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서늘함이 섞여 불어옵니다. 드디어 여름이 가려나 봅니다. 다들 이 여름을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검은 털옷을 입은 곰들도 이 무더위 속 여름 나기가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과일을 넣고 꽁꽁 얼린 간식을 주고 고무대야에 물을 가득 채워 사육장에서도 물놀이할 수 있게 하고 햇빛을 조금이나마 가려줄 차광막도 설치하며 돌보는 이들 딴에는 곰들의 더위를 달래주고자 바삐 움직였는데 곰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여름나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덕이는 얼린 옥수수 알갱이를 아삭아삭 뜯어먹으며 여름을 보냈고 불볕더위에 방사장에 나간 미소는 얼음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달랬습니다. 더우면 더울수록 더 맹렬하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 속에서 소요는 해먹에 누워 나른한 표정으로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냉방장치도 없는 사육장에서의 여름나기가 얼마나 고되었겠냐만 그래도 마냥 불쾌하고 힘들지만은 않은 여름나기였기를 바랍니다.
곰들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돌보는 인간들은 무척이나 괴롭고 힘든 여름나기였습니다.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에 열세 마리 곰들의 먹이가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고 돌길을 오르는 일, 많이 먹은 만큼 많이 싸는 곰들의 배변을 삽으로 퍼내고 실어 옮기며 사육장을 청소하는 일, 곰들의 더위를 식힐 커다란 고무대야에 담긴 물을 퍼내고 다시 담는 일, 곰들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시간 동안 몸 여기저기에 모기에게 물리는 일상은 힘들다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고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돌보는 일에는 '완료'라는 것이 없습니다. 잘하면 본전이고 부족하면 바로 티가 나는 일이기에 몸의 힘도 마음의 힘도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의 힘이 쉽게 닳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여름의 절정인 8월에 크게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돌보는 대상에 들이는 만큼의 정성과 수고를 자신을 위해서도 들여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곰들의 평안한 일상을 바라는 만큼 곰을 돌보는 이들의 일상도,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움직이고 목소리를 모으는 이들의 일상도 평안할 수 있도록 각자 스스로를 잘 돌보며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여름이 가고 다시 새로운 계절입니다. 곰이 살찌는 계절, 가을이 돌아옵니다. 여름내 곰들은 첨벙첨벙 물놀이하고 푸릇푸릇한 나뭇잎 냄새를 맡고 맛보며 여름을 걸었습니다. 이젠 한껏 배부른 몸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곰들이 가으내 지나야 할 길입니다. 슬슬 식욕이 올라오는 곰들을 위해 먹이량을 서서히 올리며 돌봄활동가들도 곰들의 가을 나기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곰들은 참 많이 먹고 가을엔 더 많이 먹습니다. 식비 걱정에 벌써부터 약간 아찔하지만 그래도 곰들은 넉넉히 많이 먹고 배부르게 먹으며 가을을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도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