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5일  (No. 583)
고객은 왕이지만 폭군까지 모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회사 서비스 최악이네요. 배송도 늦고 물건 상태도 엉망입니다." SNS에 우리 회사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와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나요. 아마도 여러분은 담당자를 불러 원인을 파악하고 사과문을 준비할 겁니다. 해당 고객에 대한 보상 방법도 논의하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직원의 이름과 얼굴이 노출된 글을 올려서 욕설과 함께 협박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이 두 가지 상황을 동일한 무게로 받아들이겠습니까? '고객은 왕'이고 '고객의 소리(VOC)'는 언제나 옳으니까요?

혹시나 여러분이 "그래도 고객인데... 회사 이미지를 보호해야 하니까 일단 덮자"라고 말하면 직원을 모욕한 고객을 달래려고 전전긍긍하지는 않았나요?

'서비스(혹은 제품) 불만'과 '인격 살인' 사이에는 명확한 선이 그어져야 합니다. 서비스 품질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비난은 아무리 거칠어도 우리가 감내하고 개선해야 할 업무 영역입니다. 하지만 직원 개인을 향한 욕설, 물리적 위협, 온라인 신상 공개(Doxxing)는 업무가 아니라 범죄이자 폭력입니다.


미시간 주립대와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공격적 행동(Customer Aggression)을 묵인하는 조직 문화는 직원들에게 심리적 계약 위반(Psychological Contract Breach)을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즉, "회사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직원은 고객을 적으로 간주하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선량한 일반 고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죠. 더욱이 개인 신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방관은 해당 직원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준의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많은 기업들이 '레드 라인'을 명확히 긋고 있습니다. 전에는 고객이 콜센터 상담원에게 욕을 해도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못 끊게 돼 있었지만, 지금은 "상담원에게 폭언 시 통화가 종료됩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고 상담원이 즉시 통화를 중단할 수 있게 바뀌었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의 연구진은 고객의 대우가 좋지 않을 때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직원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아주 명확했습니다. 리더가 부당한 고객에게 맞서 직원을 옹호하고 보호했을 때, 직원들의 조직 몰입도와 서비스 성과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반면, 리더가 "그래도 고객이니까 참아라"라며 방관하거나 고객 편을 들었을 때, 직원은 심각한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곧바로 이탈(이직)이나 서비스 사보타주(Service Sabotage)로 이어졌죠,

"서비스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직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단호히 거부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이 원칙이 올바로 실천될 때 직원들은 "회사가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 아래, 진짜 고객들의 불만(서비스 피드백)에 더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왕입니다. 하지만 폭군까지 왕으로 모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논문
Skarlicki, D. P., van Jaarsveld, D. D., & Walker, D. D. (2008). Getting even for customer mistreatment: The role of moral identity in the relationship between customer interpersonal injustice and employee sabotag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3(6), 1335.

Restubog, S. L. D., Bordia, P., & Tang, R. L. (2007). Behavioural outcomes of psychological contract breach in a non-western culture: The moderating role of equity sensitivity.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18(1), 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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