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8.23 | 64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대주주인 ARM 이라는 회사가 다음 달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뉴스를 보셨나요? 과거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져있지 않던 ARM 은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고, 2020년 엔비디아에 매각될 뻔 하다가 실패하면서 또 뉴스에 많이 언급됐어요. 오늘은 그래서 ARM 이라는 회사의 역사를 한번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왜냐면 ARM 의 역사를 알면 현재 테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거든요! 

   오늘의 에디션  
  1. ARM의 시작에 애플이 있었네
  2. 인텔에게 퇴짜맞은 애플
  3. ARM에 눈독 들인 손정의
  4. ARM의 IPO 성공할까?
  5. 한줄 브리핑

a silver apple with semiconductor <오픈AI/달리2>

ARM 의 시작에 애플이 있었네?

 

1978년 영국 캠브릿지에 ‘에이콘 컴퓨터’라는 회사가 설립됩니다. PC 의 태동기인 70년대 말 설립된 영국 로컬 컴퓨터 회사였는데요. 영국 방송사 BBC 가 대중 컴퓨터 교육을 위해 만든 ‘BBC 마이크로’를 만든 영국의 대표 컴퓨터 기업이었죠. 에이콘 컴퓨터는 자신들의 컴퓨터를 위해 직접 CPU(컴퓨터 프로세서)를 설계하게 되는데요. 당시의 주류 반도체 설계언어가 아닌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를 바탕으로 CPU 를 만들어요. 이름 그대로 줄어든 명령어로 되어 있어서 성능은 떨어지지만 전력은 덜 소모되었다고 해요. 1980년대만 해도 영국의 에이콘 컴퓨터의 RISC CPU 로 만들어진 PC 가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독자적인 컴퓨터 생태계를 구축한 에이콘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어떤 회사가 찾아오게되는데요. 바로 미국의 애플 컴퓨터! 당시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CEO 에서 쫓아내고 점점 강해지는 윈도우-인텔 CPU 기반의 PC 진영에 밀리고 있었는데요. 에이콘 컴퓨터에서 마침 애플이 필요한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에이콘 컴퓨터, 애플, 그리고 반도체협력사인 VLSI 가 합작을 해서 ARM(Acorn RISC Machine)을 1990년 설립합니다.   



애플은 일찍부터 휴대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플인사이더>

ARM 덕을 본 스티브 잡스 

ARM 이 설계한 반도체를 통해 애플이 1992년에 내놓은 것은 바로 휴대용 컴퓨터인 ‘뉴튼(Newton)’이었어요. 흑백이었지만 펜으로 쓰는 것을 인식하기도 하고,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라는 단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실망스러운 성능에 판매는 형편없었고 5년 만에 생산이 종료되었습니다.

 

뉴튼은 실패했지만 휴대용 기기에 적합한 반도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ARM 의 반도체는 휴대용 전자기기에 많이 쓰이는데요. 1994년 당시 휴대전화 시장 1위였던 노키아에 ARM 기반 반도체가 들어가면서 삼성, 샤프 등 에도 쓰이게 됩니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나고 12년만인 1997년 애플의 CEO 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 돌아와 보니 애플에서 투자한 ARM 이라는 회사가 잘 나가고 있었어요. 1998년엔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했어요. 애플이 당시 ARM 주식을 대부분 정리하면서 만든 자금은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해요.


ARM 의 주식을 팔아서 만든 돈으로 스티브 잡스가 만든 것은? 바로 2001년 세상에 나온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휴대용 기기인 아이팟에 당연히 ARM 설계로 만들어진 반도체가 들어갔습니다. 아이팟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ARM 의 힘은 조금 더 세졌습니다. 


2006년 매킨토시에 인텔 반도체를 탑재하기로한 자리에서 만난 스티브 잡스(왼쪽)와 폴 오텔리니 인텔 CEO. <9to5mac>

인텔에게 퇴짜 맞은 애플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진짜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이팟’이 아니었죠. MP3 플레이어이면서, 전화기 이면서, 웹 브라우저인 기기. 바로 ‘아이폰’이었어요. 근데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 기기에는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그는 당시 최고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CEO 폴 오텔리니(재임기간 2005년~2013년)를 찾아갑니다. 당시 애플은 매킨토시에 들어가는 CPU 를 인텔 것으로 바꿨을 정도로 인텔과 가까워진 상황.

