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을 쓰다 중독성있는 후렴구가 자꾸만 머리를 맴돌았어요. BTS 제이홉
Pausing by POPOPO MAGAZINE
내 영혼을 위한 00 스프

2주 남짓 남은 12월의 캘린더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한 손에는 얼마 남지 않은 올 해에 대한 미련을 다른 손에는 내년은 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움켜쥔 욕심쟁이 스크루지 영감처럼 말이죠.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을 쓰다 중독성있는 후렴구가 자꾸만 머리를 맴돌았어요. 바로 BTS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 먹어본 적도 없는 데 말이죠.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오래된 베스트셀러도 한국 음식으로 치면 백숙인데 처음 먹어도 알던 맛이 아닐까.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와 내년을 기다리며 살짝의 스포를 가미해 아주 색다르지만 영혼이 촉촉해지는 레터가 되길 바랄게요!

내 영혼을 덥히는 소울 푸드

 부제  그 음식을 나누었던 시간과 사람에 대한 기록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시간의 페달을 성실히 밟아 쌓이는 게 오늘이라면
    - 그리운 고향의 도서관으로 보내는 러브레터
    - 피카츄 핫도그와 아이스크림
    - 2024년을 기다리며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방구석 프랑스 통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어쨌든 결정'

   [김작가의 프로젝트 B] '가난한 사랑 이야기'

   [기록하는 비꽃] '어디로든 가고픈 날'

   [엄마의 영화관] '끈기 있게 나를 마주할 용기 '여성지휘자'라는 모순 <TAR 타르> 영화 리뷰'

   [핀란드 똔뚜가족] '똔뚜의 비밀 워크숍'

   [News] 포텐 여러분 함께해요!
    - [이달에(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 June의 '그림일기 그림일주' 
    - 파인드 마이 키즈 한 달 사용권 이벤트 
  I   시간의 페달을 성실히 밟아 쌓이는 게 오늘이라면

그야말로 대안이 없어서 무작정 창업을 한 케이스. 바로 접니다. 누가 창업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인데요. 좌충우돌, 우당탕탕 매일의 사고들을 헤쳐오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이전 호에서 <Letters to Library>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한 적 있어요. 십 년 넘게 적을 두고 살았지만 이곳은 저에게 척박한 개척지였어요. 같은 언어를 쓰지만 말은 통하지 않는, 외국에 사는 기분은 이런 걸까 느끼면서 동시에 이제 어디든 못 살 곳도 없겠다!는 투지를 타오르게 만든 곳이기도 했어요. 엄마와 지역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해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를 체험한 덕에 전투력 게이지가 떨어질 줄 모릅니다.

"왜 창업을 하게 됐어요?"라는 질문에 "살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을 때 종이에 시선을 박고 있던 센터장님이 물끄러미 눈을 맞추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내 아내도 경력 단절을 겪으며 힘들어하다 어렵게 취업했기 때문에 그 마음 잘 안다. 그래도 어디 피칭 자리 가서 그런 얘기는 하지 마시라."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 걸음을 옮길 계기가 됩니다. 대안이 없어서 창업을 했고 할 줄 아는게 잡지라 어쩌다 창간을 하다 보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몰랐어요. 그림책 수업에서 몇 번 스치며 인사한 게 다인 효주 선생님과 동희 선생님께 무작정 전화를 한 것도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어요.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그림과 치유 프로젝트가 5년째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묵묵하게 꾸준하게 곁을 내어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II   그리운 고향의 도서관으로 보내는 러브레터

2년에 1번이라는 주기로 2번째 <레터스 투 라이브러리 : 소울 푸드> 편이 나왔을 때 반드시 책이여야 할까라는 고민이 컸어요. 온라인으로 아카이브를 남기는 것도 기념집처럼 개별 그림책을 소장하는 것도 해봤지만 다시 출판을 위한 책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합리적 사고는 거세게 NO 사인을 보내왔거든요. <중쇄를 찍자>라는 일드처럼 적어도 2~3쇄는 넘어가야 겨우 제작비를 건질 수 있는 현실. 원고비, 디자인비 처럼 인쇄용 파일이 탄생하기 이전까지의 프로세스와 각종 비용도 큰 허들이지만. 서점 수수료 30~40%, 창고 보관, 배송 및 반품 처리, 풀필먼트 등등의 비용을 더하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현명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책이 굿즈가 된 시대는 더욱 더. 유명 인플루언서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팬덤을 갖추지 않고서야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 거죠.

