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문혜정 변호사
안녕하세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얼마 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는 친족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형법 제328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의 형을 면제하고(1항), 그 외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2항). 이는 가족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형벌권의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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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 제1항 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2022년 연예인 박수홍 씨가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친형 부부를 고소했을 때 박수홍 씨의 아버지는 자신이 자금 관리를 했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요? 직계혈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당시 부친이 친족상도례를 악용해 형사처벌을 면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친족상도례 규정인 형법 제328조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적용되고,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부모와 자녀 등 직계혈족, 배우자 등이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실무상 검찰은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고 해도 말이죠.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친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친족상도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등 결정).
- 심판대상조항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에 대하여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에 대하여 동거를 요건으로 적용되며, 그 각각의 배우자에 대하여도 적용되는데, 이처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되는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하여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이나 업무상 횡령으로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이고, 피해자의 임의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공갈), 흉기휴대 내지 2인 이상 합동 행위(특수절도) 등을 수반하는 재산범죄의 경우 일률적으로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
- 피해자가 독립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에 심판대상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
-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는 형사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바, 이는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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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을 긍정하였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이 규정하는 일률적 형면제로 인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형해화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인정하여 입법자에게 입법개선을 명하는 적용중지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에는, 현실적 가족·친족 관계와 피해의 정도 및 가족·친족 사이 신뢰와 유대의 회복가능성 등을 고려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의사표시를 소추조건으로 하는 등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이외의 친족 간 재산범죄를 저지른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328조 제2항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하였는데요(2023헌바449), 이에 대해 “고소를 소추조건으로 규정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국가형벌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에 대한 것으로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 면제를 규정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입법을 하여야 하고,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해당 조항의 적용은 중지됩니다. 앞으로의 개선 입법 방향에 대해 주목해야겠습니다.
그럼 이상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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