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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후원캠페인 특집 [모아-내다 3호]
[인터뷰] 스무살이 된 여덟살들에게 듣는 '책언니, 함께 자란 시간' 

"여덟살 인문학 토끼굴 '책 읽어주는 언니'"는 초등 저학년 어린이와 함께 하는 인문학 강좌가 가능한지를 묻는 교육공동체 나다의 실험적 기획입니다. 상상력과 질문을 빼앗는 제도교육 과정의 출발선에 선 사람들과 그림책이라는 은유적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상징을 해석하는 힘을 기르고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2013년 첫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책언니 제안서)


스무살 책언니와 여덟살이 친구가 되어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배움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2013년, 책언니의 손을 잡아 준 강화도의 “자람도서관”에서 여덟살들과의 긴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모임은 사라졌지만, 관계는 여전했습니다. 책언니를 만나겠다며 새벽 5시에 출발해 전북 장수까지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책언니를 시작한지 12년이 흐른 지금, 30대가 된 책언니와 스무살이 된 여덟살들이 만나 유년기와 청소년기, 서로가 함께 지나온 자람의 시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어린이들이 책언니에 대해 어떤 인상과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지, 살아가며 어떤 쓸모가 있었는지, 각자에게 그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당사자들의 입으로 책언니의 의미를 되짚고, 앞으로의 책언니를 고민하게 하는 특별인터뷰, 바로 시작합니다!

- 쩡열
의린
2013년 '책언니' 첫 시작을 함께한 여덟살이자 청소년기를 지나 스무살까지 함께 자라온 오랜 친구. 2025년, 무용학과 새내기가 되어 춤을 전공하고 있다. 기대했던 캠퍼스의 낭만은 커녕 온종일 수업만 듣다 끝나는 대학생활이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학교를 다니고 춤을 춘다.

동현
2015년, 전학과 함께 '책언니'에 합류했다. 시덥지않은 장난부터 꽤나 진지한 이야기까지 나눠가며 함께 스무살을 맞이한 사이. 2025년, 사회학과 새내기로 바쁘게 살고 있다. 학교 안에서 새롭게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도 많지만, 사람 사이가 너무 어렵다. 휴학하고 군대에 가야하나 고민하는 중. 
책언니에 대한 기억
2013년, 의린이와의 첫 만남
2015년, 꼬끼오가 하고 싶었던 동현이

아까 책언니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 쭉 봤었잖아. 보니까 어때? 책언니 처음했을 때, 그런 기억들이 나긴 하나?

의린 : 사진 봤던 건 거의 다 기억이 있는 것 같아. 막 자세한 얘기는 기억은 안 나고 뜨문뜨문. 첫 시간에 했던 토끼굴 게임도 기억 나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런 건 잘 모르겠는데 뭘 했는지 보면 기억이 나는 거 같아.

동현 : 첫 날 내가 울었던 이유까지 기억나. 그때 사실 내가 전학 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애들이랑도 잘 모르니까 어색했던 것 같아. 다른 애들은 막 되게 잘 하고 있는데 나는 못 하는 거지. 꼬끼오, 나도 꼬끼오 하고 싶은데…. (일동 : 꼬끼오가 뭐야?) 첫 만남 때  꼬끼오 이런 거 했었어. (쩡열 : 울기는 왜 울었어) 너무 이제 나한테 주목이 돼서…. 학교에서도 말 안 하는 친구들이 갑자기 다 날 쳐다보니까…. 


책언니를 하러 온 우리는 어땠어?

의린 : 뭔가 좀 신기한 어른인 느낌. 이런 유형의 사람을 처음 봤어. 일단 어른한테 반말을 하라는 것도 이상했고 또 그게 익숙해져서 친구처럼 된 관계도 신기하고. 다른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 신기한 느낌.

