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 마음은 이미 5월로...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안녕하세요. 그냥 흘려보내기 너무 아까운, 4월 잘 보내셨나요? 며칠 더 남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5월로 달려가고 있어요. 5월에는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서 벌써 마음이 분주해지는데 독자님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에는 5월에 마음을 잘 돌보며 성찰할 수 있도록 박정은 수녀가 제안하는 ‘묵상 가이드’를 보내드립니다. 5월의 어느 때고 기간을 정해 일주일 동안 찬찬히 ‘나’와 관계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임혜진, 오수경 에디터가 추천하는 콘텐츠 이야기도 보내드려요. 눈부신 계절을 안온한 마음으로 맞이하시길.

 박정은의 계절 ㅡ 5월을 준비하며

오월 하면 ‘마음’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 어떤 언어로도 통역할 수 없는 단어가 마음일 것 같습니다. 마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고, 순수한 동기만도 아니며, 우리 존재를 온통 차지하는 고유한 결입니다. 그 마음이 비워진 곳에는 하늘이 담기고, 하늘스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슬프도록 사랑스런 마음이 우러납니다. 미국에서 예술 활동을 한 차학경의 책 《딕테》는 영어로 발표한 소설인데, 우리의 붓글씨로 ‘마음’이라고 쓴 페이지가 나옵니다. 저는 버클리미술관에서 차학경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거기엔 한국 여성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비디오 아트 속에 나오는 한국 여성의 목소리는 마음을 뒤흔듭니다. 


오월이면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존재의 고향입니다. 더구나 여성에게 어머니의 존재는 까마득한 근원과 맞닿아 있고, 삶의 여러 가지 숙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무나 싫어하던 어머니의 어떤 모습이 지금 내게서 생생히 재현될 때, 나와는 차원이 다르게 넒은 마음 씀씀이를 지녔던 어머니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할 때,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어머니를 부르게 됩니다.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호주머니는 늘 따스했고, 아버지와 하는 산책은 늘 행복했습니다. 전쟁을 경험했던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는 늘 겁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당신이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은, 평양의 가톨릭 교회가(개신교에 비해) 너무 춥고, 가난하기 때문이었다고, 가난한 것이 참 깨끗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 주셨었습니다. 


내가 싫어했던 선생님, 나를 좋아해 주었던 학생들의 사랑스런 얼굴도 떠오릅니다. 정말 별처럼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웃음들, 그리고 멋진 표정들이 휘리릭 지나갑니다. 동료의 아이들이 아픈 시절을 지나고 예쁜 꽃으로 피어남을 보며 기뻐하던 순간들도 있고, 키즈 카페에 데리고 갔던 조카의 아이가 어느새 어엿한 소녀가 되어가는 놀라움도 있습니다. 또 오월에는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 혹은 나를 떠나간 친구들까지도, 그들의 마음도 한 번쯤 만나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오월에는 이런저런 행사가 참 많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시절이기 때문이겠지요. 행사를 준비하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내 맘을 돌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피로감과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다음 내용을 따라, 자기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 주간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월요일 : 내가 좋아하는 것 생각하기 

  •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책 몇 권을 골라 봅니다. 왜 이 책들이 소중한가요?
  • 내가 좋아하는 신발을 골라 봅니다. 갖고 싶어서 구입한 신발과 내가 좋아하는 신발의 차이는 무얼까요?
  •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가지만 골라 봅니다. 왜 이 음식이 좋은가요? 
  • 지금 내가 좋아하는 옷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편하고 잘 맞는 옷은 어떤 것인가요? 한때는 잘 맞고 좋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편안하지 않은 옷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화요일 : 존재 기억하기 

  • 사진첩에서 엄마의 모습들을 찾아보세요. 어떤 사진에서 엄마가 가장 행복해 보이나요? 그때를 기억하시나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 중 엄마가 가장 젊은 사진은 언제입니까? 그때 엄마는 몇 살이었나요?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은 언제입니까? 엄마가 살아 계시다면, 엄마와 멋진 사진 한 컷을 찍어 보세요. 한 성숙한 여성과, 매일매일 성숙해 가는 여성의 웃음을 담아서요.
  • 한때는 소중했지만, 더 이상은 친구가 아닌 사람들을 기억해 보세요. 왠지 모르게 점점 멀어진 친구들도 있고, 생각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헤어진 친구들도 있습니다. 또 나의 부족함으로 더 이상 교제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친구들 모두 내 생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 친구들도 그들의 세상에서 행복하길 기원해 봅시다.


