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영 민주평통 자문위원(이스라엘)   EUR 1,000

 이성옥 민주평통 자문위원(남아공)      USD 1,000

한인문화회관 개관 10주년 발전기금 명단에서 위와같이 정정사항이 있어 다시 알려드리며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한인문화회관을 아끼고 성원해주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무사히 행사를 마쳤습니다. 본 지면을 빌어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Korrekturen der Spenden-Liste zum 10-jährigen Jubiläum des KKH

Die Liste der Spenden zum 10. Jahrestag des KKH wurde aufgrund einiger Korrekturen erneut veröffentlicht. Dank des großen Interesses und der zahlreichen Spenden für das KKH konnten wir unsere Veranstaltungen erfolgreich durchführen. An dieser Stelle möchten wir Ihnen nochmals unseren tiefsten Dank aussprechen.

Mitteilungen der Koreanischen Schule in Wien

아래와 같이 <브런치하우스> 하계 영업시간을 안내하여 드립니다.

  6월   : 목-토 09:00~16:00 / 일 09:00~18:00

  7,8월 : 화-토 09:00~16:00 / 일 09:00~18:00

  (*7,8월 화창한 날씨일 경우 공휴일 및 금~일 21:00까지 운영) 

Sommer-Öffnungszeiten des <Brunch House>

Juni 2022

DO-SA 09:00~16:00 Uhr / SO 09:00~18:00 Uhr

Juli & August 2022

DI-SA 09:00~16:00 Uhr / SO 09:00~18:00 Uhr

 * Bei Schönwetter DO-SO bis 21:00 Uhr geöffnet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

사랑의 여러 빛깔

후고 볼프(Hugo Wolf, 1860-1903)는 피아노 음악에서의 쇼팽과 유사하게 가곡이라는 단일 장르의 스페셜리스트로 기억된다. 43년의 생애 동안 300여 편의 가곡을 제외하고는 단 한 편의 오페라와 몇 개의 기악음악을 남긴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같은 독일 가곡의 대표자들이 실내악과 교향악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볼프의 작품 세계는 다소 협소한 인상을 준다. 더욱이 동시대의 말러와 슈트라우스가 가곡을 토대로 삼아 각각 교향곡과 악극에서 빛나는 성취를 보여주었기에 볼프의 업적은 쉬이 그늘에 가려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독일 가곡의 역사에서, 나아가 세기말의 독일 문화사에서 볼프의 가곡은 심대한 의의를 지닌다. 그것은 첫째, 볼프의 가곡이 19세기 낭만가곡의 적통을 이어받아 그 표현가능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점, 둘째, 그 동안 가곡 장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표현양식을 가곡에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현대 가곡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는 점이다.

먼저 볼프가 19세기 낭만가곡의 계승자로 평가 받는 이유는 시와 음악의 일치라는 가곡 장르의 미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작품 활동 초기 볼프의 롤모델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이었다. 슈만은 독일가곡사에서 세밀한 시 읽기가 작곡가의 음악적 상상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작곡가이다. 그가 가곡사에 가져온 혁신은 단순한 심상의 묘사나, 감정의 모방을 뛰어넘어 시인의 숨은 의도와 문학적 수법까지도 적절히 음악화한 데 있다.

이러한 영향 아래 볼프는 슈만처럼 시적 완성도가 뛰어난 명작들을 가곡의 텍스트로 선별하고, 시인의 의도와 뉘앙스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작곡 방식, 간단히 말하면 문학 본위의 작곡 스타일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볼프에게 슈만은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가 습작 시절에 남긴 악보들 중 하나에는 “너무 슈만스럽다” 라는 볼프 자신의 메모가 남아 있다. 슈만의 영향 아래 가곡에 눈을 떴으나 이제는 슈만을 극복해야 함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Youtube Link : Hugo Wolf - Italienisches Liederbuch: I.2014.11.8 Elly Ameling 

볼프 가곡의 스타일이 완성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영향이었다. 볼프를 비롯한 젊은 음악가들은 당대의 블록버스터라 할 만한 바그너의 악극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 게임과 경쟁의 요소에 충실한 대중적 플롯, 기독교와 낭만주의라는 익숙한 문화맥락, 좌중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 뛰어난 개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들과 신화적 아우라를 덧입혀주는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과 극이 하나의 완결된 총체를 이루도록 구성된 극작 및 작곡기술 등 바그너는 그 자체로 현대 예술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바그너의 종합예술작품에 깊이 경도된 볼프는 이제 바그너의 성악 기법, 즉 낭송조에 착안하여 새로운 가곡 양식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그런 볼프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 곧 <이탈리아 가곡집>이다. 볼프는 작품을 다음의 말로 소개한다. 

“따뜻한 심장이 이 남쪽 꼬마들의 자그마한 몸 속에서 박동치고 있다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겼어도 저희들의 독일적 뿌리를 부정할 순 없을 거야. 물론이지, 제 아무리 이탈리아의 태양이 비춘다 해도 그들의 심장은 독일어로 뛰고 있거든.”

