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투자받은 6개 중 5개는 올해 못 받아
최근 매일경제와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회사인 더브이씨가 함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상황을 조사해보았는데요. 지난달 성사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5253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1조 4639억원) 대비 투자 금액은 반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건데요. 특히 투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7월(3조 853억원)과 비교해보면 순수 투자액이 2조5600억원 줄어든 셈입니다. 틀린 계산이지만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번 설명해드려보겠습니다. 작년 7월에는 100개 스타트업 중 3개가 투자를 받았다면요 올해 10월에는 0.5개만 투자를 받았다는 거죠. 작년에 투자받았던 6개 기업들이 올해로 온다면 그중 1곳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연히 투자를 집행하는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왜 소극적이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벤처캐피털에 돈을 대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벤처투자펀드 출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수정하고 있죠. 예금금리가 연 5% 인 시대에 연 8~10% 수준인 우리나라 벤처투자수익률은 매력적이지가 않거든요. 물론 지금 VC 들이 가지고 있는 돈인 '드라이파우더'는 여전하지만 그 돈이 다 소모되었을 때 이후를 VC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가만히 있어도 스타트업들의 밸류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VC 들은 투자를 미루는 것이 유리한 전략입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주식 특히 테크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자동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벤처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비교대상이 되는 코스닥을 볼까요? 요즘은 조금 반등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지수가 30% 정도 내렸는데요. 그만큼 비상장 기업들도 밸류가 낮아졌다고 보면 됩니다.
리드투자자 실종사건!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지난 투자 라운드와 거의 동일한 밸류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이를 낮춰서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투자를 받아서 성장을 이어오던 스타트업들은 갑자기 투자유치 절벽이 찾아오자 당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냉엄한 현실인 것이죠.
물론 성장이 빠르고 손익분기점이 가까운 스타트업들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적자인 스타트업들에 대해서 VC 들은 차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할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급한 건 투자자들이 아니라 창업가들이니까요.
그래서 요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리드투자자'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리드투자자는 투자금의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추가적으로 소액 펀드나 유관 기업과 같은 동료 투자자를 모아 최종 투자 액수와 시점을 완성하는 일종의 주관사 역할을 합니다. '총대'를 멘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스타트업들에게는 이 '리드 투자자'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한 유명 벤처투자사 대표님의 말씀입니다.
"최근 투자 시장에 매물은 많지만 리드를 맡을 투자자의 씨가 마르고 있다. 확신이 없으니 서로 소위 간만 보는 형국으로, 과거 좋은 기업에는 투자를 비밀에 부치고 혼자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도 서로 '네가 리드하면 나도 조금 할게' 하는 분위기다. 유니콘으로 거론된 기업도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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