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산도와 구조. 올바르게 숙성되어 아름다운 풍미를 가진 와인을 맛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운이 좋게도 와인이 취미인 친구가 있어서, 품종 별로 시음해 보는 시간을 종종 갖고는 합니다. 와인을 마실수록, 배울수록 마음먹게 되는 것 같아요. 이토록 잘 익은 와인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시간이 흘러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훌쩍 바뀌어도 그저 그렇게 늙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예쁘게 숙성되는 사람.

명장이 정성 들어 빚어낸 와인 한 병과도 같은 삶. 분위기를 달구는 적당한 농도를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게 오늘의 EGOT을 선물합니다. 올림픽공원 역에서 바뀐 계절을 맞이하고, 따듯한 음식을 맛보고, 깊은 드립 커피로 사색하고, 좋아하는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부디 많이 경험하고 돌아오시길. 계절처럼 한층 농익어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겨울이 성큼 다가오니 부드러운 양식이 생각나네요. 얼마 전 올림픽 공원 주변에서 친구와 자전거를 타다가 발견한 맛집을 소개해 드립니다. 파스타와 리조또가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YUP’. 맛있는 음식들로, 손님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매장에 들어서면 좌석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대형 원 테이블 하나를 마주할 수 있는데요. 테이블 하나에서 옹기종기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색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로는 수비드로 육즙 가득한 삼겹살과 다양한 가니시가 함께 나오는 ‘포크 밸리 스테이크’, 그리고 로제 떡볶이와 감자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엽 볶이’. 레몬 맥주 한 잔도 함께 즐겨봐도 좋겠네요.

“생각의 몰입을 돕는 맛과 향을 위해 직접 로스팅 합니다.” 틈틈이 생각나는 신상 카페, ‘이드커피’를 소개해 드려요. 자신을 귀찮게 하는 모든 요소를 끊어내고 잠시 동굴 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곳. 그래서 생각 정리하거나 고요하게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이드커피에 방문하면 좋다고.

아침마다 직접 반죽하고 직접 굽는 버터스카치 크루아상, 휘낭시에, 쿠키. 그리고 당연히 맛있어야 한다는 고집으로 탄생한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들이 있습니다. ‘영감’, ‘사색’, ‘일탈’ 등 커피의 맛과 향에 따라 붙여진 이름 또한 참 매력적이죠. 커피, 베이커리, 공간, 그리고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이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공간입니다. 친구와 차분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날에 방문해 보시길.

날이 갑작스레 추워지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하네요. 이럴 땐 다정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는 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봐도 좋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공원 옆 성내동에 위치한 보틀샵, ‘마이페이보릿보틀’을 추천해 드려요. 깊고 풍성한 향의 내추럴 와인들이 갖가지 준비되어 있어서, 와인 마니아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입니다.

소주는 속칭 ‘한 병 깠다’고 표현하고는 하지만, 와인은 그렇지 않죠. 대개 글라스 단위로 한 잔씩 나눠 마시고는 합니다. 오늘은 홀로 와인을 즐길 누군가를 위하여, 와인 마실 때 듣기 좋은 노래 한 곡을 추천드립니다. 중저음이 매우 매력적인 소울 팝, Teeks(틱스)의 ‘first time’를요.

뉴질랜드 출신으로, 마오리족의 피를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새와 산에 관련된 음악을 들면서 자란 Teeks(틱스). 그의 매력은 바로 호소력 짙은 ‘중저음’입니다. 그 보이스를 듣고 있으면 온 마음이 나른해지면서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괜스레 실감하게 되기도 하죠. 유난히 이 추위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이 곡을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은근한 재즈풍에 새삼 깨달으실 겁니다. 아, 크리스마스의 계절이 정말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