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친구때문에 알게되는 나의 진짜 모습

2022년 5월 첫번째 편지

얄밉지만 그래도 아끼는 친구

애플TV의 시리즈인 [우린 폭망했다] 8편을 모두 관람했다. WEWORK 창시자인 애덤 과 그의 아내 레베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시리즈는 초반의 이야기만 보면 애덤의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애덤에겐 아무것도 없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신감으로 투자자를 찾아냈고, 그렇게 전 세계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냈다. 그저 그런 사업이었던 부동산 사업에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혀 만들어낸 신기루 같은 기업이 바로 WEWORK 였다. 애덤과 레베카의 이야기가 중반부로 접어들면 점점 갑갑해지기 시작한다. 그들을 믿고 따르던 직원들을 이상한 이유를 내세워 해고하고 새로운 회사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처음의 그 자신감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다닌다. 그래서 그들 주변에 사람들은 점점 떠나간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리즈 내내 등장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애덤과 같이 공유오피스 사업을 시작한 미구엘이다. 시리즈에서 그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주인공 애덤 옆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는 건축 설계에 재능이 있었고, 그런 능력을 눈여겨본 애덤이 그를 계속 옆에 있게 만들었던것 같다. 실제 인물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리즈에서 미구엘의 모습은 바보같았다. 그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애덤이 벌인 일을 수습하는 건 미구엘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듯 보였다. 중간에 애덤의 옆을 떠날법도 한데, 그는 끝까지 애덤의 곁에 남았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궁지에 몰린 애덤이 미구엘의 사무실 앞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미구엘~"

🧔"여긴 왠일이야"

🙍‍♂️"뭐하고 있어?"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 오픈 준비하고 있지"

🧔"애덤, 넌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야. 너 같은 사람은 못봤어. 넌 늘 그랬지. 하지만 널 사랑해. 이런 대우는 부당해"

🙍‍♂️"나도 사랑해 미구엘"

미구엘의 이런 반응에 놀랐다. 늘 무시당했던 미구엘이기에 미움과 분노를 그가 분출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함께 사업을 시작한 것 때문일까. 그가 등장하는 장면 내내 하찮게 다뤄졌고, 아마 실제로도 그런 식으로 대했을 것 같다. 늘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을텐데, 미구엘은 애덤을 지지하고 있었다. 사업 파트너로서 애덤이 미구엘을 그렇게 존중하지 않았던 건 맞는 것 같다. 급할 때만 미구엘을 찾았고 좋을 때는 뒷전이었다. 아마도 거기서 아쉬움을 느꼈던 미구엘은 애덤에게 짜증나는 인간이라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마도)친구로서 그를 지지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짜증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나의 성향상 말이 많고 뭔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주는 사람은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밀어내던 마음과는 다르게 그들괴 조금씩 어울리면서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유머와 말주변이 재미있었고 비록 많은 자리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사람은 못되어도 옆에 있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중 한 친구와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는 여전히 재미있고 호탕하다. 그리고 어떤 때는 다른 사람 속에서 소외됨을 느끼게 하는 그 친구가 얄미운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 친구는 소중하다. 시리즈 속 미구엘처럼 친구로서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비록 사업 상의 관계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구엘이 저렇게 애덤을 지지하는 건, 애덤을 만나기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친구 때문에 내가 알지 못했던 면을 알게 되었다. 그건 작은 변화지만 그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의 토대가 되었다.

애덤도 미구엘에게 그런 토대를 만들어주었다. 애덤을 만나면서 미구엘은 경영자의 위치에 올랐고 부동산 건축 분야에서 먹고살만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비록 애덤이 원하는 것을 하느라 고생하긴했지만 그렇게 조금 다른 자신을 찾고 또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기회을 준 애덤이 친구로서, 동료로서 소중한 존재가 되었을 것 같다. 가만히 다시 생각해본다. 미구엘이 정말 애덤에게 '정'이란 것이 있었을까. 사실 화면에 보여지는 캐릭터로서의 모습으로는 실제 관계를 파악하긴 어려울 것이다. 진짜 미구엘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실제 인물 미구엘 맥켈비 역시 2020년에 위워크를 떠났다. 공동창업자로서 애덤이 떠난 후 그의 뒤를 이어 떠난 것이다. 이제는 그의 커리어에서 애덤의 영향력을 떨쳐내고 그만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시리즈에서는 어리숙하게 묘사되었지만, 마지막 애덤과 미구엘의 대화에서 미구엘이 가진 진짜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 그 모습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폭망했다 예고편

