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81 잘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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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s Sneddon

작가로서 종종 강연을 한다. 그중 시작 전부터 ‘이 강연은 별로 성공적이지 않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가끔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주제가 좀 두루뭉술할 때, 강연 시간대가 애매할 때, 날씨가 너무 좋거나 너무 궂은 날 강연이 진행될 때, 그리고 강연의 주요 참석자가 청소년일 때.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지기에 일단 나는 그들보다 나이가 너무 많은 어른인 데다가 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보통 강연에 자발적으로 참석 하기보다 부모님이 신청해서, 학교에서 잡아놓은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오곤 한다. 한 마디로 강연 대상이 청소년일 때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예감이 드는 건 근본적으로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 또는 다른 어른들의 문제인 것이다.

청소년기에 갖는 다양한 고민에 관한 책 <어른이 되면 고민이 끝날까?>를 내고 청소년 앞에서 강연할 기회가 올해 초에도 몇 번 있었다. 날씨가 아주 좋았던 토요일의 이른 아침, 파주의 한 도서관에서 진행한 강연에는 사전 신청 인원의 절반 정도가 참석했다. 강연자로서 약간 힘이 빠졌으나 아무튼 강연은 무사히, 즐겁게 마쳤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 안산의 한 도서관에서 강연하기로 했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참석한다면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이지만, '오늘도 사람이 많이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강연 시작 전부터 조금 풀이 죽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연장에 들어서자 성인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각각 중학생 딸, 고등학생 딸, 어머님으로 추정되는 세 사람이 급하게 강연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청소년 대상 강연에 부모님이 동행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기에 그날은 더욱 그랬다. 자리에 부모님이 있다면 청소년 독자들이 과연 마음 놓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오늘도 힘든 시간이 될 수 있겠군. 마음속으로 그런 각오를 하며 강연을 막 시작하려 할 때쯤 어린이 한 명이 뛰어들어왔다. 사서 선생님이 어린이에게 물었다. “친구,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이 강연에는 직접 신청해서 온 거예요?” 어린이는 자신은 초등학교 3학년이며,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강연을 직접 신청해서 왔다고 알려주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덜컥 걱정이 됐다. 저 어린이가 이 강연을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혹시라도 집중을 못해서 강연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면 어쩌지? 근심 속에 강연을 시작했다.

복잡하면서도 풍성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비밀의 언덕>

<어른이 되면 고민이 끝날까?>는 고민에 관한 책이자, 내 취약함을 드러내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으로 강연할 때면 참석자들에게 ‘나의 고민’을 써보고, 다른 사람들과 그 고민을 돌려 읽으며 포스트잇에 코멘트를 써서 서로 나누게끔 한다. 의외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내 고민을 털어놓는 데 용감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서다.

그날은 나도 최초로 고민을 썼다. “저는 책도 쓰고 회사도 운영하는데요,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가끔 불안할 때가 있어요. 하나의 일을 똑바로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글을 더 열심히 써서 더 좋은 작가, 더 유명한 작가가 돼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이 내 글을 돌려 읽는 모습을 보자 이상하게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글이 한 바퀴 돌아 내게 돌아왔을 때, 종이에는 총 여섯 장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그래도 뭔가를 실행한다는 게 대단한 용기인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저는 한 직장에 오랫동안 다녔던 터라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이런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아예 몰랐어요. 오히려 저는 제 상황이 불안하거든요.” 어른들이 쓴 게 분명한 코멘트를 읽으며 살짝 웃음이 났다.

다른 포스트잇으로 눈길을 돌리다 가장 서툰 글씨에 눈이 멈췄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근데 지금 작가 활동도 되게 잘하시는 거 같은데요?” 아마 초등학교 3학년인 어린이가 쓴 것 같은 그 짧은 문장을 본 순간, 잠깐 눈물이 터져나올 뻔했다. 기다려온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 문장은 인사치레에 가까운 응원도, 으레껏 건넨 위로도 아니었다. 어린이가 내 강연을 들으며 느낀 바를 담아 내게 남긴 진심의 메시지였다. 어린이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나 진짜 잘하고 있는 게 맞구나. 그렇게 믿으면서 계속 해도 되겠구나. 어린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포스트잇이 붙은 종이를 소중하게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 안에서 계속 그 문장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눠보지도 않고 그가 강연을 따라오기 힘들 거라고,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 분위기를 해칠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했던 내 선입견에 관해서도 오랫동안 곱씹었다.