동현 : 진짜로. 근데 사실 나는 쩡열을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긴 한데….(웃음)


책언니를 하는 건 좋아했어? 난 기억에 남는 것 중에 너희가 다 안할 거라고 막 행패부려서 엄청 상처받아서 집에 갔단 말야. 근데 다음주에 가서 우리 오늘이 학기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까 막 화를 냈어. 2학기에 또 할 거면서 왜 마지막이라고 하냐고. 그래서 속으로 엄청 기뻤지. 사실 다들 좋아는 하는구나….

동현 : 그 하루의 연장? 친구들과 더 놀 수 있는. 학교 끝나고도 노는 날. 자람에 갈 때마다 너희(책언니)가 있었지. 

의린 : 책언니를 하는 거 좀 자람에 놀러 간다는 느낌. 딱 하루 기억이 있는데 그 화도 마리에서 내가 막 울면서 하기 싫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기억 안나. 그 날은 하기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한다고 다음 학기에도 한다고 하는 걸 보면 그래도 나름 좋다고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책언니 하면서 제일 기억나는 건 뭐가 있어?

의린 : 난 초등학교 때 찻집했던 기억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 뭔가 나에 대해서 잘 생각 안 해봤는데 찻집 때는 좀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던 거. (관련 글 보기)

동현 : 나는 책언니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석영이랑 정훈이랑 밖에서 정말 정말 치고받고 싸우고 있어서 큰일 났다. 어른들한테 알려야겠다. 하고 가서 말했는데 다들 너무 태연하게 걔네 원래 그러고 논다. 그래서 그냥 구경했어.

의린 : 코로나 때 zoom으로 크리스마스 파티 한 기억. 석영이가 드레스코드 레드를 착각해서 빨간 드레스 입고 온 거 진짜 웃겼고ㅋㅋㅋ 코로나인데도 서로 보고 싶어서 그렇게 그 작은 화면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너무 귀엽고 애틋하고. (관련 글 보기)

2015년, 마음 읽어주는 언니의 비밀찻집
2020년, 코로나로 가로막힌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티

의린이가 어릴 때 너희는 어른들을 믿어? 물어보니까 안 믿어. 그랬어. 언제부터? 물으니까 고민하더니 네 살 때부터! 너도 기억 나? 그땐 어떤 마음이었어? (관련 글 보기)

동현 : 엄청 구체적이네. 어릴 때 어른들한테 많이 속았나?

의린 : 그래? 속진 않았을 것 같은데. 뭔가 우리한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데 자기들은 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래놓고 자기들은 안하고. 핸드폰 자주 보지 말라고 하고 자기들은 자기 전까지 하고 그러잖아. 어른들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야.

여덟살에게 책언니가 필요했던 이유

어디서 놀아도 되는 건데 그래도 책언니에 와서 놀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면?

의린 : 다 같이 치우는 거 말고는 딱히 규칙이 없는 거. 그냥 우리끼리 뭐 약속은 해도 정해진 게 별로 없는 거.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동현 : 학교에선 시끄러우면 안되는데 여긴 괜찮아. 그리고 약속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거? 아니 우리 10분 놀고 시작하자 했어도 우리가 ‘아니 싫은데 더 놀고 싶어’ 하면 더 놀 수 있었잖아.


근데 이렇게 반말하고 자유롭게 지내는 걸 걱정하는 어른들도 많았어. 애들이 예의없어지는 거 아닌가. 너무 선이 없는 거 아닌가. 어때?

의린 : 버릇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 반말을 한다고 해서 막 대해도 된다는 건 아니니까 그냥 좀 사이에 가깝게 해주는 거지. 우리가 그냥 어른한테 인문학 수업을 받는다 생각했으면 또 솔직하지 못했을 거 같아. 안 혼 날 만한 대답을 하고 좀 정답인 것 같은 대답을 억지로 해보고 이랬을 텐데. 어른이라는 벽이 없어서 편하고 더 솔직해지지 않았을까.