 

🙍잡스 : 휴대용 컴퓨터에 들어갈 만한 반도체를 하나 설계해줘요.

👨‍🚀오텔리니 : 알겠어요… 어 근데.. 몇 대나 팔릴까요?

🙍잡스 : 한 200만대?

👨‍🚀오텔리니 : 그 정도면 우리 설계비용도 안나오겠는데요.. 안될 것 같아요. 

🙍잡스 : 그럼 괜찮은데 추천 좀 해줘요.

👨‍🚀오텔리니 : 전화기 만드는 삼성이 반도체도 만들던데요?

 

실제로는 오텔리니도 잡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해요. 하지만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서 포기했다고 해요. 그는 이 결정을 크게 후회하는데요. 이 결정은 인텔 뿐 아니라 전세계 테크의 방향을 그게 바꿔놓은 결정이었어요.

 

삼성전자를 찾아간 애플은 삼성이 개발한 반도체 AP(스마트폰의 CPU 같은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한데요) S5L8900 을 탑재해서 아이폰을 만들게되요. 1세대 아이폰의 AP 를 삼성전자가 만들었다는 것. 혹시 다들 알고 계셨나요? 🤣

 

삼성의 AP 는 당연히 ARM 설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아이폰의 대성공은 ARM 에게도 엄청난 성공이었죠. 그리고 ARM 기반의 AP 는 이후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도 쓰이면서 스마트폰 AP 는 ARM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공식이 확립됐습니다.


작년 12월 아리조나 TSMC 파운드리 착공식에서 만난 팀 쿡 애플 CEO와 웨이저자 TSMC CEO <AP통신>

애플의 반도체 독립선언

아이폰을 만들면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일까요? 스티브 잡스는 반도체 독립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요. 2010년 삼성의 AP 로부터 독립해서 자체 AP 인 A4 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사용하기 시작했고요. 10년 후인 2020년에는 직접 만든 데스크탑/랩탑용 CPU 인 M1 을 공개해서 인텔로부터도 독립해버려요.

 

그리고 이 모든 반도체의 생산은 삼성이나 인텔이 아닌 대만 파운드리 TSMC 에 맡겨버리면서 애플/TSMC 의 환상의 파트너십이 만들어져요.

 

만약 인텔이 애플 아이폰을 위해 반도체를 만들어줬으면 어땠을까요? 애플이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RM 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애플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기 쉬웠을 것 같아요. 또,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AP=ARM 설계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가장 큰 투자였던 ARM <로이터>

ARM 에 눈독 들인 손정의 회장


ARM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폰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ARM 기반의 저전력 반도체가 IoT(사물인터넷) 까지 확대되면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죠. 바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그는 상장기업인 ARM 을 무려 40% 의 프리미엄을 주고 234억 파운드(당시 약 35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혀요. 회사는 바로 상장폐지시켜버리죠.

 

지금 생각해보면 ARM 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손정의 회장의 전망은 맞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더 커졌고, ARM 기반의 반도체는 더 많은 곳에 들어가고 있어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서버에도 들어가고, 애플의 컴퓨터에도 들어가고, 자동차용 반도체에도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ARM 을 인수하면서 손정의 회장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요. 그건 ARM 이 큰 생태계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소유하거나 지배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애플, 삼성, 퀄컴, 아마존, 인텔, 엔비디아 모두 ARM 에 돈을 내면서 IP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 경쟁자 중 하나가 ARM 을 인수하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죠.

 

2020년 엔비디아가 ARM 을 400억달러에 비전펀드로부터 사들이기로 했을 때, 다른 회사들이 이를 반대하고 이들의 주장을 반독점 감독 당국이 받아들인 것은 이런 이유가 있어요.





반도체를 잘 모르던 영국 엔지니어들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ARM이었어요. <LowSpecGamer>


애플이 잘 된다고 ARM 도 잘 될까?

2023년 결국 ARM 이 다시 상장을 하는 것은 그 누구도 ARM 을 소유하기 어렵다는 것을 소프트뱅크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소프트뱅크는 자신을 포함해 테크기업들이 ARM 의 앵커 투자자로 들어와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소프트뱅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 8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를 상장과정에서 조달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초기에 ARM 의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것(앵커 투자자)이 중요해요.

