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사람 두 번째 레터 오막의 <넋두리>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의 주변인들도 대부분은 나와 이런 성향을 공유하고 있는 인간들뿐이기 때문에 (끼리끼리 만나는 것일까…?) 매번 말로만 "하자! 하자!" (중략)...”
읽으면서 바로 나다 싶었다. 유튜브 하자 뭐 하자, 제발 뭐라도 해보자는 말을 오막과 만날 때마다 했지만, 만날 때마다 했다는 건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몇 년 동안 그렇게 ‘하자! 하자!’만 함께 외친 주변인 중 하나로서 오막과 한아임의 <고막사람> 프로젝트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약 2주에 한 번씩 올라오는 레터를 보면서,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주옥같은 음악들을 플리에 채워 넣는 쾌감과 함께, 그 음악들을 BGM 삼아 그들의 우주를 탐험하며 <고막사람>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2022년 말 오막이 <고막사람>에 한편 참여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수년 전 한아임의 내한 때, 우연히 셋이 술자리를 갖은 적이 있었고, 이따금 당시의 기억을 특별한 이유 없이 끄집어내곤 한다.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알코올과 함께 증발해 버렸지만, 서로의 우주를 망설임 없이 꺼내놓고 자유롭고 치열하게 말하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둘은 어떻게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술자리였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때의 분위기 공간, 셋이 앉아서 이야기하던 형상이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고막사람에 발을 담가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고, 더 정확히 말하면 무의식 속에서 오막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던 걸지도.
오막이 <012_슈방구와 간첩>에서 잠시 소개한 대로 나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편집을 하고 있는데, 내가 소개할 곡들은 공감에서 편집했던 곡 중에 인상적이거나 자주 듣게 된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첫 곡 <박소은 –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는 2022년 3월 공감팀에 와서 처음으로 편집한 방송에 수록된 곡 중 하나인데, 박소은의 곡들은 작년에 차에서 이동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라고 단언할 수 있다. 문학적이지만 동시에 날것 같은 노랫말을 마치 주변에 있을법한 친구 같은 목소리로 들려준다는 점이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음악적 언어로 박소은의 곡들이 왜 좋은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아직 없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기에, 방송에 나갈 곡을 편집할 때도 순전히 내 안에 내장된 리듬감과 영상에 대한 감각에 의존한다. 나에게 피디(방송에 관해서 최종책임자라 할 수 있다)를 만족시킬 만한 감각이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편집했던 촬영 소스를 둘에게 넘겨주고 편집을 시켜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매우 궁금하다. 오막과 아임은 어떤 호흡과 리듬으로 영상을 편집할지, 음악의 어떤 디테일을 살려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