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여유도 없이 마구 달리다 보면 스스로가 고갈되는 걸 깨닫는다. 그럴 때 왜 나는 늘 바쁜 건지 한탄하며 부랴부랴 휴식을 취해보지만, 내일이 되면 여전히 그대로. 당신은 사실 가짜로 쉬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돈을 쓰고 배를 채우고 재미난 걸 보고 웃지만 진정한 여유와 쉼을 누렸는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곁에 없고, 당신을 머리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것엔 먼지가 쌓여간다. 휴식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대신 진짜 여유를 누리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를 멀리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찰나의 여유라도 백배의 충만함을 가져다줄 수 있으니.

-from 채린

📃 오늘의 grds paper

1. music

2. 걸음코스 #5 평창동

3. 여유를 찾아보는 시간 : 3hrs

4. item

5. 왜 우리는 여유롭지 못할까

6. grds news

7. grds on feet

music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오히려 뒤돌아 볼 시간도 가지면서 다시 원동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 Big Thief - Breathe In My Lungs


어느 금요일 퇴근길에 들었던 노래. 한 주를 눈 깜짝할 사이에 보내고 얻는 주말엔 나가 놀기보다 조용한 휴식으로 보내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안정적이었고, 가사 내용과는 다르게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싶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무심코 지나치며 뒤돌아 볼 겨를이 없던 나에게 시간을 가져보라고... 그때의 기분은 글로 형용할 수 없지만 버스에 있는 퇴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노래가 전해주는 감동은 거대했다.

오늘의 걸음 코스는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은 평창동입니다.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대저택과 산의 풍경은 한적한 공간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싶게 만듭니다.

*걸음 코스는 아래 링크를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aver.me/Fl2v5vsV

01. 이식당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94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도 소개된 한우 요리 전문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맛 좋은 요리를 선사한다. 한우로 만든 육전, 육회, 타다끼 등 다양한 소고기 전문 요리는 물론 갈비 정식, 차돌박이 구이 정식, 양지 국수 등 식사 메뉴도 있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좋다. 소고기로 우려낸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양지 국수는 기본에 충실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같이 먹은 갈비는 식감이 굉장히 부드러워 먹다 보면 입안에서 금세 사라졌다. 저녁에는 한우 요리와 간단한 술을 즐기러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맥주 한잔과 육전은 놓칠 수 없지!🍻


숨이 차게 평창동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면 탁 트인 전경과 함께 이엔 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고급스러운 저택처럼 생겨 옥상, 아담한 마당과 소나무 숲도 있다. 박승희 작가의 <Die Sehnsucht> 전시가 2월 18일까지 진행되며, 전시명은 독일어로 갈망, 그리움을 뜻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추상적인 모양을 통해 각자 그리워하는 대상을 투영하며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맞은편에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카페가 있어 전시의 여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봄이 될 때쯤에 전시를 보러 또 가야겠다.

작년 4월, 기록과 예술이 함께하는 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평창동에 개관했다.📚 한국의 현대미술의 자료를 기록, 보존, 연구하며 사람들에게 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쌓게 해주는 공간이다. 1층에는 미술, 영화, 사진 등 예술 관련 서적과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 공간도 있는데, 현재 사물과 정보를 조사-수집-분석하는 방법론을 다룬 전시 <이력서:박미나와 Sasa[44]>가 진행되고 있다. 어느 특정 주제를 정해 조사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분석한 작품들을 보며 아카이빙에서 얻는 인사이트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넓은 통창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며 관심 있는 분야의 서적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04. 비르투앤포르투나

서울 종로구 평창11길 12 V&F베이커리


구움과자, 파이, 케이크 등 다양한 빵으로 가득해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게 만드는 곳. 비르투앤포르투나는 이미 동네 사람들에게 유명한 빵집이다.🥐 피칸을 넣고 구운 ‘엘리게이터’와 요거트 크림이 들어간 ‘허니 요거트’가 유명하다. 우린 피칸 파이와 롤케이크, 시나몬 롤을 먹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다. 빵집 한편에는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함께 간 이와 맛있게 나눠먹으며 담소도 나누다 가시길!

여유를 찾아보는 시간 : 3hrs
우리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며 자신에게 몰두할 겨를이 없습니다.

각자 자신을 위한 3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느껴보았는데요.

이렇게 소소한 여유는 창의적인 생각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
- 오O서(20대, 남)

내 속마음을 언제든지 말할 수 있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여유로움을 느낀다. 카페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부터 즐겁게 수다를 떨고 나오기까지의 그 여유는 최고다.

혼자 있으면 미래에 닥칠 일을 생각하느라 더 여유롭지 못한 나에게 누군가와 함께 한 공간에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많은 위로가 된다. 친구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면서 고민과 생각을 잠시 잊어버리는 그 시간이 나에겐 참 중요하다.

고요한 곳에서 보내는 하루
- 신O희 (30대, 남)

근래 이직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방문하게 된 거제의 한 숙소. 조병수 건축가가 작업한 곳으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인 고요한 곳이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입사한 터라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다그치던 나 자신에게 더욱 필요한 건 달리는 고속도로가 아닌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나 깨닫는 하루였다.
아침에 찾는 여유
- 윤O혜 (30대, 여)

얼마 전 홋카이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일상이 지루할 땐 여행하듯 살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여행에서는 일상을 사는 것처럼 보내려고 한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러 나섰다. 한국에서 주말을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제 걷던 길과는 반대로 정처 없이 걸었다. 한참을 걷고 나니 허기가 졌고 노포 찻집에서 시작한 오래된 카페로 가 아침에만 파는 파니니 세트로 여유를 즐겼다. 흘러나오는 재즈와 홀로 아침을 먹는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던 아침이었다. 아침을 잘 보내야 하루를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급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렇게 하루가 헐레벌떡 가버리는 것 같다. 평소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일어나 주변을 살피며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여유인지.

