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매년 두 번씩 곰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자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 또한 비상근활동가로서 채혈을 돕고 병원에서 혈액샘플을 돌리기 위해 오랜만에 화천을 들렸는데요, 화천에 들어서자마자 제가 살고 있는 청주와는 사뭇 다른 쾌청한 공기와 산내음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저에게도 곰들에게도 지금 이 시기는 겨울이 오기 전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상근활동가님들의 여러 번의 긍정강화 훈련 덕분에, 곰들은 이제 꿀물이 담긴 스프레이를 보면 너무나 능숙하게 팔을 내어줍니다. 상근활동가님들이 열심히 꿀물을 먹이며 곰들의 주의를 분산시킬 동안, 수의사는 재빨리 내어준 손등과 팔에서 혈관을 찾아 피를 뽑으려 노력합니다. 그 결과 겨울을 대비해 살을 든든히 찌운 미남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사히 채혈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번 정기검진 때도 혈액검사 수치상 큰 문제가 있는 친구는 없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검사결과를 보고 안도하는 한편, 여전히 열악한 시설에 갇혀 이런저런 질병과 무기력으로 고통받고 있을 다른 사육곰들이 생각납니다. 13마리의 곰을 충분히 신경쓰기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방치된 사육곰들을 얼마나 거두고 돌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반디님들 덕분에 저희는 계속해서 힘을 얻고 나아갑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 짧은 가을이지만 한껏 즐기시길 바라며 저희의 11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