수요일 : 세 번의 침묵

  • 처음의 침묵은 새로 내린 커피나 차의 향을 느끼면서, 5분 동안 가만히 머뭅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지금 누구의 엄마, 누구의 자녀, 나의 직업이나 역할을 내려놓고 내가 있음을 감사하세요. 
  • 두 번째의 침묵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우리나라와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며 5 분 동안 침묵합니다. 길을 걸으면서 해도 좋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도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5분 침묵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걱정하고 근심하는 마음, 사랑하려 애태우는 마음, 경쟁하느라 지친 나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세요. 

목요일 : 그림 묵상(1)

이중섭, 〈해와 아이들〉

함께 서로 어울려 거의 한 몸이 된 아이들, 꽃과 하나가 된 아이, 해를 받치고 앉아 있는 아이, 또 편안하게 땅에 누운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그림 한 가운데는 해의 둥그런 모습이 보이고, 아이들은 해와 놀고 있는 듯합니다. 이 그림 중 어떤 아이의 모습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까? 그 아이는 무슨 이야기를 내게 해 주는 것 같습니까? 해의 빛은 이 그림에서 누구와 같은 빛을 띠고 있습니까? 이곳에서 당신은 어디에 있고 싶습니까?


금요일 : 그림 묵상(2)

그랜트 우드, 아메리칸 고딕

우리가 삶에서 새로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부드러워지는 것, 탄력적이 되는 것, 그리고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 편안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영혼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생의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삶은 늘 흐르고 있고, 새로운 의미를 매일매일 새롭게 찾아가야 합니다. 두 인물의 표정에서 어떤 느낌이 듭니까? 이 그림에 당신이 시선이 머문 곳은 어디인가요? 주변의 인물 중 누가 떠오릅니까? 이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 이야기해 주고 싶으십니까?


토요일 : 시 묵상


골웨이 킨넬(Galway Kinnell), <첫 노래>


해질 무렵의 일리노이, 조그만 소년이

오후의 거름 나르기를 마치고,

철조망 울타리에 기대어, 진이 다 빠진 채

눈물이 터질 것처럼 지쳐서. 어둠은 점점 커지고,

그때 소년은 연못의 개구리들이 온통

기쁨인 듯한 소리로 그를 부르는 걸 들었다.

즉시 그들의 음성은 소년에게 즐겁게 들렸다.

연기 자욱한 해질녘 그리고 밤이 오는 일리노이에서

그 소리를 듣고, 들판에 작은 두 소년은

옥수수대로 만든 바이올린을 품고 와서는

옥수수대로 된 활에 송진을 발랐고

그렇게 셋은 거기 앉아 그들의 기쁨을 켜기 시작했다.

이제 개구리들과 소년들은 멋진 음악을 연주했고,

높이 솟아오르는 일리노이의 잔잔한 빛은

어둠을 향해 가고, 어깨 통증에도 불구하고

소년의 구부러진 몸은 옥수수대에서 나오는

행복의 첫 노래를 사랑했고, 그 노래는

그의 맘을 어두움으로 그리고 기쁨이라는 슬픔으로 일깨웠다. (번역: 박정은)


이 시는 제가 오월이 되면 이유 없이 좋아서 꺼내어 읽어 보는 시입니다. 일리노이의 시골에서 오후 내내 조그만 소년은 거름을 나르고, 진이 다 빠지고,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오려 합니다. 가난한 소년이, 노동에 지친 어린 소년이, 음악을 통해, 자연의 위로를 통해, 삶의 모순을 안은 채, 성큼성큼 성장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슬픔과, 노동의 고달픔 속 기쁨, 그리고 친구들과, 자연의 소리들이 그를 성숙한 시인, 아니면 삶의 철학자가 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울고 싶었던 순간이 아직 없었다면, 우리는 그저 아이로 남을 겁니다. 그저 공부만을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의 젊은 소년들은, 어쩌면, 사고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을지 도 모릅니다. 개구리의 노래를 당신은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처음으로 부른 삶의 찬가는 어떤 것이었나요?


일요일 : 새로운 시간 상상하기 

내가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색깔의 옷이 있습니까? 알록달록한 옷을 입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어떨까요? 친구들과 작정하고, 한 번도 입어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함께 차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자유를 주었나요? 아니면 불편했나요?

