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경남CBS 최태경 아나운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2021년 12월 31일 경남CBS에서 해고를 당하고, 노동위원회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두 차례나 인정받아 지난 9월 30일 원직복직을 한 아나운서 최태경입니다.
저는 부산CBS에서 2년, 울산CBS에서 1년, 경남CBS에서 4년 4개월
총 7년이 넘는 기간을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근무지였던 경남CBS에서 계약 만료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방송 비정규직을 두고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무늬만 프리랜서였지,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을 했습니다.
방송재허가 업무를 위해 회사에서 밤샘을 하기도 했고,
정규직이 수행해야 할 광고편성 업무는 물론,
재정난을 겪던 회사에 수익을 남기기도 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통보였습니다.
저는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노위·중노위 모두 저의 근로자성을 인정했고,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회사의 정식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CBS로부터 원직복직 명령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복직날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복직 첫 날,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반쪽짜리 원직복직’이었습니다.
CBS는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저를 프리랜서로 원직복직 시켰습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는 적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고,
고정좌석이 없어졌으며, 휴가를 가려면 대체 근무자를 구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복직 후 회사는 철저히 저를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직원예배에 참석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정규직이 아니니, 6시까지는 회사에 남아있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회사에 남아있다며,
그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각서에 서명하라는 요구까지 받았습니다.
본사의 지시로, 경남CBS 동료들은 제게 말 한 마디 하지 않습니다.
인사조차 무시합니다.
직원들과 유기적으로 하던 업무도 접촉을 끊는 방향으로 조정됐습니다.
업무 지시를 피하기 위해, 제게 지시할 서류를 따로 모아두는 서류함이 생겼습니다.
노동위의 판정에 따라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돌아간 일터에서 저는 불가촉천민이 됐습니다.
저는 CBS에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노동위의 판정을 따른 것인지 말입니다.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일을 시키더니,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난 뒤에는 철저히 프리랜서로 일하라고 합니다.
해고 전에도, 복직 후에도 저는 노동자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고,
CBS는 법을 어겨가며 비정규직 노동자인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제 뒤의 목동 CBS 건물 안에도 수많은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 역시 어떤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군부독재에 맞섰고,
1980년 전두환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7년간 보도기능을 잃었음에도
‘정론직필’의 가치를 꺾지 않았던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CBS입니다.
2022년 현재, ‘정론직필·사회정의’는 CBS 내에서 먼저 구현돼야 할 것입니다.
CBS에 요구합니다.
지노위, 중노위 모두 저를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CBS는 저에게서 정규직 노동자의 징표를 없애려고 합니다.
CBS는 정규직 징표를 모두 지우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정규직으로 인정하고, 하루 빨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를 요구합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10개월 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제 평생 가장 무섭고 두려웠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두렵고 떨리지만, 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제 정면으로 마주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미 혼자가 아니고, 수많은 비정규직 미디어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자 걸어야만 했던 길을 함께 걸어주는,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목소리 하나하나가
CBS에,
비정규직 미디어노동자 문제를 안고 있는 언론사들에,
그리고 비정규직 미디어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던 노동위에,
비정규직 미디어노동자를 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혹은 친구로 둔 많은 이들에게,
대한민국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진보하길 바라는 국민에게 닿기를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눈물로 뿌린 씨앗을 모두의 기쁨으로 거둘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