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에 자신의 이름을 회사에 새긴 기린아, 올랜도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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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브라보, 사모펀드의 게임체인저
  
35살에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에 새긴 PEF 업계의 기린아, 올랜도 브라보

유명한 미국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슈츠(Suits)'는 최고의 협상 전문 변호사로 인정받는 하비 스펙터가 로펌 변호사로 성공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로펌의 상호에 새기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중반 시즌 비중있게 다룹니다. 돈과 명예를 획득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레거시로 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반영한 스토리인 것이죠.
비즈니스에서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도 회사명 변경에 있어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문화가 있습니다. 맥킨지를 전세계 1위 컨설팅 기업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설립자인 제임스 맥킨지가 아니라 맥킨지를 50년 이상 이끈 마빈 바우어입니다. 하지만 회사명은 여전히 맥킨지이죠. 콜버그, 크라비스와 로버츠 세 명의 설립자 이니셜을 딴 사모펀드 KKR에서 콜버그는 1987년 일치감치 크라비스, 로버츠와의 의견 대립으로 갈라섰지만 회사명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만큼 브랜드와 레거시를 중시하기 비즈니스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올랜도 브라보는 회사명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미국 PEF 업계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전문 PEF를 표방하는 토마브라보(Thoma Bravo)의 원래 이름은 토마크레시에쿼티파트너스(Thoma Cressy Equity Partners)입니다. 현재 토마브라보를 이끌고 있는 올랜도 브라보는 27살에 스탠포드 MBA와 로스쿨을 동시에 졸업하고 회사에 합류한 주니어에 불과하였죠. 하지만 35살이 되던 2007년, 올랜도는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에 새기며 당당히 대표파트너로 승진하게 됩니다. 뛰어난 투자 성과와 더불어 회사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문 PEF'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Prophet 21, 올랜도 브라보의 첫 홈런

올랜도가 토마크레시에 합류한 시점은 닷컴버블이 시작되던 1997년 이었습니다. 당시 주니어로 업무를 시작한 올랜도는 커리어 초반에는 투자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를 이끌던 칼 토마(Carl Thoma)는 올랜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합니다. 닷컴 붕괴 이후 망해가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투자해 '바이앤빌드 (Buy and Build)', 즉 여러 기업들을 사모아 회사를 키우는 전략을 함께 추진해보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올랜도는 2003년 당시 팬실베니아주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배포 전문 기업 Prophet 21을 인수하게 됩니다. 해당 거래는 당시 토마크레시에게 첫 소프트웨어 딜이면서 동시에 당시에는 드물었던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진행한 상장사 인수 건이었습니다. 당시 시장 경색으로 회사가 대출 연장이 어렵게된 상황에서 PEF가 인수에 나선 탓에 레버리지없이 투자를 집행한 건이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도 Epicor의 자회사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Prophet 21
"소프트웨어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매우 높은 매출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지만 당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적자를 보며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올랜도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마르셀 버나드를 첫 오퍼레이팅 파트너로 영입합니다. 그리고는 단기간 내 6건의 볼트온 인수를 단행하며 빠른 속도로 경영 개선과 성장 전략 실행에 나섭니다.

2007년 투자 회수에 나선 토마브라보는 Prophet 21 매각을 통해 3년 만에 4.7배의 멀티플을 기록하며 바이아웃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이 거래를 통해 올랜도 브라보는 회사의 대표파트너로 승진함과 동시에 다양한 산업에 투자를 전개하던 토마크레시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만 투자하는 섹터 전문 PEF인 토마브라보로 탈바꿈시키게 됩니다.


플레이북을 반복하며 완성한 소프트웨어 전문 PEF

토마브라보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아가며 동일 섹터 내 기업들을 평가하고,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반복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은 대형 사모펀드가 여전히 레버리지와 배당 중심의 재무 전략을 선호하던 시기였지만 당시 유형자산이 없던 소프트웨어 기업은 인수금융이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운영 개선을 통한 밸류업 전략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350곳 이상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면서도 우리의 전략은 동일합니다. 첫째,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한다. 둘째, 개별 회사에 특화된 운영 개선 전략을 마련한다. 셋째, 볼트온 전략을 통해 회사를 탈바꿈시킨다."
반복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소프트웨어 기업의 인수 - 성장 - 매각을 반복하는 토마브라보의 전략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인수 후에도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른 사모펀드들과 구분되는 이 전략은 단기간 내에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자체 오퍼레이팅 팀을 투입하여 Day 1부터 토마브라보만의 경영 개선 프로젝트를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포트폴리오를 인수한 후부터 매각까지의 과정이 2-5년 정도로 비교적 짧게 진행될 수 있는 점 또한 토마브라보만의 강점으로 언급됩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많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들로 구성된 긴밀한 팀을 구축하였습니다. 때문에 필요할다면 개별 팀들이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며 회사의 상세 오퍼레이션 단위까지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랜도는 토마브라보가 시작된 이후 자신들의 전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동일한 전략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는 점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사한 소프트웨어 회사에 동일한 전략과 운영 개선 전략을 가지고 기존 경영진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갑니다. 유일하게 변하는 것은 우리의 펀드 규모입니다. 산업이 성숙하고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대형화되면서 우리도 그에 발맞춰 규모를 키워야하기 때문입니다."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인프라 소프트웨어, 보안 소프트웨어에만 투자하는 토마브라보

