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레이디 맥베스 #매혹당한 사람들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베네데타』를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야외상영으로 결정하다니, 광기의 부산국제영화제"라는 감상평에 "17세기 레즈비언 수녀 스캔들 실화"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까지 보고 나니 감히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면서 저는 좀... 슬펐습니다. 같이 영화를 본 엄마도 그냥 여기 나온 사람이 다 안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욕망과 금기, 억압과 그것을 깨고자 한 광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욕망이 억울하게 바스러져 사라졌을까요?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여기 욕망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영화가 있습니다. 레이디 맥베스 (2015) 영화 제목을 보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영화를 보기 전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맥베스 부인에 대한 이야기일까 했는데, 사실 영화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원작으로 합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두 문학작품 모두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져요.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은 나이 열일 곱에 늙은 지주에게 시집을 갑니다. 말이 결혼이지 팔려간 것과 다름없었죠. 남편은 그녀를 그저 집 안에 가두어 두기만 하고 시아버지는 어서 그녀가 아이를 낳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일뿐. 저택에 갇힌 캐서린의 시간은 권태로만 가득합니다. 가족이 집을 비운 어느 날, 캐서린은 모처럼 자유를 누리다 뜻밖의 사건을 맞닥뜨리는데요, 바로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를 정말 오래전부터 소개하고 싶었어요! 적당한 영화를 찾지 못해 어떤 테마에 묶어야 하나 고민을 한참 했는데 드디어 이렇게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영화는 배우 플로렌스 퓨로 시작해 플로렌스 퓨로 끝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그를 처음 보고 홀딱 반해버렸지 뭐예요. 신인임에도 스크린을 장악하는 플로렌스 퓨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감독 : 윌리엄 올드로이드 러닝타임 : 1시간 29분 Stream on Netflix 매혹당한 사람들 (2017) 영화 포스터에서 니콜 키드먼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이 시대극 의상을 입고 서 있고 제목이 "매혹당한" 사람들인 데다, 그들을 매혹시킨 인물로 언젠가부터 얼굴만 보아도 어딘가 늘 억울해 보이는 배우 콜린 파렐이 등장한다니 전 이 영화에 "매혹당해" 보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독립전쟁으로 혼란한 시기, 사람이 모두 떠난 미국의 어느 외딴 마을에는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대저택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각자 다른 사연을 품은 7명의 여자들이 살고 있죠. 어느 날 한 학생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맥버니 상병(콜린 파렐 분)을 발견하고 그를 저택으로 데려옵니다. 적군이지만 곧 죽을지 모를 부상자를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들은 상병이 나을 때까지 저택에 머물게 하는데요, 뜻밖의 외부인이 등장하면서 평화로워 보였던 대저택이 온갖 욕망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토머스 컬러넌이 1966년에 발표한 동명의 원작 소설이 원작입니다. 1971년에 돈 시겔 감독이 영화로 만든 적이 있는데 그때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맥버니 상병을 연기했네요. 저는 1971년 영화는 보지 못했고 원작 책은 읽었는데, 제법 두툼한 책임에도 술술 책장이 넘어갔어요. 책은 좀 더 촘촘하게 인물의 감정을 묘사해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답니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12월 20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놓치지 마시길! 감독 : 소피아 코폴라 러닝타임 : 1시간 34분 Stream on Netflix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018) 디즈니 플러스를 결제하고 영화 목록에서 이 영화를 보고 어찌나 흥분했는지, 당장 영화를 볼 체력과 시간이 없는 게 얼마나 억울했는지, 온갖 말을 붙여 설명해도 부족하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요로고스 란티모스는 금요알람 23호 오징어 게임 다시보기에서 영화 『킬링 디어』로 소개드리기도 했죠. (여기에도 니콜 키드먼과 콜린 파렐이 출연했네요.) 절대 군주이자 히스테릭하기 그지없는 영국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분)과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실질적 권력자인 귀족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 분), 몰락한 귀족으로 제닝스의 하녀로 일하며 호시탐탐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리는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 분). 이들의 욕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불협화음이 울려 퍼집니다. 영화 중반쯤에 무도회 장면이 나오는데요, 거기서 마음껏 웃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려고 만든 장면 같아요. 저는 제닝스의 기이한 춤에 어리둥절한 채 타이밍을 놓쳐서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후,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영화를 곱씹다 "아, 그게 웃긴 장면이었구나!"하고 뒤늦게 피식거리며 웃었습니다. 정말 바보 같네요... 감독 : 요로고스 란티모스 러닝타임 : 1시간 59분 Stream on Disney+ 덧붙이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데이터 공백이 지워버린 여자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전자책으로 보다가 '이건 종이책으로 두고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을 읽을 때가 그랬죠. 책의 저자 페레스는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어떻게 사회에서 의도치 않은, 때로는 선한 의도로 어떤 여성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비슷한 책으로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가 떠올랐는데요, 『팩트풀니스』는 읽은 후 희망이 차오르는데 이 책은 읽고 나니 좀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했을 때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 비서가 남자에게는 맥주를 가져다주고 여자에게는 설거지를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말이 전혀 설득력 없는 말로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공포는 무지에서 오고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이런 연구가 활발해져서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어서 오길 바랍니다. 타인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신의 욕망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좋고 나쁨을 따지는 건 그다음의 일이고요. 어쩌면 생각보다 더 스스로를 속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 금요알람 구독하기 || 친구에게 소개하기 https://url.kr/4aycxm 금요알람은 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