동현 : 사실 존댓말을 하는 거 자체가 상대를 높이는 거잖아. 그렇게 해서는 가깝게 지낼 수 없었을 것 같아.

의린 : 어떻게 생각해? 우리 예의가 없어졌나?

동현 : 예의 더 차리는데 요즘.

의린 : 만약 학교 선배랑 반말한다고 해도 예의가 없어지진 않잖아

동현 : 그치


이런 관계가 너희에겐 좋았던 거네?

동현 : 그때 실제로도 내가 착했는데 주변에서 너무 그거를 강조하니까 나는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되게 눈치를 많이 봤어. 어른들은 이미 나를 착한 아이로 생각하니까. 그래서 나는 어른들한테 혼나는 것보다 어른들이, 가장 가까운 엄마 아빠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더 많이 신경썼어. 근데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나쁜 아이라고 말하지 않는 어른이니까. 쩡열이. 그런 환경이었던 게 중요했어.

의린 : 나도 착한 아이로 그 규칙에 맞게 이건 안 되면 무조건 안 돼. 해야 되는 건 잘해야 되고 아니면 안되고. 그게 컸던 것 같아. 근데 또 잘하고 칭찬받으면 그걸 또 즐겨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너무 나를 좀 가뒀던 것 같은데 선을 넘어보는 게 필요했던 거 같아. 일탈.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탈은 뭐가 있을까?

의린 : 뭐 숙제 안 해 가기?(웃음) 한번 혼나 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 혼나는 게 무섭고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앞으로 책언니와 여덟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린 : 하고 싶은 거 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그 시간에는 정해진 답을 그럴싸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냥 생각하는 대로 내뱉으면 좋겠다.

동현 : 나도 그냥 책언니 할 때만큼은 눈치 보지 말고, 어른들 눈치 보지 말고. 어른들이 하라고 하는, 착한 아이로 보이는 그런 행동들에 크게 압박 안 받아도 된다.


지금 책언니를 하는 박씨도 자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물어봐달래

의린 :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너무 상처받지 말고 포기를 안 해줬으면 좋겠고. 그러니까 애들이 하기 싫어해도 그래도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을 때까지 같이 함께해 주는 거. 책언니가 어린이들한테 필요하니까.


오, 어릴 때 우리가 진짜 많이 물어봤던 거였는데. 책언니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

의린 : 나는 책언니를 한 게 우리한테 있어서는 너무너무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어린이들이 생각하고 말해 보고 이런 경험이 없잖아.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없고…. 보통 의견을 내거나 뭔가 요구를 해도 그냥 어린이니까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일도 많잖아. 근데 너희는 항상 내가 얘기를 하면 다 그냥 들어주고 아무도 뭐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책언니 하면서 생각한 거 말하고 이런 시간이 많았잖아. 내 의견을 말하거나 내 얘기를 하는 거에 딱히 거부감이 없어진 느낌

여덟살과 책언니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지금도 그렇고 만약에 그때도 그렇고 사람들한테 우리 관계나 인문학을 했던 거 책언니랑 했던 거 이런 걸 얘기할 일이 있으면 뭐라고 설명해?

동현 : 어릴 때부터 같이 수업 들은 친구가 있다 하면 이제 다 나랑 동갑인 줄 알지. 근데 ‘그 친구한테 수업을 받아’ ‘나이가 나보다 많아’ 하면 그때부터 이해를 못하고 계속 물어보는 거지. 고등학교 때 친구가 계속 물어봤었어. ‘걔가 누구야? 왜 누난데 친구라고 부르고, 걔를 왜 계속 만나? 선생님인데’ 석영이랑 같이 설득하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어. (뭐라고 설득했어 너희는) 그냥 친구라고 그냥 친구. 그럼 다시 선생님이라며 하면서 그게 어떻게 친구야. 그냥 그냥 친구로 지냈어. 처음부터 이런 얘기 계속 했지. 이해를 끝까지 못하더라고.

