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8일  (No. 578)
'쌩초보가 많은 팀'에서 혁신이 나온다

어제 칼럼에서는 '팀을 5~6명 정도로 작게 구성해야 파괴적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오늘은 이와 연관되지만 그보다 더 비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바로 '초보자가 많은 팀이 파괴적 혁신을 이룬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은 중요 프로젝트에 경험 많은 베테랑을 투입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조치죠. 10년 넘은 경력자가 1년 차 신입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으니 더 나은 결과물을 창조할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믿음이 옳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논문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공과대학의 마디 무쉬피크 카말(Mahdee Mushfique Kamal)과 사우스플로리다 대학의 라이얀 압둘 바텐(Raiyan Abdul Baten) 연구팀은 1971년부터 2020년까지 50년간 발표된 2,800만 개 이상의 과학 논문을 분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전에 논문 발표 경험이 전혀 없는 '완전 초보자(absolute beginner)' 비율이 높은 팀일수록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런 패턴은 물리학부터 사회과학까지 146개 학문 분야 전체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죠. 또한 초보자가 많은 팀의 논문은 타 연구자들로부터 더 많이 인용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혁신적이면서도 영향력이 큰 연구를 수행한다는 증거죠.


더 놀라운 사실은 초보자가 많은 팀은 어제자 칼럼에서 소개한 '대규모 팀의 문제'마저 극복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팀은 파괴적 혁신 능력이 떨어지지만, 초보자 비율이 높으면 큰 팀도 작은 팀만큼 혁신적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왜 초보자가 많을수록 혁신적일까요? 초보자가 많은 팀은 더 넓고 비정통적인 선행 연구를 인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모두가 인용하는 유명한 논문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들을 찾아내 새롭게 조합한다는 것이죠. 

경험 많은 전문가는 이 방대한 지식을 모두 익혔지만, 바로 그 때문에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서 '인지적 경직(cognitive entrenchment)' 상태에 빠집니다.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건 안 될 거야, 전에 해봤어"라는 말을 입밖에 내뱉는다는 것이 바로 인지적으로 경직됐다는 증거입니다.

반면 초보자는 경험 많은 자가 짊어진 '지식의 짐(burden of knowledge)'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기존의 지식과 관행을 모르니 "왜 이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순진한 얼굴로 물어봅니다. 또한, 예산 걱정이나 행정 업무 같은 것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보자가 많은 팀일수록 파괴적 혁신이 가능한 이유인데요, 다만 연구팀은 초보자를 무작정 포함시키기보다는 초기 경력자나 파괴적 실적을 가진 시니어와 함께 팀을 구성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설적이게도 혁신은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덜 아는 것'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주제든 혁신 프로젝트를 발족시키려면 '완전 신입사원들'을 팀에 포함하세요. 그리고 그들의 시각을 경험자들의 노하우와 결합시키세요. 신입사원들이 의견을 내면 "잘 모르면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일축하지 마세요. 그들이 순진한 얼굴로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고 묻는 것이 여러분의 조직을 바꿀 겁니다. (끝)


* 참고논문
Kamal, M. M., & Baten, R. A. (2025). Beginner's charm: Beginner-heavy teams are associated with high scientific disruption. arXiv preprint. https://doi.org/10.48550/arXiv.2509.10389
[기업 교육 계획서]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플래닝
여러분의 조직에 방문해 내부 직원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를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위의 버튼을 클릭하면 '교육계획서'를 다운 받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 '경다방'에서 신간이 출간됐습니다. 타로 혹은 수비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 타로 수비학이 아니더라도 삶의 조언을 구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페친 여러분의 구매와 열독을 부탁 드립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모두 읽기
지금까지 발행된 경영일기를 몰아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놓치신 글들을 모두 읽으실 수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구독하라고 많이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