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소함입니다. 감사합니다.🙌
현진의 소소함(函)
안녕, 친애하는 지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드리는 안부.
7월의 마무리
복숭아와 자두가 익어 우리를 찾아온 시간입니다. 친애하는 지인들은 7월을 어떻게 보내셨을까요.
저는 인제야 계획이 조금은 풀리고 있는 듯한 감각을 가진 한 달이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 사회복지현장 실습이라는 관문으로 인해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던 시간은 제법 답답하고 저를 수렁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상반기 레터 중 마무리 란에 이런 답답함을 담은 레터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느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긴 교육을 연달아 수강하고 어찌 됐건 대학생의 신분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월급을 맛 본 사회인은 사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 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 답답함은 이번 달에 예정되어 있던 실습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기관도,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죠. 대신 실습이 확정되자마자 몰려오는 안도감에 드디어 무언가가 손에 잡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실습이 끝난 지금은 하반기를 기획해나갈 제 안의 힘이 만들어졌음을 느낍니다.

저를 슬프게 만든 막혀있던 상황이 시원하게 뚫리고 드디어 트인 길을 내놓았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참 단순해서 그 조금이나마 트인 길이 이렇게 반갑고 힘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하반기를 꾸려 나갈 생각입니다. 어떠한 일이 되었든 불안감은 한 번 맛보았으니 이제 비슷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덜 불안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지인들께서도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주문으로 하반기를 꾸릴 힘을 갖길 응원하겠습니다.
임시 가장의 주절
오늘의 헤드 사진은 임시 거주 중인 공간의 창밖 풍경입니다. 가끔 저 풍경을 멍하니 보며 살살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 저 혼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복지현장 실습을 시작하며 딱 하루 출퇴근해 보고 바로 지금의 장소로 짐을 옮겼습니다. 여유 있게 2시간은 마음먹어야 하는 출퇴근 거리를 이런 후줄근한 체력으로 버티기는 도저히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있는 장소는 실습처까지 걸어서 20분이면 가는 최상의 장소입니다. 역도 가깝고, 버스 정류장도 멀지 않습니다. 버스 타고 출근하면 10분이면 가고요. 하지만 역시 저의 네모난 삶은 녹록치 않습니다요.
전세 계약이 끝난 후 다른 전세 계약이 들어오기 전의 빈 집에서 한 달간 거주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빌라의 노후는 거론할 필요 없이, 전세가 빠진 집에는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 빠진 빨래건조대와 귀찮아서 두고 간 듯해 보이는 튼튼한 우산 두 개, 챙기는 걸 깜빡한 듯한 과도가 저를 반겼네요.
그 와중에 튼튼한 우산은 정말 튼튼한 장우산이라서 행복했던 저 자신이 어이없게도 갑자기 기억납니다.

에어컨도, 냉장고도, 조리도구도, 가구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제가 챙겨 온 아주 최소한의 생필품으로 출발하는 것은 예상보다는 지낼만 했습니다. 에어컨? 다행히 전 열기를 좋아하고 선풍기로도 충분했던 데다가 이번 7월이 무지막지하게 덥지는 않아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습한 날은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냉장고나 조리도구가 없는 것은 요리를 해먹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가구 역시 낮은 책상 하나를 챙겨 왔기에 노트북을 두들길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죠.
하지만 정말 저를 당황하게 한 것은 인터넷이었습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고 집이 빠진다는 건 인터넷도 사라진다는 의미였습니다. 20대의 인터넷 사용량을 10기가는 버틸 수 없었습니다. 부족할 것을 인지하고 아껴 썼음에도 데이터는 금방 동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킨 데이터가 불러온 초과 요금이 무시무시하게 제 목을 조여왔습니다. 결국 전 강제로 와이파이에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전화도 실습을 진행하며 생각보다 전화할 일이 많아 100분을 아껴 써야 해서 함부로 걸지도 못 했습니다. 남은 건 문자. 하지만 이 현대인들은 메신저에 익숙해진건지 문자는 또 딱히 건네지 않더군요. 그리고 카톡을 남겨놓으면 제가 다음날 꼬박 확인하여 답장한다는 것을 경험하더니 다들 제 상황에 적응하더라고요. 저보다 더 빨리 제 상황에 적응하여 앞다퉈 데이터 선물해주겠다는 지인들과 우다다 할 말을 남기고 사라진 지인들 덕분에 웃기면서도 뜻밖에도 인생 잘 살았네(?) 싶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는 못 받았습니다. 전 알뜰 요금제 유저거든요. 

이 모든 우여곡절을 뒤로 두고 임시 거주 공간에서 임기 가장으로써 어찌 됐건 저는 용감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매일같이 벌레, 모기와 전쟁을 펼쳤고 객관적으로도 안전이 의심되는 지역에서 1인 가구로 살아남고자 스스로에게 용기를 부여했습니다. 부족한 건 잇몸으로라도 살아야지 싶은 마음으로 각종 대안을 찾았습니다.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인데도 전국의 모든 1인 가구 가장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겨우 한 달만에 조금은 더 용감해진 제가 느껴지는데, 1인 가구 가장들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곧 다시 제 짐을 챙겨 본가로 돌아갑니다. 이것저것 없다고 투덜투덜 댔고 비록 라이프 밸런스는 부족했지만, 오롯하게 저 혼자 있는 공간에서 혼자 생활한 것은 처음이었고 꽤 적성에 맞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독립을 준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준비된 독립이라니 얼마나 배부른 소리고 아름다운 그림인지 싶지만요.
밑도 끝도 없이 쓸 수 있는 임시 가장의 일기는 이정도로 주절대보겠습니다.
현진의 변명
레터가 짧고 글만 한 바가지로 느껴지신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사실 짧으면 짧은대로 이유가 있겠거니 받아주실 지인분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제가 다 아쉬운 마음에 변명 아닌 변명을 읊어보자 합니다.
7월 한 달간 실습을 진행하며 매일 같이 퇴근 이후 길게는 4시간을 할애하여 과제를 하고, 하고 나면 다른 과제를 하니 지켜지지 않는 라이프 밸런스에 가장 먼저 내려놓은 건 사소한 일상이었습니다.
다이어리 쓰기, 레터 준비하기, 구독한 레터 매일 읽기....
이렇다보니 아무리 급하게 준비해도 최소 일주일은 정리하는 레터를 위해 이번 달의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약간이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터를 작성하는데에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레터의 분량을 줄이고 내용을 단순화하기로 결단하고 말았습니다. 나름 형식을 만들어 지켜오던 건데....속이 쓰립니다. 다음 달부터는 다시 재정비하여 원래의 형식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오락가락 현진의 소소함 구독자분들께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사람의 소소함, 어떠셨나요?
헛소리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어수선하고 어설픈 태도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현진 드림 -

p.s. 해당 레터는 언제든지 회신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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