그럼에도 왜 책이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대답은 제 욕심이 맞다는 고백이 뒤따릅니다.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조금 더 좋은 완성품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 격주마다 열리는 수업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동분서주 돌아다니는 저를 반겨주는 선생님들께 뭐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들 때문이었어요. 5년 동안 손뜨개로 고난위도의 가방이며 못 만드는 종류를 찾는 게 더 빠를만큼 달인이 되어버린 우리 선생님들 마저 포기한 학생. 못해도 이렇게 못할 수 있나. 돌아가며 가르치다 선생님은 그냥 딴 거 하세요 라는 말을 듣는 자타 공인 똥손인걸요. 작년 이맘때쯤 나온 <레터스 투 라이브러리 : 소울 푸드> 출간 몇달 후 촬영한 영상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어요. 내 영혼을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서로의 온기로 그리운 무언가에 대한 허기를 달래는 동안 서로를 돌보며 그 시간을 기록해 왔구나.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수십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음식. 정성과 온기에 사랑 한스푼이 첨가된 소울푸드를 생각할 때 '고향의 음식=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공식이 모아졌는데요. 재밌는 건 제 똥손 유전자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게 확실한 것 같아요. 엄마의 요리를 떠올릴 때 먹고 싶은 건 '핫케익'. 지금도 요리 프로그램의 애청자지만 저마다 타고난 감각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는데요. 누구에게나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준 음식'이라는 것은 국룰이라는 것도요. 어디서도 팔지 않는 홈메이드 레시피,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나열하는 동안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마주하게 됩니다. 김장 철에 고무장갑 낀 어른들 사이로 받아 먹던 겉절이가 한국 특유의 정서를 간직한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야외 모닥불에서 구워 먹는 마시멜로우가 가장 미국적인 음식 중의 하나라면 영화나 미디어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가까운 아시아의 음식과 정서가 <레터스 투 라이브러리 : 소울 푸드> 편에 담겨있어요.

한국에 시집와 수십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엄마 생각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고향에 두고 온 자식이 아이를 낳았는데 영상 통화로만 본 손주에게 그림책을 전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 편지가 계속 되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이어질 수 있을까.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 이런 호칭 말고 오직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과 역사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선생님들은 그림책 작가가 되고 그 그림책으로 협회와 센터에서 강의하는 강사로 성장하셨거든요. 한국이 아니라 그 어디라도 이런 이야기들이 기록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랍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진 않아요. 오래 알고 지냈다는 게 그 사람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요. 대표적으로 내 옆의 '남의 편'도 그러한데요. 여전히 매일 당황스러운 이유로 낯설고 생경합니다. 아이가 아빠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생각해요. "나는 당신의 엄마가 아니다. 엄마가 된 나도 때로 엄마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엄마를 넘어 기대고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졸업하는 건 아니니까요. 비록 가족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조금씩 성장했다는 그 시간의 기록을 책과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영상을 촬영할 때는 기념사진처럼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보면서 왜 코끝이 찡해지는지 모르겠어요. 영상 감독님의 코멘트도 그러합니다. "편집하면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더 잘 남겨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벼운 스틸 촬영으로만 남기기는 아쉬워 시간과 공을 더 들였습니다." 어느 시점에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하다 벌써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아끼는 자린고비들이 많을까요. 올해도 얼마 안남았겠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밀린 마음들 마구마구 고백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요~!!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하는 쪽이 맞더라는 건 정말 진리였어요. 그림책을 만들 때도 영상을 만들 때도 "굳이(그렇게까지?)"라는 이야기 매번 들어왔지만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우리 선생님들의 고백처럼 '가장 많이 받은 건 나'였어요. 서로의 마음을, 빈자리를,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이들이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갈 수 있게 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무엇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요!
  II   피카츄 핫도그와 문방구 데이트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등굣길, 엄마 하며 달려 나오는 하굣길. 이 시간을 아이 보다 제가 더 기다리게 되었어요. 매일은 못해도 가능한 날이면 잠깐의 데이트를 위해 달려갑니다. 3월에 아이 초등학교 입학과 한쪽 다리를 통깁스 하면서 새로운 모닝 루틴이 생겼어요. 집에 다녀올 시간과 체력을 아껴 학교 근처 카페에서 토마토 한 잔으로 하루를 여는데요. (심지어 이곳은 커피 전문점) 탁트인 통창의 강변 풍경을 혼자 누리는 호사란. 오래 자리를 차지하는 게 미안해 원두나 드립백을 자주 사갔더니 일부러 살 필요 없다, 편하게 일하시라는 말을 건네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아침이든 저녁이든, 혼자든 미팅이든 단골 카페가 생겼어요. 집과 사무실 놔두고 왜 카페에서 일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제약과 한계가 집중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로 설득하고픕니다. 아이가 여기저기 벗어두고 간 옷 더미와 밀린 설거지가 기다리는 집, 예상치 못한 방문이나 미팅 처럼 우선순위를 밀고 들어오는 사무실 등. 여러 변수와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으니까요. 