 임혜진의 계절 ㅡ 절판합니다

바네사 졸탄의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옐로브릭)은 문학, 나아가 텍스트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신선한 감동과 영감을 제게 주었던 책입니다. 저자는 무신론자이면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문학을 신성한 텍스트로 삼기로 마음먹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제인 에어》를 가지고 실험을 기획합니다.


모든 텍스트는 그 자체로 불완전합니다. 책이 쓰인 시대와 상황, 저자의 한계에 묶인 채 텍스트는 우리에게 옵니다. 그러나 독자가 그것을 신성한 대상으로 삼아 읽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대하는 순간, 텍스트는 새로운 생명을 얻고 우리에게 신비로운 교감과 감동을 주기 시작합니다.


샬럿 브런테의 《제인 에어》를 함께 읽는 북클럽을 만들어 문학에 깊이 잠긴 경험을 써내려간 이 책은, 고전 소설의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과 사랑의 이야기에 독자인 자신의 가족사와 우울의 경험을 교차시키며 한 페이지씩 깊이 읽고 쓰고 사유하는, 그래서 문학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영성적 체험과 트라우마를 다루는 법을 보여 줍니다.


특히 《제인 에어》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를 다루는 챕터에서, 저자가 버사를 자신의 상상 속 퍼포먼스의 주인공으로 삼고 설명되지 못한 채 권력과 제도를 위해 희생되는 모든 것들의 상징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것은 문학을 여러 번 읽을 때 우리가 인생의 어떤 시점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그 감상의 포인트가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계약 만료로 인해 올해 말까지만 판매된 후 절판될 예정입니다. 《제인 에어》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 또 다른 멋진 ‘제인 에어 북클럽’을 열어 보고 싶은 독자님이 계시다면 답장해 주세요. 함께 읽을 방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오수경의 계절 ㅡ 끝까지 못 본 드라마에 관하여...

끝까지 못 본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흥미가 떨어져서. 그리고 드물게는 끝까지 봐버리면 정을 주었던 인물들과 영영 헤어지게 될까봐 차마 마지막 회 시작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생각나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엄혹한 시절에 비로소 서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의 ‘청춘’을 내내 기억하고 싶어서 마지막회의 절반만 보고 몇 년이 지난 올해까지 끝을 보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오월의 청춘은 80년 5월의 광주를 새로운 관점으로 그린 드라마입니다. 그간 역사적 비극으로 호명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되어 왔던 문법을 넘어 평범한 일상, 평안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던 이들이 그해 어떻게 일상을, 가족을, 사랑하는 이를, 시간을, 생애를 잃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그린 수작입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우리도 이제 80년 5월의 광주를 고통스럽고 고양된 감정으로서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청춘'이었을 시절을 회고하듯 덤덤하게 볼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드라마죠. 누군가에게는 찬란하게 기억될 계절이 어떤 이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면, 더 오래 깊이 기억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도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 드라마입니다. 저는 언제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끝까지 보게 될까요?

《오브》에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 전쟁과 폭력의 세상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 부활시기에 벗들과 들판에 나가 세상을 느끼고 하느님을 찬양하라는 말씀을 묵상하게 됩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알아차리고 그 감사와 생기를 다시 세상과 나누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리들 맘에 봄의 초록빛이 물들어가기를~~ → 구독자님의 해석에 깊이 공감하며...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일상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 들려오는 소식들은 모두 어둡고 비정하고 차가운데 자연은 우리에게 봄을 허락하고 연두빛 새순과 함께 매화, 민들레, 제비꽃, 벚꽃, 개나리, 라일락 등등 다채로운 색과 향의 봄꽃들을 마주하게 해준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감사하게 여겨졌어요. 인간은 재앙과 재해를, 자연은 생명과 다채로움을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고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과 벗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 인간은 재앙과 재해를 준다는 말씀이 너무 아프게 느껴지네요. 자연의 '벗'이 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이 답장을 읽으며 잠깐 빌어봅니다.


《오브》 4호 어떻게 읽으셨나요? 답장을 남겨주신다면 소중하게 읽겠습니다. 📮 다음 뉴스레터는 5월 13일에 발행됩니다. 

  • 발행 : 출판사 옐로브릭
  • 에디터 : 오수경·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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