 

그런데 ARM 은 여러가지로 불리한 상황에 있어요. 하나는 전체 반도체 시장이 수요 감소로 지금 안 좋다는 것이에요.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가 심각한데요. 이 시장의 대부분의 파이를 가져가는 애플은 ARM 설계 기반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사용료만 내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점점 더 잘되는 것이 ARM 에게는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해요. 왜냐면 애플의 경쟁자들로부터 더 많은 IP 사용료를 받고 있을테니까요. 

 

여기에 RISC-V 라는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진영이 등장했는데 이걸 사용하면 ARM 에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아직은 미미한 영향력이지만 ARM 의 경쟁상대가 등장한 것이죠.


과연 형님들이 ARM 의 주주가 되어줄까요? 

ARM 의 IPO 성공할까? 

 

21일 ARM 은 나스닥 상장을 위한 서류를 SEC 에 제출했는데요. 이 서류를 보면 소프트뱅크는 상당한 기간 동안 ARM 의 대주주 지위를 지키기로 한 것 같아요. 과거 비전펀드에 매각했었던 ARM 의 지분 25% 를 다시 사들이고, 전체지분의 10%만 상장을 시킬 것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주요고객인 애플, 삼성전자, 퀄컴, 인텔, 엔비디아, 아마존 등을 앵커투자자로 끌어들이고 이들의 돈으로 ARM 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인 것 같아요. 


600억달러 정도의 가치를 받는다면 미국 기업 시가총액에서 130위권. 대표적인 반도체 EDA(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놉시스, 카덴스와 비슷한 시가총액이 되는데요. 10억달러로 예상되는 공모자금이 생기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돈으로 ARM 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요즘 유행하는 AI 용 반도체 설계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하나 일텐데요. 엔비디아가 꽉 잡고있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보다는 스마트폰, PC에 들어가는 엣지 디바이스 반도체에 투자할 것 같아요. 


이 투자가 ARM 을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한번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똑같은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하고있지만 애플은 기초적인 라이선스만 가지고 독자적인 설계를 하고있고, 안드로이드 진영은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등이 제각각 스마트폰 AP 를 만들고 있죠. 아무래도 ARM 의 자체적인 설계능력이 좋아진다면 애플보다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미라클러님들은 ARM 의 상장과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의견이 있거나 오늘 제가 한 얘기 중 틀린 것이 있다면 피드백으로 남겨주시면 다음 주 레터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팔로알토네트웍스 실적 발표후 14% 급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보안기업인 팔로알토네트웍스가 올해 매출이 2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주가가 14% 급등했어요. 한국과 달리 보안산업은 미국 테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VM웨어, 엔비디아와 손잡고 프라이빗 AI 인프라 제공

가상화와 클라우드 기술의 원조인 VM웨어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생성형 AI 인프라를 기업들에게 제공하기로 했어요. 생성형 AI 가 AWS, MS 애저, 구글클라우드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주로 돌아가는데 반해 VM웨어는 이를 기업이 보유한 서버나 멀티클라우드에서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2년 간 접속 안 한 지메일 삭제"방침에 사용자들 반발 

지난 5월 휴면계정 상태인 지메일을 삭제하겠다고 밝힌 구글의 방침에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있어요. 구글은 유료계정이나 기업계정은 삭제하지 않고 무료 지메일 계정을 삭제할 예정이에요. 


맺음말

ARM 이라는 회사가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우연과 무모함의 연속이었어요. 영국의 작은 컴퓨터 회사가 자체적으로 CPU 를 설계한 것도 무모했고, RISC 라는 당시의 표준과 거리가 먼 방식의 반도체를 만든 것도 무모했어요. 지금처럼 전성비(전력대비 성능)가 중요한 시대가 올지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무모한 반도체를 애플이 관심을 갖게 됐고,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에 우연히 ARM 설계의 반도체가 들어갔고, 애플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하면서 ARM 은 지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IoT 같은 다양한 용도의 반도체 설계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ARM 의 역사를 보면서 저는 우연한 기회는 '무모한 사람'들에게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에 도전한다면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들이 있어요.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는 그 기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어요. 물론 영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도전하는 것에 뛰어들었을 때의 성공 가능성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것에 뛰어들었을 때의 성공 가능성 중 어느 것이 더 높을까요? 둘 다 그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후자가 아주 조금 높지 않을까요? 


오늘도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미라클러님들을 응원합니다! 무한도전~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전기) electricity, (electric)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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