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선 아베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아베 개인은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정치 유산 은 추모 분위기에 힘입어 더욱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헌법 개정, 군사비 증강, 현실주의 외교 등 한국 입장에서 유쾌한 내용은 아니죠. 단기적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인데 중장기적으로는 어떨까요? 

아베노믹스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20년 넘게 일본 경제를 괴롭힌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타파하는 것. 그를 위해 무제한적 양적완화, 적극적인 경기 부양, 경제 구조 개혁을 내세워 강력히 밀어붙였죠. 전 세계가 금리 인상에 나선 지금도 일본은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아베의 뒤를 이은 기시다 내각은 이제 어느 방향으로 경제를 끌고 갈까요? 

"내 임무는 향후 50년에서 100년까지 아무리 거친 파도가 와도 견뎌낼 수 있는 이 나라의 미래를 그리는 것" 아베가 역대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직후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철저한 민족주의자, 국가주의자로서 강력한 일본을 꿈꿨습니다. 이제 일본 국민들이 그의 비전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베의 외교관은 선명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다만 한국은 제외한) 태평양 동맹국들과 최대한 가까이 지내고 중국, 북한, 러시아와는 강경하게 맞섰죠. 그의 이런 태도는 퇴임 이후에도 일본 정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땐 이를 기회로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자고 제안할 정도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