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58호
2024/2/20  
고지혈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 지식3

이의철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 6편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지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분자나 유전자 수준의 분석과 개입으로 가능해지면서 의학의 관점도 점점 더 미세하고 정밀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점점 더 유전자적 원인을 규명해서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그에 따른 맞춤형 화학물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더 정밀하고, 더 최신기술을 적용하는 이런 관점이 더 진보적이고, 더 효과적인 접근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만성질환의 증상이나 특징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잠시 한발 물러서서 이런 질병들이 변화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것이, 예방, 관리, 치료를 위해서는 더욱 실용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 이유는?

가령, 2007년부터 2018년 사이 10~18세 한국 청소년의 혈중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남성의 경우 154.9에서 161.2mg/dL로, 여성의 경우 161.4에서 168.9mg/dL증가하였습니다. 그 원인을 고지혈증에 취약한 유전자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 청소년이 성장과정에서 주로 섭취하는 음식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더 타당하고 실용적일 것입니다. 소아청소년의 식단 변화는 한국인의 식단 변화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기사] "국내 소아·청소년 콜레스테롤 수치 급증…29%는 이상지질혈증" 2021.7

[논문] 성별 및 체질량지수에 따른 한국 청소년의 이상지질혈증 동향: 국민건강영양조사



혈중 콜레스테롤과 만성질환이 증가한 이유

지난 오이레터 28호에서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혈청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139mg/dL 수준에서 190~200mg/dL 수준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살펴봤습니다. 비슷한 기간에 초등학생 비만은 10배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약 18배, 심근경색 사망률은 약 12배 증가했습니다. 크론병 발생률은 1986년 10만명 당 0.05명이었으나, 2007~2008년에는 5.1명으로 불과 20년 사이에 1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도대체 이 기간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또한, 과거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신종 만성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이제 ‘엔데믹’ 상태에 이른 것과 콜레스테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탄수화물이 원인인가?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국가별 식품 공급량 통계(UN FAO Food Balance Sheet)를 보면 한국인의 전반적인 식단 변화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가 복잡하여 제가 직접 정리한 내용을 아래 그래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1인당 하루 녹말음식(쌀, 보리, 밀,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섭취량은 1961년 하루 597g에서 1973년 771g까지 증가합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 460g까지 최고점 대비 40% 감소했습니다. 반면 하루 동물성 식품(고기, 생선, 달걀, 우유) 섭취량은 1961년 55g에서 2019년 457g으로 8.3배 증가했습니다. 식용유는 1961년 1.2g에서 2019년 62.1g으로 51.5배, 당류(설탕)는 1961년 5g에서 2019년 138g으로 26.7배 증가했습니다.(그림1) 


그림1. 한국인의 식품군별 하루 음식 섭취량 변화(1961-2019), 이의철 저 <기후미식>, 위즈덤하우스

참고로 섭취하는 칼로리는 1973년 3,061kcal에서 2003년 3,059kcal로 큰 변화가 없었고,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2019년 3,450kcal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즉 2000년대 초반까지 칼로리 섭취량은 큰 변화 없이 탄수화물을 통한 칼로리 섭취가 70~80% 수준에서 30~40% 수준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반면에 다양한 만성질환이 증가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탄수화물 대신에 동물성 식품, 식용유, 설탕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림2)


그림2. 한국인의 식품군별 하루 칼로리 섭취분률 변화(1961-2019), 출처-UNFAO


당뇨병과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동물성 단백질

최근 한국에서는 탄수화물이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근거하여 각종 저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인은 1970년대 이후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이 급격히 감소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관찰됩니다. 녹말음식 섭취량이 40%나 감소했음에도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이런 역사적 현상들은 동물성 단백질과 관련된 역학연구에서 매우 유사하게 관찰됩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살고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고, 전체 원인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그림3)  반면 식물성 단백질은 건강악화와 관련이 없었고, 콩, 견과, 채소, 과일을 통한 단백질 섭취 증가는 심혈관질환 감소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축적된 연구결과들을 감안하면,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하나의 영양소로 묶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문] 동물성 단백질 섭취 증가에 따른 사망률 증가. 2020

[논문] 동물성 단백질 섭취 증가에 따른 당뇨병 발생률 증가. 2020



동물성 단백질의 위험성을 언급하는 식이지침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0년 발행된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110~111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기존연구 인용구절이 나옵니다.


