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K입니다.

지난주부터 소개해 드리고 있는 고대근동 언어학자 송민원 교수의 『히브리어의 시간』이 드디어 오늘, 출간되었습니다. 성경 속 히브리어 어휘에 담긴 고대 이스라엘의 독특한 생각들을 풀어내는 이 책은 총 세 개의 장, 스물네 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장은 ‘히브리어에 반영된 하나님 이해’, ‘히브리어에 반영된 인간 이해’, ‘언어 표현에 나타난 히브리적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의 복음]에서는 히브리어 어휘를 통해 하나님에 대해 고찰하는 1장의 한 대목을 전해 드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인간에 대해 다루는 2장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난민과 고대 이스라엘의 여성상 등을 다루며 논의가 여러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현대 사회의 쟁점까지 포괄하는 2장에서는 말씀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오해를 타파하고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주제가 풍성한 만큼 어떤 부분을 소개해 드릴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 끝에 최초의 인간, ‘아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독자님의 생각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월요일의 복음] 시작하겠습니다.

아담은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인간입니다. 성경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침묵합니다. 키가 큰지, 팔등신인지, 조각 미남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음 그림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벽화 중 일부입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 「아담의 창조」(Creazione di Adamo), 1511.

이와 같은 작품에 나타난 아담의 모습은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아담의 외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것일까요? 사실 성경에 아담의 외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일한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의 ‘피부색’에 관한 것입니다.

아담의 의미

성경에서 ‘아담’이라는 단어는 크게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첫 번째 의미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포괄하는 창세기 1장의 아담입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아담)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아담)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6-27). 

창세기 1:26-27에서 사용된 아담은 남자와 여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를 포함해 창세기 1장의 아담은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을 가리키기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류 전체’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창세기 2장의 아담은 개체로서의 ‘남자’를 가리킵니다. 땅을 가꾸는 농사꾼의 역할이 이 아담에게 주어지는데(창 2:5, 15) 이는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남자에게 부여된 역할이었습니다. 또한 이 아담에게서 여자가 새로이 ‘창조’되었기 때문에(창 2:22) 창세기 2장의 아담은 ‘남자’로 번역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게다가 창세기 2장의 아담은 정관사와 함께 쓰이므로 보통명사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세기 4장과 5장, 그리고 역대상 1장에서 사용된 아담은 사람 이름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입니다. 이때에는 정관사 없이 쓰였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아담을 사람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히브리어에서 하나의 단어가 보통명사와 고유명사로 모두 쓰이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보통명사 가운데서도 추상명사가 신들의 이름이나 별칭으로 쓰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아담의 어원

히브리어 아담은 ‘알레프-달렛-멤’( דאם )이라는 어근에서 유래했습니다. 히브리어의 어근은 이처럼 세 개의 자음으로 구성되는데, 이렇게 구성되는 어근은 ‘의미’를 이루는 뿌리가 됩니다. ‘아담’의 뿌리가 되는 이 어근은 ‘붉다’(red, reddish), ‘검붉다’(brown-reddish)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요. 이는 동사로 쓰여 붉은 산호를 가리키거나(애 4:7) 붉은 물을 들인 숫양의 가죽(출 25:5, 26:14, 35:7, 23, 36:19, 39:34)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사야서의 잘 알려진 구절 “너희의 죄가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희게 되리라”(사 1:18)는 구절에서도 ‘알레프-달렛-멤’이 동사로 사용되었습니다.

붉은색 땅을 일컫는 단어 역시 같은 어근에서 유래한 ‘아다마’입니다. 일반적으로 땅을 가리키는 ‘에레츠’와 달리 아다마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옥한 땅을 가리킵니다. 고대 가나안에 살던 사람들에게 토양은 크게 두 가지, 곧 희고 옅은 땅과 붉은 땅으로 나뉩니다. 이 두 토양의 가장 큰 차이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지요. 옅은 색 토양은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사막인 데 반해 붉은색 땅은 옥토입니다.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아래쪽 사진의 토양이 확연하게 붉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사진 모두 이스라엘 남부의 팀나 계곡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두 가지 색깔의 토양이 공존하는 곳이지요. 이런 붉은 토양은 사막과는 달리 비옥해서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땅(아다마)이 붉게 물든 이유를 옅은 토양이 ‘피’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 듯싶습니다. 생명이 피에 있기 때문에 피를 머금은 땅이 생명을 자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더욱 확장되어 남보다 더 붉은 피부를 가진 이들은 강인하고 뛰어난 사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윗(삼상 16:12, 17:42)과 에서(창 25:25)의 붉은 피부를 묘사할 때 쓰인 단어가 바로 ‘아드모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에 살펴본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아시겠지요? 아담의 피부색이 너무 밝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은 붉은색 피부를 가졌고 그것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옥한 땅(아다마)의 색깔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창세기는 아담이 아다마에서 왔다고 말하는 한편(창 2:7) 그가 돌아갈 곳 역시 아다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