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이하 싸바) 전시를 마치고, LA 산타 모니카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조금은 멍~한 상태로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현민아입니다.
 
싸바 전시 기간 동안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점점 심각해진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어디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오스틴 풍경이 그 어떤 VR 콘텐츠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이지만) 지나고 돌이켜보니, 가상현실 같았던 들뜬 풍경이나 축제의 열기보다 제게 더 크게 남은 것은 ‘위로'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사부작사부작 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2년 동안 자꾸만 나의 시간이 어디론가 흘러흘러 사라지고 여러 관계들이 느슨해지다 툭 끊어질 것 같은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는데요. 싸바라는 축제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각자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마침내 한데 모여, 서로의 온기를 다시 느끼고, ‘우리 모두 함께 계속 나아가자’ 하며 삶을 축하하는 에너지에서 마음이 깊이 벅차올랐거든요. 지금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코로나 블루를 겪고 계신 독자분들이 있다면 제가 받았던 위로가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제 본편 시작인데요, 지난 뉴스레터에 이어 오늘도 올해 싸바의 주목할만한 작품을 소개해드려야겠죠! 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SXSW 작품 소개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 Surviving 9/11
김종민 프로듀서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세계적인 축제 SXSW의 열기는 코로나 이전의 축제로 돌아간 듯한 감흥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많은 부분을 위축시키거나 변화시켰지만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표현방법을 추구하는 창작자들의 열기는 꺾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컨퍼런스와 패널토크 그리고 전시와 이벤트들은 한정된 시간이 아쉽게 느껴질 만한 구성이었습니다.

추천작 | Surviving 9/11
XR Experience에 초청된 작품 중 ‘서바이빙 9/11’은 20년전의 충격적인 사건을 담담하게 재구성합니다. 9/11 이전의 뉴욕을 360 이미지로 작업했던 사진 작가의 작업을 찾아낸 감독은 생존자의 인터뷰와 풍경을 엮어 그날의 충격을 재연해 냅니다. 멈춰진 공간과 그 위를 흐르는 움직이는 일부의 풍경은 9/11이 이미 지난 사건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긴 잔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저널리즘은 VR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이고 여전히 멋진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여기에서 오큘러스 기기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Hi)story of a Painting: The Light in the Shadow
이혜원 프로듀서의 추천작 (1) | (Hi)story of a Painting: The Light in the Shadow
바로크 예술가 중 한 명인 Artemisia Gentileschi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역경을 이겨내고 역사적인 화가가 된 그녀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6DoF의 매력을 살린 연출 기법이 수려한 작품으로 제일 먼저 저를 사로 잡았던 것은 깔끔한 만듦새였습니다. 좁은 방을 기반으로 벽을 하나의 무대로 삼아 연출의 확장을 시도했던 작품들이 많았으나, 여기에 더해 새로운 이야기의 인서트에 미니어처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였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선을 돌릴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귀여운 쥐, 그리고 공간을 향해 날아드는 작은 새, 또 뒤를 돌 때 마다 인상을 쓰며 문을 막아서는 문지기까지 공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작고 디테일한 요소들이 돋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받은 이 작품은 미술사 교사를 아버지로 둔 쿠엔틴 다라스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훌륭한 VR 미술 교재가 될 것 같습니다.
✨ Prototype: Future Rites
이혜원 프로듀서의 추천작 (2) | Prototype: Future Rites

무용이 접목된 XR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탓에 오랜 기간 지켜본 작품으로 알렉산더 휘틀리 안무가의 프로토타입 공연 작품이었습니다. SXSW의 현장에서 퍼셉션 뉴런 모션 캡처 수트를 입은 무용가와 함께 무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음악에 맞추어 참여자와 함께 협동 공연을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현장에서의 춤을 직접 추는 무용가의 모습은 자칫 삭막했을 수도 있는 전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가상세계의 안과 밖이 하나의 조화를 이룬 풍경이 되었는데 실제 작품 속에서 비록 단 한 사람의 춤이지만 AI를 통해 군무화되는 무용가의 춤사위를 보고 관객이 함께 즉흥적인 춤을 추게 되면서 자연과 춤이 하나되어 교감하게 되는 독창적인 작품이었습니다. 

✨ Gumball Dreams
현민아 프로듀서의 추천작 | Gumball Dreams

‘검볼 드림즈(Gumball Dreams)’는 ixi에서 이전에 몇차례 소개해드렸던 이머시브 연극 ‘웰컴 투 레스퍼트(Welcome to Respite)' 제작진 페리맨 콜렉티브 (Ferryman Collective)의 신작이자 전작처럼 VRChat에서 진행되는 이머시브 연극이랍니다. 제목인 ‘Gumball’은 풍선껌이라는 뜻인데요, 동그란 공처럼 생긴 알록달록한 풍선껌을 영어로 검볼이라고 부릅니다.


색감이 화려한 로비에서 세명의 관객이 AI(역할의 배우 아바타)를 만나면서 극이 시작됩니다. 페리맨은 '웰컴 투 레스퍼트'에서도 관객 사전 경험(이하 '온보딩')을 굉장히 매끄럽게 디자인했었는데요. 

[더 읽어 보기] 웰컴 투 레스퍼트 리뷰 


‘검볼 드림즈’의 온보딩에서는 6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야기 진행에 꼭 필요한 ‘퍼즐'의 작동 방식을 익히고, 본 경험에서 만나게 될 독특한 공간 구조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관객이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AI가 ‘원래 시공간 여행 중에는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야' 하고 덧붙이며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풀어나가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본 경험이 시작하면 관객은 AI와 헤어져 시공간을 여행하는 외계생명체 ‘오닉스'의 우주선으로 가 그를 만나게 됩니다. 오닉스는 자신의 좋았던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자신만의 우주선, 풍선껌 자판기처럼 생긴 우주선 안에 앉아있습니다. 오닉스는 힘을 잃어 더 이상 여행을 하지 못합니다. 관객들은 서로 협력하며 앞서 배운 퍼즐을 이용해 오닉스가 다시 여행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알록달록 화려한 공간 속을 탐험하다보면 어쩐지 어린 시절이 저절로 떠오르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라이브 공연 특성상 상시 관람은 어렵지만, 다른 영화제에 소개된다면 체험해보실 수 있도록 꼭 소식 전해드릴게요!

여기까지가 저희가 준비한 SXSW 현장 리포트입니다!  다음주에도 또 다른 흥미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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