“일반 성인이 하루에 섭취한 총 에너지섭취량의 20% 이상을 단백질로 섭취했을 때, 제2형 당뇨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고, 임신부에게서도 임신성 당뇨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 식품 섭취와 제2형 당뇨 발병간에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는데, 동물성 단백질의 높은 섭취량은 당뇨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그리고 여성의 유방암 발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아동 혹은 성인에서의 증가된 단백질 섭취는 내장지방, 체지방, BMI 등과 양의 상관성을 보인다 … 고단백질 섭취는 사망 위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50세 이상의 성인이 총 에너지 섭취량의 20% 이상을 단백질로 섭취했을 때, 당뇨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의 원인: 동물성 단백질, 식용유, 설탕

이상의 검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고지혈증을 포함한 다양한 만성질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폭발적으로 섭취량이 증가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 설탕입니다. 각각 8.3배, 51.5배, 26.7배 증가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좀 더 자세히 구분하면, 육류(소, 돼지, 닭 등)는 18.9배, 어패류는 4.3배, 달걀은 8.7배, 우유 및 유제품은 19배 증가했습니다. 지난 오이레터 44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시킨다는 사실, 인슐린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합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인에서 고지혈증이, 아울러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까지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동물성 단백질, 식용유, 설탕입니다.



한국의 과거를 떠올리면 답이 보인다

우리가 현재의 식습관에 익숙하다보니 과거에 비해 현재 고기, 어패류, 달걀, 유제품, 식용유, 설탕을 각각 18.9배, 4.3배, 8.7배, 19배, 51.5배, 26.7배나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런 ‘위험한 음식들’에 대한 불감증은 식단 관리의 목표를 적절히 설정하는 것도 방해합니다. 고기 먹는 양을 50% 줄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줄였음도 고기 섭취량은 여전히 만성질환이 없던 시절의 9배 이상입니다. 일부 검사결과의 호전이 관찰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치료자가 고기 먹는 양을 90% 이상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환자들이 단계별로 더욱 확실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기뿐만 아니라 식용유와 설탕이 들어간 음식(튀기거나 볶은 음식, 각종 가당 제과 제빵류 및 음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둘러싼 혼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탄수화물(당류 제외) 자체는 비만을 비롯한 다양한 만성질환과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는 전략은 고지혈증, 당뇨병,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탄수화물 식단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식용유나 설탕이 첨가된 음식을 제한하고, 칼로리 섭취량을 제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건강개선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이 없던 시절보다 각각 51.5배, 26.7배나 많이 먹고 있는 식용유와 설탕을 급격히 줄였으니 당연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에서 주로 배제되는 음식들은 대부분 설탕과 지방이 많은 베이커리류, 과자류, 튀김류, 볶음류 등이라는 것으로도 확인됩니다. 이런 이유로 저탄수화물 식단을 열심히 실천하는 분들은 체중, 혈압, 혈당, 혈중지질, 간수치 등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단백질로 

하지만 과도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로 인해 기저 건강상태에 따라 콜레스테롤, 혈당, 요산, 간수치 등이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겪은 분들의 실망감은 상당합니다. 정말 열심히 관리를 했는데, 왜 수치가 악화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이럴 경우 가공식품을 제한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인정 및 격려를 해주고,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고, 충분한 양의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섭취할 것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환자가 제안에 동의해 식단을 바꾸기로 하면, 2~4주 후에 식단 변화의 효과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통제력이 높은 환자라면, 2~4주 만에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바꾼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면 콜레스테롤, 혈당, 요산, 간수치, 체중이 감소하는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작가소개

이의철 선생님은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DipIBLM/KCLM)를 취득하셨고, 대한생활습관의학회 총부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이 있고, 공역서로는 <자연식물식 솔루션>,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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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레터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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