집중력의 페달을 마구마구 밟아서 오전에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아이와 분식점과 문구점을 들리며 신상 과자를 구경합니다. 여름엔 슬러시, 겨울엔 핫초코. 살짝 배고플 땐 슈감자나 피카츄 돈까스. 저도 제 아이만할 때 피카츄를 비롯한 산리오의 캐릭터, 텔레토비 등에 심취해 있었는데요. 문구 덕후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9할을 키웠다 할 정도로 하굣길 루틴이었는데 지금도 그 습성은 여전합니다. 그 때도 좋아하던 피카츄 돈까스를 지금도 아이와 나눠 먹을 때면 마음이 몽글몽글합니다. 수십년을 뛰어 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생긴다는 것. 아이로 인해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금 꺼내보게 되는데요. 아이들로 북적이는 학교 앞 문방구는 아마도 아이 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공간인 동시에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감하는 시간입니다.

올 여름 전시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경험을 22호 레터 '아이를 잃어버린 20분, 실종을 예방하는 방법'에서 나눈 적이 있죠.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생지옥이 따로 없었어요. 아이와 함께 보려고 사둔 전시 티켓 종료일은 다가오는데.. 다시 그 장소에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용기를 한 스푼 아니 열 스푼쯤 더해 전시장 입구를 서성이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발견했어요. 모양도 맛도 형형색색 뭘 먹을까 고민하다 아이와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동안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스르륵 녹아내렸습니다. 다행이다. 이렇게 깔깔 거리며 아이스크을 먹을 수 있어서. 격하게 뽀뽀를 퍼붓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삐지는 아이와 투닥거리는 별스럽지 않은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정말 찰나에 아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경험 이후엔 예방에 더 신경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미아방지 목걸이도 다시 맞추고, 아이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위급상황시 제가 알림을 울릴 수도 있는 파인드마이키즈 앱도 불안을 가라 앉히는 안전망이 되었어요. 연말 연초 여행이나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달 무료 이용권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신청 고고!
  III   2024년을 기다리며 
올 겨울의 고민은 이 레터를 함께 만드는 필진들께 어떻게 보답할까 였어요. 매달 한 분의 에디터를 소개하고 에디터가 고른 책도 같이 읽어보자. 그렇게 해서 '이달에'(이달의 에디터를 소개합니다)'와 editor pick '잠재력 북클럽'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달소'라는 걸그룹처럼 매달 다양한 나라와 문화, 더불어 엄마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필진들의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사는 나라도 다르다 보니 타임 라인을 비롯한 모든 환경들이 달라서 정형화된 포맷은 어울리지 않겠더라구요. 어떤 방향과 내용이 좋을지 충분한 상의를 거쳐 매달 다른 컨셉의 '이달에'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새해의 포문을 열 에디터는 바로 핀란드에서 똔뚜 가족 육아툰을 연재중인 June 작가님 입니다. 처음 제가 생각했던 방향은 그야말로 에디터를 소개하는 형식의 특강이었는데요. 오히려 작가님이 여러 제안을 주신 덕분에 방향을 잡아갔어요. '2년 전부터 매일 그림 일기를 그려온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작가님은 새해의 다짐이 무너지지 않도록 매일 그림을 그리는 클럽을 열어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이달에'는 그야말로 '하고 싶은 거 다 하실 수 있도록 판을 깔아 드릴게요'라는 장이 아니겠어요. 

월화수목금이라는 요일에 맞춰 월요일 밤의 달, 화요일의 빛나는 무언가, 수요일의 음료, 목요일의 나무, 금요일의 금붙이처럼 매일 다른 컨셉의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고민했는데요. 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께는 조금 난이도가 있을 것 같아 이 재미난 컨셉은 추후에 심화반으로 고려해 볼게요. '매일 그림을 그리는 루틴의 중요성'이라는 작가님의 철학은 1월 특강을 비롯해 추후에 개설될지도 모를 또 다른 특강의 뼈대라 할 수 있어요. 그림으로 그리는 일주일은 '그림일기'라는 최초의 일기 형식으로 시작해보자는 다짐을 담아 새해 첫 날 특강을 시작으로 열립니다. 1월 한 달 알차게 꾸려 나갈 분들 주목해 주세요. 지난 9월 바라다드림 부트캠프에서 진행한 작가님의 디지털 특강과는 다르게 종이에 그려 매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어제 밤에도 줌으로 만나 '이달에에서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딥토크를 나누었는데요. 조금 더 오래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번 레터 하루 늦게 찾아가게 되었어요. 신청은 레터가 나가는 오늘부터 가능하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NEWS 코너에서! 또 다음 레터에서 기획 비하인드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2024년의 변화
정초부터 낯선 곳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여기까지는 확정! 계약서에 도장을 쾅쾅 찍어도 엎어질 수도 있고, 그저 한번 해볼까 하는 아이디어는 바람결에 스쳐가는 꿈결같은 존재가 아니겠어요. '비행기 문 닫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라는 제 나름의 기준점이 생겼는데요. 무엇이든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 제목을 빌려 설명하자면, <프로세스 이코노미> 시대에 <역행자>가 아닐 수 없어요. 과정을 공개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더하는 것. 2024년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무튼 다음 레터에서 '되게 의외다' 싶은 이벤트도 공개해 볼테니 궁금해 하시랏!
  II   [강민영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나는 계속해서 내 존재를 찾았다. 나는 왜 존재하는지, 내 존재는 과연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침울했다. 내가 보잘것없다고 느꼈다. 왜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는 현재 내가 하는 행위와 처한 환경에서 나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고, 집을 치우며환경을 생각해서 다양한 실천을 하고, 글을 쓰는내게는 외국어인 프랑스어로 유창하게 말을 거는 자식들과 함께 사는, 간식으로 구운 떡이 아니라 크레이프 crêpe를 능숙하게 만들어 내는떡볶이가 주는 위로를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는이 모든 것이 나의 존재를 입증이나 하고 있냐고 되물었다. 나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육체는 존재하지만 내 머릿속 나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욕구도 기쁨도 없는 인간. 있다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