칠곡의 한 중학교에 강연하러 갔을 때, 나를 초대해 준 선생님은 함께 기차역으로 가는 차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별로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아 솔직히 작가님 책도 안 읽고 올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엄청 열심히 읽고 와서 작가님 말에도 잘 집중하더라고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고, 그걸 모두 겪어보지 않고 ‘이 학생은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알지도 못하면서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이 친구가 과연 이 강연에 적합한 참석자일까?’를 의심한 못난 어른에게 어린이는 오랫동안 용기가 될 메시지를 적어주었다. 그가 그날의 경험을 얼마나 길게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매우 긴 시간 동안 간직하게 될 것 같다. 어린이가 내 글에 붙여준 포스트잇은 이제 내 책상 앞 벽에 붙어 있다. 문득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마다 그걸 본다. '근데 지금 작가 활동도 되게 잘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렇죠? 저 되게 잘하죠? 절로 어깨를 펴고 허리를 세우게 된다.

Writer 황효진

책부터 팟캐스트까지 세심하고 다정한 시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때때로 실패하며 배우는 기획자이자 작가.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운영 중이다.

- <엘르> 2023년, 11월호 발췌

ALL DAY 나 홀로 생일 밥상!_+보이스

11월 엘르의 생달을 맞이하여 소개하는 생일 밥상 레시피

생일상의 정석

- 골든 퀸 쌀로 지은 솥밥

재료 골든 퀸 흰쌀 · 물 1컵씩

1 쌀을 잘 씻어 물에 한두 시간 불린다.

2 솥에 쌀과 물을 넣고 불에 약 15분간 익히고,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 성게 미역국

재료 불린 미역 100g, 물 3컵, 참기름 · 성게 2큰술씩, 마늘 1작은술

1 불린 미역의 물기를 꼭 짜서 냄비에 참기름과 함께 넣어 중간 불로 약 2~3분간 볶는다.

2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마늘을 넣어 15분간 끓인다.

3 성게를 넣고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 케일 샐러드 가득 올린 바싹 불고기와 감식초 드레싱

재료 소불고깃감 200g, 불고기 양념(어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 다진 파 1작은술씩, 설탕 약간), 베이비 케일과 베이비 채소 1컵, 설탕 약간, 드레싱(식초 · 포도씨유 · 감식초 2큰술씩, 참기름 · 맑은 간장 1큰술씩, 다진 달래·꿀 1작은술씩, 다진 마늘 약간)

1 소불고기를 약 2cm 자르고, 양념을 넣어 냉장고에 한두 시간 재운다.

2 드레싱 재료를 섞어 드레싱을 만들고, 야채는 잘 씻어 물기를 없앤다.

3 팬에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불고기를 한 입 사이즈로 납작하게 만들어 노릇하게 굽는다.

4 잣을 잘게 다진다.

5 플레이트에 3의 불고기와 야채를 담고 다진 잣을 뿌린다.

내 건강은 내가 챙기는 상

재료 문어 200g, 카펠리니 파스타 80g, 꽈리고추 7개, 올리브 3알, 올리브오일 반 컵,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양파 · 다진 안초비 1작은술씩, 감태 가루 · 후추 약간씩

1 문어를 세척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올리브오일 2큰술과 후추를 뿌려둔다.

2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넣고 3~5분간 알단테로 삶아낸다.

3 올리브는 적당한 굵기로 썰어둔다.

4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1의 문어를 노릇하게 구워낸다.

5 4의 기름에 꽈리고추를 구운 후 꺼내고,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볶다가 투명하게 익으면 파스타 면과 안초비를 넣어 잘 섞는다.

6 플레이트에 담아 감태 가루를 뿌린다.

기분 좋게 단짠단짠

재료 청무화과 4개, 사워 브레드 2쪽, 무화과 시골 빵 슬라이스 4쪽, 아보카도 1개, 페타 치즈 · 마스카르포네 치즈 100g씩, 청귤 즙 · 올리브오일 · 검은깨 2큰술씩, 소금 · 후추 · 연유 · 설탕 약간씩

1 사워 브레드와 무화과 시골 빵을 슬라이스해 노릇하게 구워낸다.