의린 : 난 보통 어릴 때부터 수업을 같이 하는 친구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있는데 그냥 친구라고. 그냥 그럴게 얘기해. 그럼 어어 그렇구나 뭔가 이해는 못했지만, 그렇구나 그런 느낌. 나는 억지로 그 사람들한테 이해시키려고 안 하는 것 같아. 속으로 아, 너는 이런 관계 가져본 적 없구나. 불쌍하다. 이해를 못하는구나. 그냥 이 정도. 굳이 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관계인 것 같아. 너무 어려워.

2024년, 열아홉 수능을 앞두고 장수에 찾아왔던 멤버들

선생님인데 왜 만나냐고 했다는 친구처럼 내 친구들도 궁금해 해. 너희는 왜 아직도 나를 만나러 오는지. 작년이랑 올해 장수 올때마다 강화에서 제천에서 아침 5시, 7시에 출발해서 왔잖아. 나다 총회에도 오고.

의린 :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당연하게 그렇게 되는 거거든. 이미 그렇게 돼버려서. 딱히 이유가 없지 그냥 보고 싶고 그치 그냥 같이 있으면 재밌으니까.

동현 :  나도 근데 똑같이 생각해 그냥 친구니까. 그리고 너를 선생님으로 만났으면은 이렇게 안 왔겠지. 스승의 날 한 1-2년 보내고 연락 끊겼겠네. (웃음) 근데 처음부터 친구로 만났고 이제는 너무 가족 같은 사이가 됐으니까 그냥 그냥 당연하다 생각이 들어.

의린 : 처음부터 막 엄청 어른이라고 안 느껴서 친구가 됐을 수도 있어. 그냥 평등한 거. 같은 편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으니까.

동현 : 맞아, 같은 편.


내가 너희를 처음 만난 때가 지금 너희 나이잖아. 그럼 너희도 다른 여덟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뭐가 필요한 것 같아?

의린 : 지금 8살이랑? (그때 우리처럼) 우리한테 막 시발시발 거리고 맞짱 뜨자고 해? (절레절레)

동현 : 난 해보고 싶어. 내 나름이겠지만 한번 해보고 싶어.

의린 : 일단 나이 차이가 많지만 그 나이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그 친구들이 생각하고 노는 그 방법에 편견 없이 좀 스며들어야 될 것 같아. 같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즐겨야 돼. 그걸.

2014년, 의린이와 친구들에게 받은 도전장
2016년, 한강에서 지칠 줄 모르고 뛰어놀던 애들

근데 나도 그때 진심으로 즐기진 못했어. 왜냐면 나는 뛰어다니는 게 너무 힘들었어.(웃음)

동현 : 영상 보면 정신없더라. 힘들었겠다.

의린 : 클 때까지 기다려야 친구가 되는 건가…

쩡열 : 아니야. 그때도 우린  친구들이었지(웃음)

우리를 지켜준 든든한 관계

‘같이 이렇게 맛있는 거 먹고 막 수다 떨고 하던 게 따뜻했는데 고등학생 고딩 되니까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없더라. 좀 그 시간이 지금 와서 보니까 좀 소중한 거였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괜히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그만뒀던 게 너무 슬프고 후회된다’, ‘그때 함께 만났던 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


너희가 10대 중후반이 되면서 모임이 사라지고 나서 다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의린이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런 얘기를 진짜 많이 보내왔었어. 사실 난 고맙기도 하지만 더 많이 슬펐거든. 다들 어디서 외로워하고 있는 것 같은 게 미안하고 슬펐지.