내안에 또다른 나

종종 나 자신과 대화할 때가 있다. 혼잣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구체적으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종종 대화를 나누곤 한다. 누군가에데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 있거나 아주 급박하게 결정해야할 때, '이렇게 해도 될까' 라고 혼자 되뇌이며 나의 결정으로 부터 파생될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마치 머리 속에 제 3자가 있는 것처럼 이런 저런 가능성을 대화를 통해 고민해 보다보면 결국 어느 한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을 하고 결과를 받아보고나면 다시 고요의 시간이 찾아온다.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 때, 요즘엔 카카오톡으로 나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다. 약간 정신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나에대한 비판이나 걱정거리들을 채팅창에 막 쓰고 나면 조금은 그 갑갑하고 우울한 기분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그렇게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함으로써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고 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 말하는 느낌으로하는 대화는 온전히 나의 마음이고, 아주 원초적인 생각들이다.

애플TV에서 업데이트 되고 있는 시리즈 [문나이트]는 독특한 히어로다. 처음 등장하는 인물은 스티븐(오스카 아이작)이다. 어리숙하고 소심해보이는 스티븐은 종종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는데, 바로 그의 몸의 다른 자아인 마크(오스카 아이작)에게 몸의 주도권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초반에 그렇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걸 모르는 스티븐은 꽤 혼란스러워한다. 실제로 화면을 보는 입장에서도 무슨 일인지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스티븐의 모습으로 시작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리즈의 중심 인물 자체가 스티븐이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다른 자아의 모습이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마크의 모습이 실제로 등장하고 서로의 몸을 차지하는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때 나오는 마크의 모습은 말그대로 히어로 답다. 남자답고 몸을 써서 악당을 물리친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마크와 스티븐은 한 몸을 쓰고 있고 서로 주도권싸움을 벌인다. 사실 이 두 캐릭터의 싸움은 자기 자신의 싸움이다. 내가 나에게 이야기하듯 마크는 스티븐에게, 스티븐은 마크에게 마음으로 말을 건다. 서로의 잘못이나 못하는 점을 이야기하고 또 몸의 주도권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그들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서로 대화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표출해 내는 것이 꽤 재미있게 느껴졌다.

영화 <베놈> 시리즈도 비슷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에디(톰하디)의 몸에 들어간 외계인 베놈은 에디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에디의 몸을 조종한다. 그런데 에디가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에디와 대화하며 그를 조종하려고 한다. 그렇게 영화 속에서 두 캐릭터는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베놈>은 외계인이 들어가 각기 다른 캐릭터로서 서로 협력해가야하는 관계라면 [문나이트]의 두 캐릭터는 다른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베놈> 속 에디와 베놈은 개별 존재로서 서로가 필요한 친구 같은 존재인 반면, [문나이트]의 스티븐과 마크는 한 사람 속에 존재하는 두 개의 자아다. 이 두 자아가 친구가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시리즈 전체 이야기에서 많은 부분이 스티븐과 마크의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특히나 5화를 보면 사실상 두 캐릭터만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혼란스러운 스티븐을 마크가 다잡아주고, 반대로 마크의 마음이 흔들릴 때 스티븐이 그를 구한다. 그리고 서로 대화해나가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아간다. 아주 먼 거리에서 그 모습을 본다면, 그건 자아성찰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면에서 자기 자신끼지 주고받는 질문과 대화, 그리고 잊혀진 기억속에서 찾아내는 진실과 진심. 내면에 자리한 다양한 모습의 나 자신과 친구가 되어 대화하면서 '진정한 나' 라는 존재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이 시리즈에 담겼다.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자기 치유의 과정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느낀 작은 위로와 발견이 어쩌면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와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우 오스카 아이작의 다양한 얼굴표정과 연기가 담겨있는 시리즈 [문나이트]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시리즈에선 그것이 일종의 정신병인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나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마음 속에 넣어두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으니 시리즈 속 주인공의 모습을 정신병의 영역에 넣지 않더라도 각자의 모습에 대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리즈 속 소심하고 어리숙하지만 많은 고고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이라는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든다. 소심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아무말 못하는, 조금은 바보같은 스티븐은 이집트 역사를 좋아하고 물고기를 키우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 모습에서 달팽이와 물고기를 키우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졌다. 미니시리즈와 영화는 이렇게 다양한 상황과 캐릭터를 던져주면서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런 생각과 느낌이 드는게 참 좋다.

