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늦여름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여전히 낮은 햇볕이 뜨겁지만 밤이 되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더라고요.

여름과 겨울의 끝에는 늘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폭염과 한파에 질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래, 많이 했다. 고만 가라!' 싶으면서도 정말로 보내준다고 생각하면 섭섭하달까요😳 가는 여름이 아쉬운 이유 중 하나는 여름이 가진 맹렬한 면 때문이에요.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푸릇푸릇한 잎들이 자기주장을 하듯이 길가에 잔뜩 피어난 거리. 그런 여름의 풍경들이 역설적으로 무더위 속에서도 움직이게 해주었으니까요😏

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 역시나 여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썸머 필름을 타고!>처럼 대놓고 여름여름한 영화부터 <녹색광선>, <타이페이 스토리>, 왕가위의 영화들은 정말이지 여름에 보면 더욱 빛을 발하잖아요. 원래도 맛있는 음식이지만 멋진 풍경을 보면서 먹으면 음식의 맛이 배가 되는 것과 같달까요😌

누군가 저에게 여름 콘텐츠 중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저는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할 거예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스쳐지나가겠지만..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여름이 가기 전 뜨겁게 여름의 온도를 느껴보고 싶다면 오늘의 콘텐츠를 추천드려요!❤️

님은 <첨밀밀>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아마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노래는 듣자마자 '아, 이 노래!' 하고 금방 흥얼거리게 되실 거예요🎧 <첨밀밀>을 부른 원작자는 등려군이라는 가수에요.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이요(장만옥)와 소군(여명)은 등려군의 팬이지요.

1986년, 홍콩에서 만난 이요와 소군은 급속도로 친해져요. 등려군의 팬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중국 본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두 사람을 묶어줍니다. 수더분한 소군과는 달리 이요는 새침하고 까탈스러워 보이지만 곧 두 사람은 급속도로 바뀌는 홍콩에서 서로에게 의지해요. 낯선 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둘 사이에 단순한 친구 이상의 기류가 생깁니다. 하지만 연인 사이로 발전하긴 어려워요. 소군에겐 이미 고향에 두고온 약혼녀가 있거든요. 그렇게 친구인듯 아닌듯 묘한 관계를 유지하던 두 사람은 같이 등려군 앨범을 팔기도 하고, 계속 만남을 이어가요. 그러나 애매하던 관계마저도 각자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끝나게 됩니다😔 이요는 수중에 가진 돈을 다 날려 힘들어하던 와중 일할 때 만났던 손님과 사귀게 되고요.

그렇게 인연이 다한 건가 싶었으나 3년 뒤, 두 사람은 소군의 결혼식에서 재회해요. 서로의 곁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이미 알지만 과거에 그랬듯 다시 강렬한 끌림을 느껴요. 마음을 확인했으니 사랑이 이뤄지는 것만 남은 건가 싶은 그때, 또다시 두 사람은 이별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과연 소군과 이요는 함께할 수 있을까요?🫣

제가 소개한 줄거리만 보면 그냥 뻔한 불륜 영화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텍스트로는 전해지지 않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기에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어요😎 영화로 담은 홍콩의 여름, 두 사람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홍콩 거리, 여름밤 장만옥의 얼굴, 90년대 홍콩 영화의 빈티지한 소품까지. 영화의 배경음악은 또 얼마나 찰떡이게요. 묘한 텐션과 분위기는 두 번째 봤을 때도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만약 배우 장만옥을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 절대 지나치지 마세요🙌🏼

겨울이 되면 '옆구리가 시리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겨울을 배경으로 만든 좋은 로맨스 영화들도 많고요. 그런데 로맨스를 보기에 좋은 계절로 겨울만큼 여름도 좋은 것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욕망하는 마음 안에는 분명 어떤 심연이 있을 것이고, 그 심연은 차가운 옆구리를 데워줄 누군가의 따스한 체온을 기대하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더 뜨겁고 강렬한 무언가를 원하는 온도 높은 마음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름도, 로맨스 영화도 호불호를 타지만 불호라고 해도 가끔은 여름의 어떤 점은 괜찮다고 느껴지거나 로맨스 영화가 끌릴 때도 있으시지요? 여름이 가기 전 여름 영화 한 편은 보고 싶으신 구독자님들께 이 영화를 추천 드릴게요. 저는 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 부지런히 여름 옷을 입고, 여름 음식을 먹어야겠어요. 더위가 풀렸으니 산책을 해도 좋겠네요🚶🏻‍♀️

님, 벌써 9월이에요. 9월도 8월만큼 눈 떠보면 휘리릭 지나가 있겠지만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 이따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소중한 걸 놓치지 말도록 해요.

그럼, 우리는 다음주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