화려하면서도 고독한 도시, 서울에는 한 거미가 살고 있었습니다.

온종일 벽에 매달려 사람들을 관찰하니 아침에는 피곤한 얼굴에 항상 바쁘게 걸어 다니고,

밤에는 불빛이 나오는 작은 네모만 바라보다가 잠에 드는 걸 발견했어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다들 혼자일까? 왜 행복하지 않지? 하는 생각에 거미줄을 쳐서 사람들을 연결하기 시작했어요.

거미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함께 도전해 봤어요.

“다들 바쁘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3시간씩만 해봐!” 거미가 제안했죠.

거미줄은 점점 더 거대해져서 한 동네, 한 도시,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도시까지 감싸게 되었어요.

3시간의 영향력, 그리고 그 거미줄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까요?

item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선물로 받은 바디 오일과 괄사! 평소 잦은 두통으로 괄사를 애용하는 편인데 오일과 함께 들어 있어 샤워 후 유난히 피로도가 느껴지는 곳에 적당량의 오일을 바른 후 살살 문질러주면 막혀 있던 혈들이 뚫리는 기분이다.🧴 조용히 내 몸에 집중하며 가볍게 마사지 하다 보면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일기를 쓰고 잘 준비를 한다.

- 마케터 지혜


무거운 가방을 지고 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는 나의 옷장에는 작거나 가벼운 가방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옷을 두껍게 껴입다 보니 잡동사니를 많이 넣더라도 가벼운 이 토트백에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어두운 아우터를 많이 입는 겨울철에 컬러감이 있는 아이템으로 착장에 색채를 더하면 괜히 기분까지 산뜻해진다.💚 수수한 듯하지만 충분히 포인트가 되어주어 더 매력적이다.

- 스토어 매니저 우빈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한 작가”라는 평으로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섬세하고 담담한 문체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녹턴⌟은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마다 등장하는 재즈를 들으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속에 빠져들어있다.🎵 책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이들도 ⌜녹턴⌟만큼은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읽을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 마케터 채린

왜 우리는 여유롭지 못할까

너무 바쁘다.. 여유가 없다...😮‍💨라는 생각들로 뒤덮여 있다면
우리가 여유롭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여유를 방해하는 요소와 멀어지려 노력하면 어느새 변화되고 있을 거예요!
*여행 중에도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것들을 찍는 워커홀릭
일 때문이야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홀릭 될 게 없어서 일에 홀릭 되는 삶이라니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 물론 삶에 있어 일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이 내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이 우선시 되어 삶이 돌아가는 건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생각과는 다르게 일과 삶이 동일시되어 있을 때가 많다. 책이나 영상을 보다가도 재미있는 게 보이면 일에 적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현실. 결국 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로 연결 짓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도 레퍼런스가 될 만한 것들을 발견하면 카메라부터 켜고 찍었다. 이런 아카이빙이 곧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

그라더스의 3hrs처럼 적어도 하루에 3시간 동안은 날 위해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려고 한다. 우리는 매 순간 3hrs를 제안하지만 사실 나 자신을 위한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 (사진은 무관...)
욕심 때문이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게 탈일까? 평일에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 걸까? 욕심이 많은 나는 해보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차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나 자신이 조그맣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멋지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전문성을 키우며 여러 분야를 경험해 보며 인사이트를 꾸준히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뜨겁게 불타던 열정은 꺼지고 재만 남은 욕심으로 변질되어 여유 없이 살았다. 후회는 없었다, 나에게 큰 자극을 줬으니까. 이렇게 계속 욕심에 사로잡혀 살다 보면 후회가 기다릴 게 분명하다. 욕심을 조금 덜어낸 후 여유를 가지며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뤄볼 셈이다. 내가 바랬던 멋진 삶에는 여유가 있었을 텐데 그걸 이제야 알아차렸다.

grds news

디렉터의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chelsea 02가 화제이다. 이탈리아 노바펠(Novapel)사의 베지터블 태닝된 풀그레인 말가죽으로 말의 어깨와 다리로 구성된 앞 부분(avantcorpo)을 사용했다. 베지터블 가죽의 치명적인 단점인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점을 역으로 이용, ONE WASH 스톤워싱을 강도 있게 진행해 그라더스만의 후가공 기술력으로 완성시켰다. 며칠간 충분히 자연건조를 시키고 최종 단계에서 브러싱 작업을 진행해 빈티지한 느낌이 드는 멋스러운 chelsea 02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웨어 테스트로 일주일 동안 2만 보씩 걷는 여행에 함께 한 사진이다.

grds on feet

패션의 완성은 역시 신발이죠!

그라더스 제품과 함께한 스타일링을 공유합니다. #grdsonfeet #그라더스온핏

TOP : Double RL

BOTTOM : Warehouse

SHOES : grds / loafer 01 suede brown


📍 따뜻했던 지난주,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loafer 01 suede brown을 신고 나섰습니다. 빈티지한 울 바시티 재킷, 딱 떨어지는 기장의 흑청 데님과 로퍼를 매치했는데요. loafer 01 suede는 언라인드 스웨이드 송아지 가죽을 스톤워싱해 빈티지한 느낌이 나며, 착용감도 굉장히 편안합니다. loafer 01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세요.

그리스인들은 모든 악을 쏟아낸 후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악인 ‘희망’을 꺼내 들었다.

나는 이보다 더 감동적인 상징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희망은 통념과 달리, 체념과 동격이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결혼, 여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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