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았던 6일차의 도쿄. 여행 중, 숙소를 총 세 번 이동했는데, 오늘은 두 번째 숙소로 향하는 날이었습니다. 첫 번째 숙소는 나카노에 위치해 중심부와 거리가 멀고, 잡지, 피규어 등이 많아 공기가 잘 순환되지는 않았지만, 아주 조용한 동네였고, 한 사람의 세계에 잠시 초대된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을 숙소였어요. 물론, 호텔이 훨씬 편리하지만 아직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개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장소를 더 찾게 되네요. (호텔, 파인 다이닝도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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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나카노 탐방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친구가 발견한 재즈카페와 어제 매장 직원분께서 추천해 주신 라멘집을 방문하기로 했어요. 숙소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재즈를 크게 들을 수 있는 카페, rompercicci. 구글맵에 no computer, headphones, earphones, talking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재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신이 났던 순간. 일본 영화에 나올 법한 차분하고 깔끔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던 rompercicci. 도쿄에서는 여자 사장님을 만나뵙기가 어려웠는데, 큰 캐리어를 가지고 온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사장님.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 사람이 없었지만 재즈를 감상하기 위해 말을 하지 않고, 음악을 감상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했던 카페. 적당한 친절, 도드라지지 않은 짜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재즈 그리고 엘피를 보며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아쉬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이라는 것, 진짜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라서 허상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이런 장소를 발견하면, 마음이 먼저 반응하네요. 한때는 제가 좋아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어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보니 취향은 우열의 문제가 아닌 시선의 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공간을 방문해도, 모두가 다르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럼에도 이런 개인적인 공간이 오래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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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뒤, 어제 만난 직원의 추천에 따라 라멘집으로 향했습니다.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눈 내리듯 떨어지는 벚꽃 덕분에 몇 번을 멈춰 서다 방문한 라멘집. 회사원 차림의 사람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라멘 중에 국물이 가장 진했고, 묵직한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중독성있어 계속 먹었어요. 옆에 앉은 손님께서 별도로 주문한 밥 위에 피클을 얹고, 라멘에 튀긴 파를 토핑으로 드시기에 따라 해봤는데 여러 가지 스타일로 즐길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시금치(?)가 토핑으로 함께 나와 덜 물렸던 라멘. 벽면에 가득한 명함을 보며, 점심시간 직장인의 작은 쉼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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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숙소까지 캐리어를 가지고 갈 수 없기에, 마지막 숙소 측에 양해를 구해 짐을 맡기고, 미타케산으로 향했습니다. 도쿄 끄트머리에 있어, 중심부로부터 4시간 정도 걸리는 여행 속의 여행. 혹여 지하철을 놓쳐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면서 도착한 미타케역. 딱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시간만 남아 있어, 급하게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여쭤보게 된 할머니와 친해져서 1시간 정도를 짧은 일본어와 파파코로 대화를 나누면서 산을 탔어요. ‘신사’와 ‘템플’의 차이에서부터, 욘사마, BTS까지 즐겁기만 했던 대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15분간 더 산을 올라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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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경험했던 템플 스테이 느낌보다는 푹 쉬기 좋은 산속의 숙소였는데, 식사도 대접받고, 간단하게 목욕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온전히 쉬기에 좋았습니다. 늦은 시간에 와서 여유롭게 즐기지 못했지만, 무탈하게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하루였어요.
함께한 두 친구 덕분에 재즈 카페도 방문하고, 도쿄의 산도 경험할 수 있었던 6일차.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은 여행. 한 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는 무탈한 하루처럼 느껴지지만, 꽤나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했던 하루. 시간이 지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결국에 좋았던 것 위주로 기억되는 것을 보면, 용기 내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Be Frindle!
3월 30일
프린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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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t Baker | Born to be B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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