🌕🌒🌛문나이트 예고편

너네가 진짜 친구야?

🧨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학창시절의 폭력을 다뤘다. 여전히 왕따 같은 문제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면서 그들이 행한 행위를 찾아보고 분노한다. 나 역시 그런 뉴스를 미디어에서 접할 때마다 왜 저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의아해한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딱히 폭력적인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보지 못했던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행위들이 일어났을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 폭력은 존재하고 있고, 오히려 더 잔혹해지거나 심해졌다는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몇십년전에도 이런 폭력은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친구'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같은 반 친구이면서도 피해자의 약점을 잡고 늘어지며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괴롭힌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에 가담한 가해자들의 얼굴이 나온다. 가해자 4명 중 한 명으로 보이는 강한결(성유빈)은 자살한 학생 김건우의 친구다. 영화는 한결과 윤재, 규범, 이든 등 좀 더 악랄해 보이는 친구들의 행위를 조금씩 공개한다. 이들은 약해보이는 한 명을 괴롭히며 어울리던 친구다. '친구'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은 없을까. '친구'는 사전적으로 '가깝게 오랜 사귄 벗'이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까 다른 친구를 괴롭힌 가해 학생들을 친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가해학생의 부모들의 행동에 집중한다. 자신의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아주 건조하게 보여준다. 이것 자체가 영화를 만든 목적이겠지만 좀 더 눈에 띄는 건, 가해학생 네 사람의 관계다. 사실 정확하게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영화가 끝나고나면 모든 관계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 네 가해 학생 중 한결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한결은 영화 속에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도대체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화 내내 이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이 궁금했다. 그저 억울하기만 했을까. 영화가 중심인물로 택한 한결과 그의 아버지(설경구)는 오묘한 위치에 있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 다른 세 가해자들은 아주 단편적인 인물들이다. 아주 전형적인 악한 나쁜 학생들이다. 그런데 한결은 다르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그것 역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믿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자신이 진짜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말미 그가 아빠를 돌아보며 미소짓는 모습이 무척 편안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묻고 싶다. 한결에게 친구 건우는 무엇이었을까 한결은 그렇게도 친한 친구 건우를 방패막으로 쓰면서 전혀 죄책감이 없었을까. 그건 아주 동물적인 방어 본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해자 부모들 역시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식의 죄를 감추려고 무척 애쓴다. 적어도 어른인 그들은 그게 잘못된 것인지 그들자신도 잘안다. 알면서도 자식의 앞날을 위해 그런 은폐 행위를 계속 한다. 하지만 한결은 그 자신의 행동이 잘한것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을 하고있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도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 인물 중 제대로 된 친구는 건우 하나다. 다른 인물들은 자신의 재미나 안위를 위해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왕따 시켰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친구를 괴롭혀도 괜찮다는 면죄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친구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나쁜 친구를 넘어서 그건 범죄행위를 하는 범죄자다. 자신의 모든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결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켰고, 가해행위를 다른 가해자들에게 모두 떠넘겼다. 그건 한결에게 잠깐의 모면이 되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버렸다.

이 영화를 보고 더 안타까운건 결국 자신의 아들을 지켜낸 한결의 아빠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이 어떤 모습과 마음을 가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에 진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나쁜 아들의 모습을 다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자식을 지켜야한다는 그 마음 때문일 것이다. 결국 다른 가해자 부모들과 똑같이 자기 자신도 범법자의 부모로 오랜 시간동안 고통받을 것 같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예고편

📽다음 주엔 어떤 영화가 개봉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