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인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 올인하는 또다른 사모펀드인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는 이 분야의 개척자로 통합니다. 최근 방한했던 비스타의 창업자 로버트 스비스는 골드만삭스의 테크 섹터 뱅커로 일하며 소프트웨어 기업을 매력을 깨닫고 2000년 비스타에쿼티를 창업,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치킨 맛이 납니다. 모두 다른 제품을 팔지만 맛은 거의 엇비슷한 느낌이죠. 예컨대 제품 개발부터 판매 마케팅, 품질 관리, 인사(HR)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는 일의 80%는 거의 같습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80곳이 넘는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합니다. 80개 기업이 있다는 건 각각 80명의 CEO와 CTO(최고기술책임자), CRO(위험관리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교류하게 하는 방식으로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비스타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확장시키는 방식이죠."
- 로버트 스미스 인터뷰 중 -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 방대한 시장, 꾸준히 성장성, 높은 이익률, 파편화된 점유율
더불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가장 잘 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한 해외 판매나 수출이 제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쉽다는 점 역시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은 즉, 소프트웨어 하나를 우수하게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이며, 처음부터 방대한 시장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와 경험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이 미국 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계속해서 탄생하고 발전하는 환경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며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분야를 선도한 비스타 에퀴티와 토마브라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거대한 파도에 일찍 스며들어 대형 사모펀드들도 경쟁하기 어려운 섹터 전문 바이아웃 펀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토마브라보는 몇 년 전까지만해도 비스타에쿼티 대비 2등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토마브라보는 시장 진입도 늦었고 펀드 규모도 비스타에쿼티 대비 작다보니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대형 바이아웃 건에서 토마브라보는 항상 패스트팔로워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로버트 스미스가 조세포탈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다가 1,500억 원의 벌금을 내고 합의를 하는 스캔들을 겪었으며, 이와 동시에 공동창업자가 이탈하며 비스타에쿼티는 창사 이래 처음 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반면, 토마브라보는 2019년에 약 4조 원에 인수한 모기지 소프트웨어 회사 엘리 메(Ellie Mae)를 18개월 만에 약 13조 원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두며 팬데믹 기간 동안 펀드 규모를 공격적으로 키우는데 성공합니다.

결과적으로 토마브라보는 현재 공식 운용 자산이 1,200억 달러에 도달한 반면, 비스타 에퀴티는 960억 달러로 순위가 역전되게 되었습니다. 결국, 토마브라보는 20년 만에 명실상부한 소프트웨어 바이아웃 분야의 1위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성과로 이야기하는 토마브라보

국내에서도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삼성자산운용과 같은 기관들이 토마브라보의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직원공제회는 2019년 엘리 메 인수를 위해 조성한 공동투자 펀드에도 참여, 단기간 내 준수한 투자 성과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국내 PEF 중 한 곳인 크레센도에쿼티는 2019년 인수했던 벨기에 소프트웨어 기업을 2021년 토마브라보에 매각, 무려 7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00년 조성된 7호 펀드부터 본격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토마브라보는 이후 단 한번의 펀드 손실 없이 뛰어난 멀티플 및 LP IRR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드 규모가 커지면 기저 효과에 따라 수익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토마브라보는 2018년 조성한 14조 원 펀드도 현재 61.8%의 LP IRR을 기록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회사는 2019년 HEC Paris에서 발표한 2005 - 2014년 기간 운용된 전세계 898개 바이아웃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1위라는 타이틀도 얻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랜도 브라보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바이아웃 펀드뿐만 아니라 미들마켓 펀드와 그로스 펀드를 조성하여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벤처캐피탈의 시대는 가고 다시 사모펀드의 시대가 왔다'고 당당히 선언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아직 5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로, 미국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가장 젊은 리더십 그룹에 속하는 올랜도가 다음 전략을 어떻게 실행할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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