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AB2050의 신임 대표 윤형중입니다.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언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년 6개월 전까진 LAB2050의 연구원이었으며 최근까지 독립 정책연구자였습니다.
조금씩 다른 일을 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지향은 똑같았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제해결형 저널리스트에서 정책연구자가 되기까지
저는 ‘문제해결형’ 저널리즘을 추구하던 언론인였습니다.
문제해결형 저널리즘이란 언론인들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천착하고, 공론장에서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여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지향으로 보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지향으로 접근했던 취재를 하나 소개해드리죠.
2015년 초, 당시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저는 열심히 '설득'을 하러 건축설계사무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설득을 한 이유는 전국의 스포츠 시설들을 올림픽 규격의 스키장, 빙상장 등으로 개조하는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자가 왜 이런 설계를 하려하냐고요?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더 친환경적이면서 더 경제적으로 치르는 방법인 '분산개최'를 제안했습니다.
한 도시에서 빙상경기, 설상경기를 모두 치르는 지금까지의 동계올림픽 개최 방식이 비효율적인 동시에 환경에도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IOC조차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IOC로선 전향적인 제안이었는데도 한국 정부는 단칼에 거절합니다.
저는 그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경우 언론은 대개 '팩트 파인딩'을 하려 합니다.
'정부의 결정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결정에 어떤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로 취재하죠. 그런 취재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쉬운 취재가 아니고, 결정적인 팩트를 길어내지 못한다면 논의에 영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르게 접근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분산개최안을 직접 만들어서 제안을 해보면 어떨까.
팩트 파인딩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만들어서 보도하면 논의의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다행히 좋은 동료를 만나 한 달 여 만에 경기장 기초설계안까지 담은 올림픽 분산개최안을 만들어 보도했습니다.
[심층리포트]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늦지 않았다
저는 현실의 대안 담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연구자였습니다.
2019년 봄 저는 LAB2050의 연구원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실현 가능한 기본소득 재정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당시 이원재 대표에게 제안했습니다.
기본소득 논의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려면 구체적인 방안을 가지고 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특히 저는 한국의 역진적이면서 복잡한 조세 제도를 개혁하는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주목했습니다.
좋은 연구자분들과 협업해 2019년 10월 [국민기본소득제 제안: 2021년부터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이란 보고서를 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사회 각 분야의 구성에서 여러 세대가 고르게 분포하는 '세대 균형'을 달성해보자는 의제를 제시하고, 정치권에 세대균형을 요구하는 공론장을 시민단체 '바꿈'과 함께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2월 '재난 기본소득'을 최초로 제안했고, 이후 독립 정책연구가로 여러 보고서와 저서, 칼럼 등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논평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LAB2050이 기획한 [코로나 0년: 초회복의 시작]을 비롯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발간한 ,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와 또 다른 저서인 [기본소득 시대] 등의 공저자로도 참여했습니다.
최근 다시 저는 홀로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LAB2050도 새로운 리더십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새롭게 했던 시도들 모두 혼자선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이사진들과 생각을 나누며 LAB2050의 대표(상임이사)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LAB2050 시즌2. 혁신적 연구활동가들의 문제해결 플랫폼'
‘다음세대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LAB2050은 2018년 1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민간 싱크탱크가 살아남기 어려운 척박한 정책 환경에서도 줄곧 새로운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일의 성격과 형태가 급변하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환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포착하고, 새로운 분배체계인 기본소득, GDP를 넘어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함께 담은 참성장지표를 개발해 제안했습니다.
지자체에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하고, 정책효과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에 청년기본소득안을 제안하고, 경남연구원과 청년친화도시 모델을 공동으로 설계했으며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저는 LAB2050이 잘 해온 일들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비전은 바로 '연구활동가들의 문제해결 플랫폼'입니다.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란 연구와 현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해법을 모색하고 실행을 도모하는 주체들입니다. 2019년 LAB2050이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와 함께 이 개념을 처음 소개했을 때도 많은 분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왜 아시아에 ‘액티비스트 리서처’가 필요한 걸까)
분명히 연구자들의 역량도, 시민사회의 영향력과 동원 가능한 자원도 이전보다 월등해졌지만, 이젠 연구만으로, 또한 활동만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연결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한 사람들이 직접 활동과 연구에 뛰어들게 하고, 아울러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주체들, 이해관계의 조정자들, 이 과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론화할 이들을 모두 묶어낼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이런 플랫폼이 작지만 성공적인 사례들을 여럿 만들어낸다면 여러 주체들과 함께 전국 곳곳에 확산 사례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들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현장을 체계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연구자들은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더욱 많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자신이 겪는 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서는 '연구활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5년 전 LAB2050은 ‘디지털 전환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2050년에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기간 동안 기후위기, 불평등, 인구위기 등의 문제는 심화됐고,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미진하기만 합니다.
큰 틀의 정책과 담론을 전환하는 담대한 제안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전략을 달리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 주체들의 역량을 모아 작은 성공 사례들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그 성공 사례들로 새로운 혁신을 확산하는 것입니다.
LAB2050이 새로 설정한 방향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윤형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