2 아보카도는 손으로 부수며 굵게 으깨고 페타 치즈와 청귤즙,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3 청무화과를 반으로 잘라 설탕을 묻히고 토치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4 검은깨를 절구에 빻아 가루로 만들고,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연유를 넣고 잘 섞는다.

5 플레이트에 브레드와 무화과, 두 가지 딥 소스를 담고 마스카르포네 딥 소스 위에 벌꿀 칩을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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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님의 생일 축하 메시지_비하인드 더 보이스

@raychan

31번째 생일을 맞아 아리님이 보내온 구독자 보이스를 소개합니다.

📢아리가 뭔가요? 엘르보이스는 구독자님을 '메아리'로 부른답니다. (줄여서 아리님!) '여성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멀리까지 뻗어나가 혼자 웅크린 많은 이들에게 닿게 된다'는 뜻으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아리님들의 이야기와 함께 뉴스레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답니다.

'메아리' 역시도 아리님이 직접 지어준 구독자 애칭!

💃🏻"익숙하게 접해온 '엘르'가 프랑스어로 "여성"을 의미한다는 말에 괜히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되네요. 엘르의 31주년을 축하하며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전달되길 바라봅니다."

🎉"나랑 동갑인 엘르 생일 너무 축하해ㅎㅎㅎㅎㅎ 항상 좋은 글 좋은 말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같이 해줬으면 좋겠어!!"

✍🏻"엘르의 서른한 살을 축하합니다! 곽민지님 에세이를 보니 엘르는 한 살 때부터터 여성들의 든든한 동료이자 언니였군요:) 앞으로도 함께 나이 들어가며 여성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함께해 주세요!"

📩"엘르야! 이번 뉴스레터도 잘 봤어! 이렇게 좋은 정보 주는 네가 생일을 맞았다니 나도 기뻐ㅎㅎㅎ 언제나 내 곁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주는 거 늘 고마워~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31번째 생일이라니! 제 나이보다 많은 세월을 버텨오고 살아온 엘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 많은 여성의 삶에 함께했듯, 앞으로도 좋을 글과 이미지로 찾아와 주세요 :)"

📚"엘르야 생일 축하해! 네 덕분에 멋진 여자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들을 롤모델로로 삼고 열심히 발전하고있어ㅎㅎㅎ 고마워 늘 함께하자"

💚"'여성의 삶에 레퍼런스를!' 이라는 문구에 매료되어 엘르보이스를구독한 지 어언 반년이네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숫자와 상관없이이 제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

📒"스티비 뉴스레터 홍보지를 보고 엘르 뉴스레터를 구독했어요. 구독하자마자 엘르의 31번째 생일을 축하할 수 있어서 기뻐요. 저에게 1945라는 숫자는 앞으로 더욱 큰 의미를 줄 것 같아요. 엘르 생일 축하해요!"

😃"엘르 31번째 생일축하합니다💕"

🎤"'늘 여성의 곁에 있었고, 여성의 관심사에 가장 빠르게 응답했으며 동시에 여성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를 잊지 않았던 <엘르>의 이인상 깊네요. 31명의 인터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엘르가 앞으로도 번창하기를! 생일 축하합니다."

📢"31번째 생일 축하합니다.^^ 사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도 편견이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하는데요. 엘르보이스가 그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 소식을 받을 때마다 괜히 마음으로 응원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더 많은 목소리를 대변해주세요. 감사하고,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뉴스레터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보내주신 목소리를 나눠 읽으며 엘르와 엘르보이스를 만드는 팀원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동시대 여성의 삶 속 레퍼런스를 전하는 엘르보이스가 되겠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벤트 당첨자 안내]

축하드립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끝자리로 당첨을 확인하세요. 이벤트 응모 시 기입해주신 번호로 아메리카노 교환권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이*정 5584, 김*인 1427, 박*희 7333, 이*린 1264, 최*애 0262,

홍*주 3698, 김*범 0131, 조*주 1468, 이*림 6253, 황*우 8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