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2024년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베니🌳’예요.

새해 여러분은 어떤 다짐을 하셨나요? 저의 작은 다짐 중 하나는 바로 ‘좋아하는 것 만들기’인데요. 취미라는 단어를 붙이면 이상하게 거리감이 들고 거창해 보여 길게 풀어냈어요.

좋아하는 것 하나 만드는 게 새해 다짐씩이나 되어 버린 이십 대의 저는,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명확했던 십 대의 저를 자꾸만 훔쳐보게 돼요.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 ‘우리 오빠들’이라고 외치던 저를요.

오늘은 저의 덕질을 회상하며 ‘아무튼, 아이돌’을 읽어 보려고 해요.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함께 만나러 가 보실까요?

※칸 안에 있는 문장은 책의 구절을 인용한 문장입니다!

※추천 노래를 들으며 뉴스레터를 읽어보세요! 뉴스레터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은 구원할 것이므로(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덕후로 사는 삶은 이로울 수밖에.

그 시절 저는 덕후의 숙명에 비애를 느꼈어요. 중학생 때였죠. 나의 이 커다란 사랑은 오빠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지도 않고, 주변에서는 시간 낭비에 돈 낭비라고 말하기 일쑤였거든요. 내가 아이돌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제 세상은 오빠들로 인해 굴러갔죠. 이미 수천 번 들은 노래를 또 들으며, 영상을 나노 단위로 쪼개 보며, 새로 뜬 떡밥을 확인하면서요.

돌이켜보면 덕질하는 모든 순간은 행복 그 자체였어요.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을 수없이 느꼈죠. 한창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저는 오빠들로 인해 행복한 중학생이 될 수 있었어요. 나의 아이돌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은 엄청나게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그 마음은 저를 너무 쉽게 구원으로 이끌고 말죠.

어린왕자의 명대사처럼, 티켓팅이라는 벽을 뚫고 콘서트에 가는 것이 확정된 순간부터 덕후는 행복해지기 시작해요. 몇 달 뒤 땡땡 경기장에서 만날 우리를 떠올리면 어떤 걱정도 눈 녹듯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나죠.

콘서트에서 느낀 감정은 언어로 옮겨 적을 수가 없어요. 벅찬 듯 슬프고, 또 너무 행복해서 쓰러질 것 같은 두세 시간.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과, 무대 아래에서 최선을 다하는 팬들이 더해져 완성되는 공연장, 순간이라 슬프고 그래서 행복했던 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답니다. 그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는걸 그때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늘이 파래서 햇살이 빛나서
내 눈물이 더 잘 보이나 봐
왜 나는 너인지 왜 하필 너인지
왜 너를 떠날 수가 없는지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오빠들은 모두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노래가 재생되면 멀리서 빛나고 반짝이는 사람들을 좇던 그때의 내 모습도 함께 따라온다. 멜로디 사이사이 끼어드는 나에게서 근심 없는 행복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