내용은 이탈리아적인 사랑을 다루지만 동시에 독일 음악의 전통이 된 바그너의 낭송조를 가장 세련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비엔나 중앙묘지에 안치된 후고 볼프의 묘지

낭송조란 노래다운 선율인 아리아와 보고적인 낭독인 레치타티보가 서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형태의 가창법을 말한다. 본래 낭송조는 노래 선율과 언어적 음조를 통합하여 악극을 중단 없는 하나의 거대한 총체로 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볼프는 바그너와 반대로 시어의 섬세한 뉘앙스와 자연스러운 언어적 흐름을 살리는 방향으로 낭송조를 활용했다.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이탈리아 가곡집>은 새로운 작품이었다. 일반적으로 독일 가곡에서 그려지는 사랑의 모습은 진지하고 진실하며 변치 않는 신실한 사랑이었다. 슈베르트가 그린 꿈결 같은 순애보적 사랑의 모습도 있고, 슈만의 열정적인 고백도 떠오르지만, 역시 신실한 사랑을 가장 즐겨 다룬 작곡가는 브람스다.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사랑이다. 독일인들이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탈리아인들은 사랑은 변하니 있을 때 잘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은 사람은 누구나 변하지 않던가.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지면, 성숙하거나 퇴행하거나 그도 아니면 그저 변덕 때문에, 우연 때문에…… 그러니 현실 감각이 투철한 이탈리아인들이 보기에 변치 않는 사랑은 너무나 먼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독일인의 신실한 사랑과 이탈리아인의 역동적인 사랑. 두 가지 사랑은 볼프 이전에도 숱한 오페라와 가곡의 주제가 되어 왔다. 

Youtube Link : Hugo Wolf - "Italienische Serenade" Jose Ignacio H. 2016.6.5

브람스를 싫어했기 때문일까. 열렬한 바그너 추종자였던 볼프는 사랑을 그릴 때에도 브람스와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

그에게 진지하고 신실한 사랑은 숨 막히는 것이었다. 차라리 열정적인 사랑고백, 가벼운 장난질, 허세, 질투, 사랑싸움 등이 시시콜콜하게 그려지는 것이 사랑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볼프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사랑의 정서를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포착한다. 곧 깨질 듯 여린 애상에서 갑작스러운 폭발, 고소함, 고삐 풀린 쾌재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더없이 생생하고 디테일하다.

전곡의 모토가 되는 첫 곡의 표현처럼, 작품은 미덕이라든지, 자그마한 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독일적인 진지함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여러 빛깔이 곡마다 반짝인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이탈리아 가곡집>은 적절한 번역만 더해진다면 누구나 공감하며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전체 46개의 가곡은 남자의 사랑고백, 여자의 거절과 밀당(!),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가족들로 인한 다툼, 남자의 한눈 팔기, 여자의 맞불, 화해 등 사랑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면을 그린다. 바람직한 모습 보다는 실제로 있을 법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세레나데를 부른다. 여자는 튕긴다. 실망한 남자가 세레나데를 포기한다. ‘어? 이게 아닌데!’ 싶은 여자가 짜증을 낸다. 작은 반응, 반응들이 이어져 여백이 많은 줄거리가 형성되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오늘날의 청춘남녀들도 늘상 경험하는 일이어서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Youtube Linke : Hugo Wolf - Mignon, 2019.8.13. Amphora Rope

우리가 하는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 분명히 좋아서 만난 것인데, 막상 거리가 가까워지니 ‘결점’이 보인다. 이탈리아나 독일이라 해서 시댁 문제가 없을 리가 있겠는가. 그렇게 기대가 깨어지는 상황, 예비 ‘시댁 식구들’, ‘처가 식구들’로 인한 다툼, 사소하지만 엄청나게 거슬리는 것들, 급기야 다른 사람에게 한 눈을 팔고, 잘난 척을 하고 서로 죽자고 싸우는 일까지 노래 속에 펼쳐진다.

우리가 실제로 겪는 사랑은 이처럼 복잡, 미묘하다. 하나의 전형적이고 순수한 감정보다는 서로 모순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이 하나의 맥락에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기쁨, 순수한 슬픔보다는 무엇인가가 많이 섞인 기쁨, 슬픔들이 더 호소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뭔가 뒤가 개운하지 않은 기쁨이라든지, 엄살을 잔뜩 부리는 슬픔이라든지, 갑자기 내 주위에 생겨난 ‘낯선 이웃’들에게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감정적 전략들이 일상적인 차원에서까지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결국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은 이 같은 복합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명작이라 할 수 있다.

[完]

Youtube Link : Hugo Wolf, 2021.3.19. Jose Ignacio H. 

"Penthesilea" - Symphonic Poem after Heinrich von Kleist (188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