  II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어쨌든 결정

장장 5년에 걸친 이사 고민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순식간에 이사에 필요한 기본 절차를 마쳤다. 이사를 가고 싶은 이유만큼 가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이유 또한 많았는데, 그 덕에 갖가지 이유를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느라 늘상 1mm쯤 발바닥이 허공에 뜬 것처럼 살았다.

아이와 내가 함께 사랑해 마지않던 대상이 동네에서 사라지고 나자, 아이는 이사를 가도 상관없는 마음이 되었다. 그러자 나는 늘 그랬듯 제대로 된 건수 하나를 잡은 사람처럼 이러한 일상의 작은 이슈 하나까지도 이사를 가라는 하늘의 게시처럼 받아들이고, 아무래도 이사를 가야겠다, 습관처럼 되뇌었다.

  II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가난한 사랑 노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일은 해야지아빠가 집에서 늘어난 팬티를 입고 배를 긁으며 넌 뭐가 되고 싶냐 얘기했을 때나는 허겁지겁 일을 마치고 돌아와 대충 끓여져 있는 잡탕 찌개에 헐레벌떡 밥을 지어 먹는 엄마가 눈에 더 들어왔다뭐가 되고 싶냐고?

나는 그 때 사랑하는 이 땅에서 만족해 마지않는 여자로 태어난 고난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나는 사회를 위해 아이도 낳아야 하고, 가정을 위해 아이도 길러야 하며, 경제를 위해 일도 해야 하는 워킹맘이다."

 

이 중에서 살림을 제외했다는 걸 떠올려볼 때 나는 전세대 엄마에 비해서는 낫다.

로봇청소기와 건조기식기세척기 "이모님"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돌아버렸을 지도 모른다.

  II   [기록하는 비꽃] 어디로든 가고픈 날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침을 맞았다. 새로운 것이 없는 똑같은 일상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우간다를 방문했던 손님들이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잠시 인사를 하러 온 거다. 오고 가는 것에 이제는 시들할 때도 됐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이런 날은 괜히 더 한국이 그립고 생각난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II   [엄마의 영화관] 끈기 있게 나를 마주할 용기 
        '여성지휘자'라는 모순 <TAR 타르> 영화 리뷰
올해로 꽉 채운 20년차 PD가 되었다. 지금의 방송PD는 여성이 많은 직군 중에 하나지만, 처음 방송사에 입사한 2003년만해도 아이템 회의에서 이색 창업으로 설탕공예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가 부장님께 “그런 건 가정시간에나 해.”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7년 MBC로 이직 했을 때는 내가 배정받은 다큐멘터리팀 30명의 팀원 중 여자는 막내인 나와 한 살 많은 선배 단 두 명 이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여자 PD들은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던 때였다. 20여년방송 생활을 하는 동안, 방송 업계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 감독이나 조명 감독은 수백명 중 하나, 둘 뿐이다. 여PD, 여감독, 여배우… 언제쯤이면 직업이나, 일 앞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붙이지 않을 수 있게 될까…
  II   [핀란드 똔뚜가족] 똔뚜의 비밀 워크숍 
호호호~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의 홈 그라운드,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준비는?💜
🐰2024년 1월 '이달에' <그림일기 그림일주>
핀란드 똔뚜가족 June 작가님과 함께해요!
🐰
🐰파인드마이키즈 무료 이용권 이벤트🐰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현실이 되었을 때. 사라진 아이를 찾아 헤매면서 각성한 실종 예방의 중요성. 지난 레터를 참고하세요!
🐰포포포 매거진 8호 궁금하면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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