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문화재단) 2023 화성 in 서재「주간 북레터」- 매주 목요일, 화성시립도서관에서 전하는 책편지
Vol. 104. (2023.03.16.)
독서 전문가의 책 추천(아동) - 조원경 어린이책 연구자

열세 살 우리는 공원에 간다

  이른 아침 공원 작은 숲길에 들어가면 특별한 자연이 선물처럼 안긴다. 초록 이파리들은 철마다 다른 색깔을 보이고 발밑에는 마른 잎들이 늘 무성하다. 특히 요즘처럼 어린 봄의 이파리들 색깔과 바람 내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적당할까.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줄지어 학교로 향하는 어린이들 모습과 마주한다. 보드라운 바람과 봄기운 속에 시작되는 새 학기 교실 풍경을 정겹게 그려 본다. 학교 다니느라 애쓰는 어린이들이 운동장과 공원에도 자주 나와 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다.

열세 살 우리는

문경민 글 |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

  여기 장편 작품 속 루미 보리 세희는 각각 자기 어려움을 만나며 커가는 열세 살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옳지 못한 현상과 문제들까지 마주치면서 가능한 대로 반응하고 저항도 한다. 내 열세 살 때는 어땠더라, 내가 다닌 학교와 친구들과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사회까지 떠올리게 된다.

 

  엄마를 병으로 잃은 루미는 새엄마가 다쳐 병원에 입원한 동안 돌도 안 된 쌍둥이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실직한 아빠는 전기 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시 공부하는 수험생이다. 이런 넉넉지 못한 상황에도 루미는 아가 동생들과 벗들과 가족에게 따뜻하고 희망찬 빛이 된다. 이름 그대로 ‘루미’처럼 빛난다.

 

  보리 아빠는 ‘사람이 먼저입니다’고 표방하는 회사에서 희망퇴직 명단에 오른다. 이를 부당해고라고 여긴 아빠는 회사 앞 철탑에 올라가 34일 동안이나 단식 농성한다. 간호사로 병원에 출근하는 보리 엄마도 아빠 걱정에 식사를 못 하며 마음으로 앓는다. 씩씩하고 몸을 잘 쓰는 보리는 본인이 할 만한 뭔가를 찾는다. ‘사람이 먼저’라 새겨진 회사 홍보석에 달걀을 던지며 항의한다.

 

  루미 보리와는 다르게 독하고 서늘하게 묘사되는 세희는 이전 학교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키고 전학 온 듯하다. 부모를 거짓되게 소개하면서 스스럼없고, 힘자랑하는 선배들과의 동아리 활동에 열중한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친구들에겐 과장과 허세투성이인 세희는 대체 어쩌다가 이리된 걸까. 거짓으로 진솔함을 가린 아픈 아이다.

 

  이 열세 살 아이들이 갈등하다 이해하고, 분노하다 토닥이면서 서로에게 빛이 된다. 우정 위에서 빛나는 관계로 다져진다. 열세 살을 애태우며 살아내고는 ‘졸업’을 지나 새로운 시공간으로 넘어간다. 이후의 이들 모습을 이어서 써보고 싶을 만큼 이야기가 알차고 따뜻하다.

 

  문경민 작가의 글 짓는 솜씨가 매우 탁월하다. 이야기 구성과 진행이 어디 한 군데 넘치거나 처지지 않고, 단단하며 자연스럽다. 열세 살 어린이들이 자기 아픔을 소화하고 삭이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진솔하고 사실감 충분하다. 벗과 함께 사회를 바라보며 그 안으로 들어가는 열세 살 어린이들의 시선과 태도가 매력 넘친다. “어려운 시절을 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공원에 간다

사라 스트리스베리 글 |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 LOB(그림책공작소) | 2023

  황홀한 그림책이다. 그림들의 질감이 얼마나 멋진지 잘 표현하기 어렵다. 아이들 모습은 묵직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두운 색감 그림들도 깊숙하고 부드럽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만나게 되는 공원으로 간다. 빌딩과 기계들과 자동차가 바글거리는 도시로는 돌아가지 않을 거란다.

 

  공원은 아이들에게 광활한 우주다. 내일, 아니 오늘 밤이면 사라져버릴 중요한 것들을 보호하느라 아이들은 그저 공원을 지킨다. 공원 정글에서 놀며, 그네에 앉아 책을 보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를 뿐이다.”

 

  여러 달 전에 모금에 참여하고 기다려온 그림책이다. 2022년 볼로냐 특별상 수상작인 원서 《Vi går till parken》 크기(26*28*3센티)와 제작 방식 그대로 만들어졌다. 표지 한 장 두께가 3밀리 이상이고, 본문 각 쪽 두께도 1밀리 이상인 듯하다. 기계로는 못 만들어 오직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 책을 위해 제작자는 “생애 남은 용기를 모두 내야 했고 제작을 마친 여정은 고단했고 그보다 훨씬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볼로냐와 스웨덴의 대표 작가들이 작업한 이 그림책에는 자연과 공원과 책에 관한 온 마음과 정성이 듬뿍하다. “시적인 글과 묵직한 그림이 어우러진 이 대담하고 아름다운 책은 어린이들의 환희와 눈물, 자유와 열망 그리고 가능성 무한한 내일을 이야기한다.” 새 학기를 맞아 몸과 마음이 바빠도 놀이와 공원을 꿈꾸는 어린이들처럼, 나도 이 봄 공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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