의린 : 정말. 근데 그때는 입시도 있었고 상황도 그랬고 이렇게 외로웠는데…. 근데 정말 그 어릴 때부터 날 봐왔던, 얘기만 해도 들어주기만 해도 그냥 이렇게 마음이 풀리는 게 있었을 텐데. 그럴 사람이 없으니까 확실히 너무 그리웠지. 난 고등학교 때 인문학을 안 하게 되면서 조금 더 불안해진 것 같아. 우리는 매주 만나면서 마음이 이렇게 가까웠는데 안 보니까 불안하고…. 사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러면서 좀 혼자 있는 느낌이었어.

동현 : 일단 우리 관계도 달라졌고, 계속 보다가 안 보니까 의린이랑도 딱히 연락 안 하니까 멀어졌고…. 그 남고만의 약간 위계질서 혹은 걔네들이 생각하는 게 있잖아. 나도 아닌 걸 아는데도 뭔가 더 맞는 것 같다? 이런 생각도 하고. 애들 눈치도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할 때도 있고, 그럴 때마다 정말 너무 혼란스러웠어. 내가 가진 생각, 우리가 해오던 이야기랑 주변에서 말하는 거랑 너무 다르니까.


이 관계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거네?

의린 : 바깥에서는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그럴 수 있지만 약간 사회적 이미지를 챙기고 그러느라 얘기하고 싶은데 삼키는 적이 좀 있었던 것 같아. 요즘도 말하고 싶은데 그냥 삼키고…. 동현 왜 웃어?

동현 : 너무 공감돼서. 이제 나를 참아야 하는 게 더 많아지니까. 정말 막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친구들이 몇 없는 거야. 생각해 보니까 진짜 너무 현타가 오는데 그래도 편한 이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일단 밖의 관계는 내가 맞춰야 하는 것도 있잖아. 맞춰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도 너무나 많은데 여기 이 관계는 그냥 의린이답게 맞춰져 있고 나도 나답게 맞춰져 있고. 그리고 그냥 다 이해하니까 내가 더 이렇게 해줘야 되나 이런 신경 쓸 게 없고.


우리 관계가 나도 정말 중요하고 큰 힘이거든. 내 버팀목이야.

의린 : 나는 든든하고 언제든 갈 곳이 있다는 느낌. 친구인데 가족보다 더 가까운 것 같은 사이. 가족은 돌아갈 순 있지만 모든 얘기를 다 못하겠고 마음이 온전히 편하진 않아. 근데 정말 이 사람들은 나를 다 보여줄 수 있고… 그래서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들이지. 또 바깥에 나가서는 친구 사이여도 얘가 이걸 나한테 해줬는데 나도 해줘야 될 것 같고 이렇게 바라는 게 있잖아. 조금만 덜 이걸 해줬으면 좋겠고 더 이걸 해줬으면 좋겠고. 근데 여기는 정말 바라는 게 없고 뭘 해도 괜찮은 거지.

동현 : 맞아 맞아 나 말할 게 있어. 우리 학년이 성인 되고 되게 자주 만나거든. 막 매주 보고. 근데 생각해 보니까 우리 윗 학년이나 아래 학년은 막 그렇게 안 만나더라고. 근데 이렇게 만나는 것도 사실 우리(책언니멤버)가 다 주도한 거다? 계속 모여서 더 끈끈하게 가는 그런 사람들은 책언니 영향이 큰 거 같아. 어쨌든 책언니 하려고 모인 친구들이고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모였잖아. 지금 보면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다 책언니를 같이 했던 사이야. 책언니 하면서 내 생각을 말하고, 서로 어떤 앤지 알 수 있잖아.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게 서로를 더 잘 알게 하니까. 계속 보게 되는 큰 이유 같아.

책언니, 함께 자란 시간
2025년, 나다 총회 참석 후 뒷풀이 장소에서

둘다 얼마전 나다 총회 때도 왔었는데 그때도 엄청 주목받았던 거 기억 나? 책언니 처음했던 2013년 여덟살 들이 스무 살이 되어서 나다 총회 왔다고, 다들 막 신기해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혹시 좀 부담스럽진 않았어? 이렇게 주목받는 기분이 어때?

