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눈을 떠 씻고 준비를 마치면 을지로에 위치한 회사로 향하곤 했습니다.
2024년 10월의 편지

ep.01 지하인간으로부터

7시에 눈을 떠 씻고 준비를 마치면 을지로에 위치한 회사로 향하곤 했습니다. 잠시 후엔 빌딩숲 사이 인도를 가득 채운 인파 속 일부가 되었고요. 그러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빌딩을 순식간에 올랐어요. 그곳에 제 일터가 있었습니다. 쾌적한 사무실, 아늑한 책상, 반가운 동료들이 있는 곳. 19년 간 회사생활을 하며 수없이 마주한,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의 풍경이죠.

그 풍경에 작별을 고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구독자님이 아시는 것처럼 퇴사를 하고 인어피스를 시작했으니까요.
을지로로 출근하던 직장인 시절 (왼쪽) /
인어피스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요즘 (오른쪽)
요즘 제 아침 풍경은 꽤 많이 달라졌어요. 기상 시간은 조금 더 늦어졌고 출근복장은 작업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빌딩을 오르는 게 아니라 내려간다는 사실이에요. 인어피스의 스튜디오(공방 겸 쇼룸)는 건물의 지하에 위치해 있거든요. 분주한 사무실이 아니라 나무 향기가 퍼지는 스튜디오에 들어선다는 점, 반가운 동료들의 아침 인사 대신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일과를 시작한다는 점도 달라진 것들 중 하나고요.

많은 분들이 두 가지 생활 중 어떤 것이 더 좋으냐고 물으세요.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둔 걸 후회하지는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후회하는 날이 왜 없겠어요. 동료들과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던 점심시간도, 따박따박 입금되던 월급(중요, 밑줄 쫙 별표 백 개)도 그립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회사원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 지금 저는 좋아하는 목공을 제한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고, 제 반려묘 소망이와 털복숭이 친구들을 위해 이리저리 가구를 만드는 게 무지하게(밑줄 쫙 별표 백만 개) 재밌거든요. 보람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이걸로 돈까지 벌고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 가지, 딱 한 가지만은 매일같이 그립습니다. 이것만은 꼭 되돌리고 싶어요. 바로바로..... 지상의 공기를 맡는 기쁨! 해가 뜨고, 지고, 비가 오고, 그치는 풍경을 내다보는 소소한 행복이요!

지하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목공 작업과 사무업무를 하다 보면 해가 지는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알 수 없어요. 가끔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회사원이었던 저, 지상인간이었던 저는 늘 너무 당연하게 누리던 것인데 말이죠. 역시 잃어봐야 귀함을 알게 되나 봅니다.

그리하여 요즘 제가 세운 목표는요. 바로 "지하인간 벗어나기"입니다. 열심히 가구를 만들고 더 많은 고객들을 만나서 인어피스 스튜디오를 얼른 지상으로 옮기는 것! 커버 가능한 월세, 큼직한 목공 기계도 들어가는 넓은 평수, 목재를 받아야 하니 무조건 1층, 가구제작하는 소음이 나도 무관한 건물-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니 여러모로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죠?

그렇지만 목표는 어디엔가 선언해야 이루어진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이렇게 첫 뉴스레터에 선언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지하인간을 벗어나 인어피스 스튜디오를 지상으로 옮기는 날, 오늘의 이 편지를 기억하며 구독자님과 빅허그를 나누고 싶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N E W S 
2024년 10월
인어피스 소식
인어피스의 첫 오프라인 행사 후기
- 2024 스타콘 페스타 @광화문광장 -
인어피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했어요. 지난번 강한 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어 참여할 수 있게 됐죠. 부스가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고 좋은 기회라는 걸 알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되더라고요.

일단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며칠 밖에 없었고요. 인어피스의 가구, 테이블, 책상 등 배치하기에 공간이 너무 한정적이었어요. 고민 끝에 이렇게 부스를 기획했습니다.
1. 주최 측에서 제공한 진열대를 없애고 공간을 작은 방처럼 꾸린다.
양쪽에 위치한 다른 부스를 보시면 진열대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지요? 공간을 꾸미기 전, 인어피스의 부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피가 작은 제품의 경우 진열대가 있으면 제품의 높이가 높아져 주목도를 올릴 수 있지만, 가구를 올려둘 순 없잖아요.
가구 진열을 포기하고 원목 소품을 제작해서 진열대 위에 올려두고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까도 잠깐 생각했었는데요. 인어피스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진열대를 없애고 작은 방처럼 공간을 꾸리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2. 부스 안으로 관람객의 진입을 유도하여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공간을 꾸려놔도 관람객들이 들어올까?'가 걱정됐어요. 박람회나 플리마켓에 들렀을 때 불쑥 들어가기 어려웠던 적이 저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바닥에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한) 화살표 스티커를 이어 붙여 진입을 유도했어요. 들어와서 가구를 만져보고 앉아볼 수도 있게요. 의자에 앉으면 가구 제작에 사용하는 원목조각들을 만져볼 수 있도록, 또 브랜드 홍보물들을 읽어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준비도 하고요.
3. 판매보다 브랜드를 인지에 중점을 둔다.
'플리마켓에서 원목가구 구매를 단번에 결정한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요? 더구나 처음 보는 브랜드라면요. 또 반려동물과 함께 쓰는 휴펫가구가 주요 제품인데,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분들이 들를 가능성도 많고요.
그래서 제품 판매를 권유하기보다 인어피스를 인지하고 제품을 경험하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브랜드카드 세트, 리무버블 스티커팩도 가져가실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반려동물이 없는 고객들의 반응이 더 좋았어요. "저만 고양이 없는 건가요?" 하시면서요. 곧 출시될 창작자를 위한 책상 '오마데(좌측에 엽서가 올려져 있는 책상세트)'과 강아지제품이 오픈되면 알람을 해달라고 요청한 고객들도 있어서 이 방향으로 진행하길 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 첫 오프라인 행사라 부족했던 점도, 아쉬웠던 점도 많았어요. 그만큼 배웠고 잘할 기회가 남아 있는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인어피스는 다가오는 11월 말에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in 마곡, 12월 초에는 고양이와 집사를 위한 축제, ‘궁디팡팡’에 참여합니다. 그때는 더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텔~ 레 비전에~ 인어피스가 나왔으면🎵
- KBS 다큐 출연 with 소망 -

지난 토요일, KBS 다큐 '2024 넥스트 라이콘의 탄생'에 출연했습니다. 1시간짜리 다큐에서 인어피스가 나온 것은 2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어찌나 뿌듯하던지 인오피스 레터에 자랑해봅니다(이러려고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일까요?). 


인어피스 스튜디오와 집을 오가며 분주히 촬영했는데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너무 멋지게 담아주셔서 감사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려묘이자 인어피스의 묘델인 소망이가 너무 짧게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더 예쁜 소망이 컷도 많았는데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집사님들이라면 아실 테지요. 딱 저 표정이 고양이가 엄청 만족하는 표정이라는 것을요.


다시보기 인어피스는 21분 45초부터 나와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편지를 쓰고, 보냅니다. 편지를 읽으시는 동안 작게나마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아래 갈색 버튼을 누르시고 짧은 답장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더욱 기쁠 거예요.

그럼 저는 11월에 인어피스의 새로운 희로애락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지상인간을 꿈꾸는 지하인간
박소연 드림
한 조각의 평화, 인어피스 
in.a.piece.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