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유로 명절 직후에는 일일배송량이 10~20% 가량 증가합니다.

과로사,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의 기준


화물·택배 운송 업체는 월요일이 가장 바쁩니다. 주말 사이 누적된 물량을 월요일에 몰아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명절 직후에는 일일배송량이 10~20%가량 증가합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020년 7월에 출범했습니다. 당시 2020년 상반기에만 7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숨졌습니다.


2022년 대책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약 30%가 명절 연휴 전후에 발생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관련된 판결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 * *


10년 전, 추석 연휴를 전후로 급증한 배송 물량을 처리하던 한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운송회사에서 일하던 A씨는 명절 연휴 직후였던 2014년 9월 15일 회사에 출근해 물류 상차 작업을 하다가 쓰러졌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뒤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법원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적용한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1) A씨의 업무가 과중했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2) '과중한 업무'가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는지 즉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존재했는지 여부입니다.


1·2심 재판부는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업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월 단위로 A씨의 평균 근무시간과 배송량을 계산했고, 그 결과 A씨가 수행한 업무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사망했음을 인정했습니다.


A씨가 처리한 업무의 '강도'를 다르게 측정했습니다.


7월부터 A씨가 사망한 시점까지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일배송량이 증가해 왔다는 점, 연휴 전후로 물량이 급증해 A씨가 쓰러지기 전날인 일요일에도 일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2심에서는 평균값보다 업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A씨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판단의 이유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짚었습니다.


'망인의 주된 업무는 무거운 화물을 상하차하는 것과 화물트럭을 야간에 운전하는 것이었다. 업무형태도 오후부터 야간에 이르는 주야근무로서 별도의 휴게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망인의 업무는 3인1조로 이루어지던 것으로 망인과 함께 상하차 작업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당시 모두 퇴사하였으나 인원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추석을 전후하여 회사의 일일배송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망인이 상차작업 도중 쓰러진 날의 일일배송량은 직전 3개월 동안의 일일배송량(평균 1100~1300개) 중 최고치(1547개)를 기록한 날이었다.'


* * *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쿠팡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5월, 쿠팡 남양주2캠프에서 일하던 '로켓배송' 기사 정슬기 씨가 숨졌습니다. 


대책위와 정 씨의 유족은 7월 31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고, 8월에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대책위는 쿠팡이 설계한 배송 시스템이 과로를 누적시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이어져 온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¹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만성적인 업무상 과로'란 업무량·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인정된다.


(이 레터는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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