의린 : 뭔가 소개가 될 때 좀 자부심. 그래도 쩡열을 좀 오래 보고 또 나다에서도 오래 같이 함께한 거니까 그렇게 소개해주면 뭔가 뿌듯한 거 같아.

동현 : 나도. 되게 신기해. 자랑스럽고.


우리가 참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봐줬다는 게 새삼스럽게 뭉클해. 그 시간동안 너희는 어떻게 변해온 것 같아?

의린 :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것 같진 않아. 아직도 아직도 혼나는 게 무섭고 아직도 규칙을 무조건 지켜야 되고 또 누구 챙겨야 된다는 생각도 있고… 그래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언니 멤버들 같이 주위에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게 중요한 거 같아.

동현 : 나는 그래도 좀 달라진 것 같아. 조금 나 스스로에게 유해졌어.


난 사실 너희가 정말 좋은 사람으로 자라왔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 그래서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그래. 한동안 떨어져있다 만났을 때 더 많이 생각했던 거 같아. 너희도 그런 느낌이 있을까?

의린 :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하기 부끄럽지만 그냥 이 사회에서는 우리가 진짜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뭔가 생각을 바르게 할 수 있고 또 생각한 대로 또 행동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좀 덜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사는 방법을 아는 것 같은데…. 어때? 너는

동현 : 나도 약자를 보는 눈이 커졌다. 약자를 보는 나의 태도. 난 정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그렇게 계속 자랐으면 약간 왜곡된 약자관을 갖지 않았을까? 남고 다닐때도 한울이랑 그런 얘기 진짜 많이 했어. 그때 여성관을 그렇게 잘 갖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났었겠다. 우리도 전형적인 남성으로 살았겠다.


너희가 스무살이 된 건 나한테 엄청 이상한 일이야. 너희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내 나이가 된 거잖아. 그 여덟살들이. 의린이도 작년에 그런 얘기 해줬지. 너희가 스무살이 되고 보니까 그때 스무살 쩡열이 어때보여?

의린 : 불쌍해. (웃음) 나였으면 진짜 못 버티고 꼰대처럼 그냥 애들을 대했을 것 같은데 8살이랑 친구 먹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걸 또 해줬고. 그래서 불쌍한데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느낌.

동현 : 나도 이제 어른이 되고 동생들도 많아지고 후배들도 많아지잖아. 그때마다 나도 내 나이, 내가 살아온 삶을 근거로 애들한테 해결책을 주기도 하는데 그때 쩡열을 생각하면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줬던 것 같거든. 내가 막 힘든 일을 말하든 뭘 하든 해결책을 주기보다는 그냥 조용히 있다가 한번 뭐 해봐 그러고 던져주고. 근데 나는 그런 거 못했을 것 같아. 그래서 쩡열이 되게 신세대적인 사람 (쩡열 : 야! 지금도 신세대거든!) 그러니까 그만큼 더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


내가 너희를 지켜본만큼 너희도 나를 지켜본 거잖아. 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나를 이해해온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나다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총회에서 함께 지켜봐줬고. 그랬을 때 나도 궁금한 거 같아. 너희는 친한 친구를 떠나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바라볼까?

의린 : 내 주변이나 내가 생각했을 때 참된 어른. (일동 : 폭소, 어른 아니라매) 참된 사람.

동현 : 정말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이다. 친구를 떠나서 보면 조금 꾸준한 사람. 어떻게 말하면 끈질긴? 일단 우리와 함께한 시간도 그렇고. 이 활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서. 너희들의 고민을 잘은 모르지만 서울에서 장수로 내려가게 된 계기가 있었고, 그래서 장수에서 그 일을 이어 하는 거잖아. 장수로 내려가서까지 하는 것도 나는 그 정도의 의지인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장수도 훨씬 상황이 안 좋은데 그걸 또 꾸역꾸역 어쨌든 열심히 계속하려는 거 보니까 정말 꾸준히 같은 뜻을 갖고 하는구나 생각을 했었어.


