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은 사용되더라도 안정적인 3화음 형태로 해결되는 것이 원칙이었어요. 그리고 곡의 스토리 속 인물 간의 갈등 또한 화합을 통해 해소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 화합은 대개 신에 의해 이뤄졌었죠. 하지만 바그너는 이를 무시했어요. 😈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트리스탄 코드’는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 누구에게도 구원은 닿지 않았지요. 하지만 니체(무려 신은 죽었다고 말했던)는 “바그너에 의해 음악사는 전통적인 가치 숭상으로부터 구원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나중에는 바그너가 기독교적 가치로 회귀했다고 맹비난하기는 했지만요. 자기가 바그너에게 왜 실망했는지 책 ²⁾까지 썼다면.. 말 다한 거겠죠?

구원을 노래한 종교음악은 동시에 음악을 속박하기도 했어요. 물론 제한된 형식 속에서도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해낸 음악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사의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음악을 구원한 반항적인 작품들이야 말로 지금 현대음악의 많은 담론을 가능케한 초석이 아니었을까요?

1) 14세기 프랑스 음악과 그 음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 · 작곡기법을 말해요.

2) 책 제목은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 입니다. 어떤 생각을 했다 하면 바로 책으로 써버리는 니체... 그는 정말……..

오늘 소개해드릴 <피셔킹>에서는 책임질 수 없는 말이 가진 무게에 평생을 짓눌려 살아야 하는 루카스,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지 못해 '성배'라는 존재를 만들어 이에 집착하는 패리가 등장합니다. 이 둘의 상처는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묶는 접착제가 되어요. 서로를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구원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

영화의 중반, 패리는 루카스에게 대뜸 성배 이야기를 해줍니다. 담아 마시기만 하면 그 어떤 병도 낫게 할 수 있는 성배. ✨ 이 마법의 성배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왕이 죽음의 문턱에서 지나가는 바보에게 물 한 잔 달라고 부탁합니다. 바보가 흔쾌히 건네준 물을 마시자 왕이 가진 그간의 괴로움이 모두 씻겨 나갔고, 왕은 그 컵이 성배임을 알아차리죠.“난 성배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네. 자네는 성배를 어떻게 찾은 것인가?” 왕의 물음에 바보는 의아하다는 듯 말했어요. “나도 몰라. 난 그냥 자네가 목이 마르다는 것만 알 뿐이야.”

우리는 종종 사람을 통해 구원받고 속죄받기를 원합니다. 그치만 그건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전설 속 성배처럼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에요. 😞 드물게 일어나는 구원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영화는 성배의 비밀을 통해 한 가지 힌트를 줍니다. 🗝 성배는 용기를 증명한 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상처가 아닌 상대의 상처에 먼저 집중하는 일은 커다란 용기를 수반합니다. 우리는 끝내 용기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끝이 있을까요? 한 개인의 끝이 아닌, 세상 그 자체의 끝 말이에요. 🌎 그때 여러분은 뭘 하고 싶나요? 옆동네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던데… 다시는 보지 못할 시 한편, 음악 한곡을 들으시는 분도 있겠죠? 오늘 소개할 작가, 문경원과 전준호는 세상 끝에서도 예술을 선택하실 여러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에요. 그들은 과연 그때 예술이 무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왔거든요.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동갑내기 예술가 듀오로,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 한국인으로서는 세번째로 초청을 받는 등 오래 전부터 그 명성과 케미가 대단했어요. 그들은 예술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가지고, 그 역할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왔답니다. 그 결과,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2021)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

이 작품의 줄거리는 북한 내의 자유의 마을이라는 공간에 사는 사람 A와, 먼 미래의 어느 곳에 사는 사람 B가 기억을 매개로 연결된다는 내용이에요. 🧠 둘은 각각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지만 세상의 끝과 다를 바 없는 각박한 환경에 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그 안에서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요. 특히 A는 주변의 소박한 식물들을 채집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 행동을 통해 A는 단절된 세상 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인간다워집니다. 그야말로 구원이죠! 이렇게 분단과 자본주의,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며, 작가들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면서도, 스스로 답을 내리기도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9년 전, <미지에서 온 소식>(2012)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품된 적 있어요.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의 최종 수상 작가로도 선정되는 등 큰 화제를 끌었죠. 당시 두 작가가 상상했던 ‘미지'는 사회의 모든 가치와 질서가 사라져버린 종말의 시대예요. 10년 전의 '미지'에 대한 정의는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맞닿아 발전해서, 지금의 관객과 더욱 밀접하게 소통하게 됩니다. 🗣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기도 하는 예술은 생존과 구원이 절박해지는 '끝'에서 필요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작품을 보세요. 정말 그런가요? 예술이 곧 구원이 되고, 구원이 곧 예술이 되지 않나요?

물론 모든 예술가들이 반드시 후원을 필요로 하고 있을 만큼 힘겹게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금전적인 측면에서든, 이력이나 인지도의 측면에서든 어떤 예술가에게는 마른땅에 단비 내리듯 구원과도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 미처 발견되지 못한 예술인들, 작품들에 대단히 큰 영향력을 부여하니까요. 당연히 기업이 발견과 구원의 역할을 잘 해낼 때의 이야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