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많은 평행우주와 나란히 있는 걸까요?
APR 18, 2025
봄은 깜짝할 사이 불쑥 찾아옵니다. 4월의 첫 금요일,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이 있었지요. 매년 걷잡을 수 없이 추워지고 더워지는 한 해 한 해 속, 지난겨울 역시 살이 에일 정도로 시렸습니다. 그래서 더 봄소식이 반갑더라구요.

삶을 살아가며 정치가 얼마나 일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점점 깨닫게 됩니다. 지난 12월 주말 내내 시위에 나가며 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를 헛먹는 건 아닌 건지 내 삶에 엮이거나, 스치거나, 혹은 전혀 마주칠 일 없는 다른 삶의 형태도 살아갈수록 어렴풋이 떠올려보곤 합니다.

흔히 사람을 일컬어 우주라고 합니다. 셀 수 없는 각자의 고유성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우주와 같다는 의미인데요. 저는 특히나 ‘모두가 보이지 않는 각자의 싸움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염두에 두려고 합니다. 그 모든 각각의 우주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사실은 가끔 아득하기도,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그 눈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보도록 할까요. 평행우주라고 하죠. 어떤 우주에 병행해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를 의미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선상에 위치한 다른 세계라고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평행우주와 나란히 있는 걸까요? 그 평행우주들은 영원히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우리의 모든 선택과 맞물려 있기도 합니다. 두 가지 선택지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이번 평행우주에 발을 디디는 셈이에요.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나의 우주가 바뀌어 버리고, 시간을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많은 선택도 양자택일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얼마 전 한창 벚꽃이 만개했을 때, 팔랑거리며 느릿느릿 떨어지는 벚꽃잎에 햇빛이 잔잔하게 비추는 풍경을 보면서 어쩐지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때 이곳에서 벚꽃을 보지 않는 다른 우주의 내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매몰된 일상에 치우쳐 가끔 반항심이 일 때면 곧잘 지금의 나를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곤 합니다.

최근 헬스장에 다시 다니면서 한동안 신지 않았던 크로스핏화를 꺼내 오랜만에 신었는데요. 간만에 신은 운동화라 혹시 신발 끈이 풀린 건 아닌지 확인해 보려는데 신발 끈 끄트머리가 매듭 안쪽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거예요. 마치 과거의 내가 신발 끈을 확인하는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말처럼요.

그렇게 한 발짝씩 내디뎌서 내 우주를 엮어 가는 겁니다. 자의이건, 타의이건 과거의 수많은 선택이 쌓이고 굳어져 지금 나만의 우주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대견하기도, 놀랍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돌아와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순간마저도 각개의 우주인 우리의 선택이 모여 단단한 힘이 된 거라고 믿어요. 그렇다면 축하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제 파면 정식은 평소 자주 해 먹는 대파 파스타로 정했습니다. 특별함을 담아서 이번에는 파를 좀 더 수북하게 썰었어요. 

봄은 언제나처럼 금방 지나갈 테고 금세 또 기록을 경신할 무더위와 강추위가 번갈아 찾아오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고 그 선택에 각자의 감상을 덧칠하면서 시간을 쌓아가겠죠. 오늘 그 선택 중 하나를 대파 파스타로 골라보면 어떨까요?
파를 더 듬뿍 넣은 대파 파스타

재료

(필수)

파스타 1인분
대파 1개
버터 30g

레몬즙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파스타는 패키지에 적힌 시간만큼 잘 삶아줍니다.
2. 대파는 쫑쫑 썰어줍니다.

3. 버터를 팬에 녹이고 약불로 대파를 부드럽게 볶아 익혀줍니다.
4. 대파에 소금간을 한 다음, 파스타와 면수를 차례로 넣어 점도 있는 소스가 면에 코팅되도록 볶습니다.
5. 버터 대파 소스가 면에 잘 코팅되었다면 불을 끄고 레몬즙을 넣습니다.

6.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완성! 

파에 충실한 저의 파면 정식 어때요? 파의 맵싸한 맛은 버터에 살포시 녹아 달큰하고 크리미한 맛이 되었어요. 화이트 와인과도 아주 잘 어울린답니다! 여러분의 파면 정식은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세요🥳

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듣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제가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더 확인할 수 있어요!
R.DAM
artist.rdam@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