인터뷰도 그렇고 내 활동이나 나다에서 하는 것들을 지지해주고 그러잖아. 그건 친구이기 때문이야?

의린 : 그치, 근데 우리도 책언니도 하고, 나다에서 하는 활동도 같이 참여를 해보고, 또 우리가 직접 느껴봤으니까. 이거는 정말 필요한 활동이다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넌 어때?

동현 : 나도 네가 친구라서도 맞지만,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나다가 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다양성이 생기는 거잖아. 이제 막 청소년을 대변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들을 대변하는 사람들 이렇게 점점 다양성을 넓혀간다. 너희가 막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해도 누군가는 이제 청소년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거에 의미가 있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몰라 좀 감동이야. 청소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떤 거야?

동현 : 청소년은 어쨌든 약자니까. 청소년은 약간 약간 애매해. 어린이도 아니고 청년도 아니고 그 애매한데 또 제일 방황하는 시기잖아. (쩡열 : 너도 그랬어?) 청소년 때 큰 일탈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는 되게 생각이 많았어. 나에 대해서 생각도 많고 세상에 대해서 생각도 많고. 그래서 그때 쩡열한테 얘기를 많이 했던 게 내가 하는 그런 고민들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 근데 나는 뭐라 그래야 되지? 답을 주지 않을 어른이 쩡열밖에 없었어.


평가하지 않을, 가르치지 않을 그런 어른인가?

동현 : 응 맞아.


자, 그럼 마지막으로 이걸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동현 : 일단 책언니 활동의 결과물이 어쨌든 우리인 거잖아. 난 우리가 좋은 결과라고 생각을 해. 책언니를 통해서 이런 친구들, 이런 사람들이나 이런 관계들을 이 사회에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좋겠어. 그래서 책언니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해.

의린 : 나는 책언니 하면서 이런 사실 친구들이 만들어진 것도 너무 좋지만, 이게 어린이들,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을 해. 그래서 난 내 동생들이 책언니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해. 이런 시간을 안 가져보면 내 동생들은 살면서 크게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누군가와 같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 끝

매주 업데이트될 풍성한 컨텐츠들!
①어디에 있더라도 나다답게!

걱정과 기대 사이에서 나다의 활동과 고민이 궁금한 분들 모두 주목~! 장수에서의 나다 활동과 고민을 소개합니다.


②책언니, 함께 자라난 시간들

스무 살이 된 책언니 1세대들이 직접 들려준다! 함께 자라고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운 ‘여덟 살 인문학 토끼굴 책 읽어주는 언니’의 이야기!


③나다wom이 네 인생을 바꿨다고?

장수에서 나다wom을 이어가려는 박씨가 과거 편집위원이었던 이들에게 묻는다! “그 시절 청소년이었던 우리에게 나다wom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④나다에서 만난 청소년활동가 근황토크

세상의 부조리를 고민하던 우리는 청소년 시절 나다에서 서로를 만났습니다. 어느덧 1n년 차 활동가들이 된 우리의 이야기.


⑤어디에 있더라도 나다를 잇는 마음들

나다를 아끼는 친구들, 청소년들, 동료 활동가들이 직접 남긴 진심 1,000%의 메시지! 어디에 있더라도 나다의 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들로 후원 캠페인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워 넣습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나다를 아끼는 당신의 한마디를 후원캠페인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고 싶습니다.

응원메시지함에 여러분의 마음을 남겨주세요!

나다에 힘 더하기

상상과 질문의 힘을 기르는 인문학 교육은 여전히 한국 사회 제도 교육의 밖에 있고, 극우와 신자유주의의 폭력 앞에 그 여건은 계속 어려워져 가고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도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교육공동체 나다
nada_letter@hanmail.net |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장수읍 장천로 178-1 2층 | 010-6551-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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