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일  (No. 587)
효율이 굶주림을 더 늘린다

한쪽에서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무료 급식소(food bank)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서 있는 바로 그때, 다른 한쪽에서는 멀쩡한 우유가 하수구로 쏟아져 버려지고, 수 톤의 신선한 채소가 그대로 밭에서 갈아엎어지거나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원이 부족해서 빈곤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즉, 문제는 '부족'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효율'이라는 것을 말이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정부 효율성(Government Efficiency)'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며, 불법 체류자를 단속해 법 집행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장부상으로는 완벽한 '비용 절감' 계획처럼 보이는데요,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형적인 '부분 최적화(Sub-optimization)의 오류'입니다. 정부는 '인건비 절감'과 '법 집행 효율'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농업 현장을 지탱하던 이민자 노동력이 급격히 증발하고 말았죠.


숙련된 일손이 사라지자 수확의 골든타임을 놓친 작물들은 폐기물로 전락했습니다. 물류비용을 아끼려던 시도는 운송 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졌고, 결국 식량은 필요한 곳에 닿지 못했습니다. 장부상의 숫자를 줄이려다,국가 전체의 '식량 안보'와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거대한 가치를 훼손한 것입니다. 과정은 효율적이었을지 몰라도 결과는 최악의 비효과(Ineffectiveness)를 낳았습니다.

기업에서도 이런 '트럼프 식 효율화'가 기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묻지마식 원가 절감(Blind Cost Cutting)'입니다. 경영진이 "올해 구매 비용 20% 절감"이라는 목표를 하달하면 실무자들은 기존의 우수한 공급업체를 내치고 검증되지 않는 저가 업체로 공급선을 변경합니다. 당장 재무제표상의 비용은 줄어들겠지만, 불량률이 치솟고, 납기가 지연되며, 고객 클레임이 폭주하겠죠. 결국 회사의 브랜드 가치라는 막대한 자산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효율 추구가 회사를 망하게 만들 수도 있죠.

개인의 차원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는 습관을 경계해야 합니다. 시간관리에 집착하는 직장인들이 종종 있는데요, 이들은 캘린더에 빈틈없이 일정을 채우고, 1분 1초를 아껴가며 수많은 일을 처리합니다. '바쁨'을 '생산성'으로 착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정작 중요한 사안을 깊이 고민할 시간이나 주변인들과 여유있게 신뢰를 쌓지 못합니다. 결과물의 품질이 좋을 리가 없겠죠. 빨리 가려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 겁니다.

피터 드러커는《결과를 위한 경영(Managing for Results)》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일을 매우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은 없다(There is nothing so useless as doing efficiently that which should not be done at all)."

진정한 효율은 단순히 인풋을 줄이는 게 아닙니다. 아웃풋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여러분이 추구할 효율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현재 줄이려는 비용이나 시간이 혹시 더 큰 가치를 갉아먹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Broad Leib, E. (2025, January). As US hunger rises, Trump administration's efficiency goals cause massive food waste. The Conversation. https://theconversation.com/as-us-hunger-rises-trump-administrations-efficiency-goals-cause-massive-food-waste-27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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