 시범사업이라고. 자원순환보증금을 받으려면 미리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해야 돼요. 에코존에 있는 버정류장 30곳에 일회용 컵 전용 회수함도 설치(다만 여기선 보증금 지급 없음!)되고요. 
그런데...이상하죠...?정작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은 미루면서 왜 이런 시범사업을 하는 걸까요?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반려견 집사님들 신고 궈궈 
농림축산식품부가 9월 30일까지 '반려견 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해요. 동물보호법에 따라 2개월령 이상 반려견은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해요. 주소나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변경 신고를 해야 하고요. 유기견을 줄이기 위한 첫 걸음...! 자진신고 기간 끝나면 10월부터 지자체별로 집중 단속한다니까 깜빡한 용사님들은 얼른 신고하러 가자고요.  

지구용이 마음에 든다면 구독링크(https://bit.ly/3NMzgj1)를 널리 공유해주세요!

💌use4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