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이레터 61호에 대한 구독자 의견이 있어 전달드립니다. '장애'와 '장해'에 관한 추가적인 설명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익명>
"장애와 장해에 대한 의견 드립니다. 기술하신대로 장해를 우리나라에서 법적, 규범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인다고 하셨는데, 이는 독립 이후 일본에서 법령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장해(障害)라는 일본 법조문의 단어를 그대로 베꼈기 때문입니다. 장애라는 단어는 원래 불교 용어로 동아시아에서 통용되던 말인데, 일제강점기 초창기인 다이쇼 시대에 종교적 개념을 뺀 장해(障害)라는 말이 자리잡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장애라는 단어가 불교적 의미를 상실하였기에 현재 일본에서도 한국, 중국, 대만 등지에서 장애(障碍)로 쓰고 있으니 용어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 법령에서도 모두 장애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용하신 중앙일보의 우리말 바루기는 일개 언론인의 사견으로, 한자 개개에 대한 해석일 뿐,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원종욱 교수님>
"늘 오이레터 잘 보았습니다. 질병과 질환, disease와 , illness, disorder 등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이메일을 드리는 것은 장애와 장해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을까 해서입니다. 장해는 아시는 바와 같이 산재보험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입니다. 대부분 법률이나 국가 공식 용어로는 장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어 사전에서도 신체 장애를 의미하는 것은 장해가 아니라 장애입니다. 그런데 왜 산재보험에서 장해라고 사용할까요? 여러 설이 있지만 산재보험 도입 시 일본 법을 따르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사용한 용어인 장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사용한 한자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장해(障害)가 아니라 장애의 의미를 가진 발음이 같은 다른 한자인데, 너무 복잡해서 지금 쓰고 있는 장해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썰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래서 산재보험에서도 장애로 바꾸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걸리는 문제가 많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산재보험에서 말하는 장애는 disability입니다. impairment는 지적하신 것과 같이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의미합니다. disability는 생산적(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impairment가 있어도 disability가 있을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재로 새끼 손가락이 절단된 근로자가 치료 후 직장 복귀해서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면 이 근로자는 impairment는 있지만 disability는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작업 중 골절된 근로자가 의학적으로 완전히 치유된 후에도 통증이 있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휴업을 하고 있다면 이 근로자는impairment는 없지만 disability는 있는 것입니다."
"미국 산재보험 급여 중 temporary total disbility benefit 있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의 휴업급여에 해당합니다. 산재로 출근해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지급하는 급여입니다. 따라서 장애급여가 아니고 휴업급여로 번역하는 것이 맞습니다(가끔 오역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참고로 장애급여는 permanent total/partial disaility benefit 입니다. 혹시 독자들이 오해할까해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박정선 교수님>
"글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단어만 보고 금방 의미가 통할 것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려다 보니 이것도 장애, 저것도 장애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꼭 우리말로 써야 되는 상황이라면 괄호 안에 영어를 병기하도록 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애와 장해에 대해서는 굳이 구분하지 않고 같이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알고 보면, 일본 보험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장해'인데 원래 '장애'로 써야 할 것을 (일본사람들은 간단한 한자를 일부러 만들어서도 쓰는 사람들이니까) 한자가 더 심플한 '장해'를 쓰게 되었다고 하고 그것을 우리 보험업계에서 그대로 베껴 '장해'로 굳어졌다고 하더군요."
"또 disease, disorder 등을 질병, 질환으로 구분해 쓰는 것도 좋겠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면 여전히 헷갈려할지 몰라요. 아무튼 disorder는 disease와 많이 다르고 illness에 가까운 개념이란 것을 이번 기회에 많은 독자들이 알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런 바람을 가져보는 또 다른 까닭은, ILO의 직업병목록 가이드라인을 보면 딱 두 가지, 근골격계질환군 및 정신질환군에 대해서 만 disease라 하지 않고 musculoskeletal disorder, mental disorder 라고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ICOH의 여러 scientific committee중에 근골격계 장애를 다루는 committee의 이름은 Musculoskeletal Disorder 이구요."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직업의학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직업병들 중 이 두 가지 질환군은 식별가능한 병인에 의한 의학적 상태라기보다는 특정 원인은 없이 (여러 위험요인과 관련하여) 정상 신체기능이 망가져 증상을 보이는 상태라는 겁니다. 이것을 잘 이해해야 질병 산재 통계에서 1위를 점하는 근골격계 장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언제 어떻게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건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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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의견
세 분의 피드백에 감사합니다. 현재 용어가 사용되는 단면적인 맥락보다는, 역사적 맥락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셨고, 이러한 용어들이 사용되는 상황에 대해 더 풍부한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피드백의 내용에 대해 좀 더 검토하여 아래와 같이 덧붙입니다.
장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역사적 맥락
일본에서는 에도막부 말기부터 근대화를 위한 문자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한자폐지론도 있었으나 한자제한론 즉, 상용한자를 2000여개 수준으로 제한하여 사용하는 방안이 대세가 됩니다.이러한 변화에 따라 획이 많고 잘 쓰이지 않는 한자는 획이 적고 잘 쓰이는 글자로 대체됩니다. 이 과정에서 障碍(우리말 발음:장애)가 障害(우리말 발음: 장해)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두 단어는 일본어 발음으로는 '쇼가이(しょうがい)'로 동일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屍體(우리말 발음: 시체)가 死體(우리말 발음: 사체)로 바뀌었는데, 마찬가지로 일본어 발음으로는 '시타이(したい)'로 동일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시체검안서'가 아니라 '사체검안서'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효율화를 달성하였으나, 이를 그대로 따라한 우리나라는 발음의 차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된 것 같습니다.
'장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법령
현재 '장해'라는 용어는 보험관련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법 이외에도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선원보험법)에서는 '장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장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법과 어선원보험법에서 '장해'의 정의를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었으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손실되거나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식 법률용어의 개정
장해라는 용어가 보험과 보상영역에서 사용되어 왔으므로, 굳어진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용어를 쉽게 바꾸거나, 혼돈을 주는 용어를 정리하여 의사소통이 쉽고 명료해진다면 용어의 개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일본식 법률 용어들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한다면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해'와 '장애'로 사용되는 용어를 '장애'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007년 의사신문에 나온 기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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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raging Message From the 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o Junior Doctors in Struggle
투쟁하는 후배 의사들에게 보내는 대한의학회의 격려의 메시지
JKMS opinion, 7 March 2024
"다양한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매우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시스템에는 뿌리깊은 문제가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나, 수가는 매우 낮습니다. 그 결과,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하거나,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하면서 경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인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 방식을 비판하지만, 사실은 비급여 방식이 한국 의료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정부는 이 위태로운 균형을 단번에 깨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더욱이 이 강압적인 명령에 항의하는 의사들을 범죄화했습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의사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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