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길 잘했어〉(감독 최진영)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4 〈태어나길 잘했어〉
4월 27일 오늘의 큐 💡
Q. 영원한 내 편, 있을까? 🙋
제법 푹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에요! 님, 혹시 봄 타시나요? 계절이 너무 뚜렷한 탓에🔥❄️ 가을엔 떨어지는 낙엽에 쓸쓸해지고, 겨울엔 빠르게 찾아오는 어둠에 외로워지고, 여름엔 기운도 없고 입맛도 떨어져서 힘들지만 특히 봄을 타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도 봄에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무기력하고, 어쩐지 나 혼자인 것만 같고,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 세상에 내 마음 알아줄 딱 한 사람, 없을까?😔

있어요! 바로 인디즈 큐😘
..도 맞긴 하지만...솔직히 더 좋은 사람이 있긴 해요😅 소개해드릴게요. 바로바로... 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님만큼 님을 잘 아는 사람은 없겠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많이 알아서일까요. 어떨 땐 너무 밉고, 어떨 땐 너무 싫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껴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요. 모든 관계가 그렇듯, 그럴 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소통하는 방법 뿐인 것 같아요.
엄마를 떠나보낸 뒤 친척집에 얹혀살게 된 춘희는 군식구 취급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대단한 재주도 없고 든든한 가족도 없고, 다한증이 있어 언제나 땀이 찬 손과 발이 부끄럽기만 한 춘희. 씩씩한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춘희는 갑작스런 사고로 어린 날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으로 춘희가 춘희를 들여다보게 된 거죠.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사랑스러운 사람까지! 그간 좋은 단편영화를 선보여 온 최진영 감독의 따뜻한 첫 장편영화, <태어나길 잘했어>를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엄마가 엄마를, 내가 엄마를, 엄마가 나를, 내가 나를 마주하는 이야기, <바람의 언덕>도 같이 보시면 더욱 좋을 거예요. 나 자신을 마주보는 것은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나를 조금 더 이해하고 나와 조금 더 화해하면서 나를 응원하면 어떨까요? 아주 든든한 영원한 내 편, 바로 나니까요💪

님, 조금 부끄럽더라도 오늘 자기 전에 누워서 가슴에 손을 포개고 머릿속으로 중얼거려보는 거예요. '나 정말, 태어나길 잘했어!'💭 (I♥MYSELF😉)

어릴 적 나와 화해하기

〈태어나길 잘했어〉


어렸을 때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또는 하고 싶을까? 최진영 감독의 <태어나길 잘했어>는 성인이 된 춘희(강진아)가 어느 날 번개를 맞고 살아난 후 어렸을 적 자신(박혜진)을 만나게 된다는 귀엽고 발랄한 설정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간다.


춘희는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지낼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친척집에서 쭉 자라게 된다. '친척'집이라고는 하지만 춘희는 그들에게 성가시고 번거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영화 초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이 춘희가 어디서 지내야 할지 논쟁할 때부터 춘희의 움츠러든 존재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춘희는 몸도 제대로 펼 수 없고 온기가 돌지도 않는 다락방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미술 숙제로 수수깡 집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만들어갈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 춘희였지만 친척들에겐 인정받지 못한다. 다한증이 있는 춘희가 걸을 때마다 발에서 난 땀으로 발자취가 남게 되는데, 친척 가족들은 춘희의 땀자국에 혐오감을 느끼며 그것을 얼른 지워버리려 한다. 그 속에서 춘희는 자신의 존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워져버리는 절망감과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 영화에는 현재의 춘희와 과거의 춘희가 교차되어 나오면서 춘희가 학창시절 조용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하게 한다. 춘희는 문득 불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오른손을 불 속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집어넣는다.

30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춘희는 마늘을 까서 사촌오빠(임호준)의 식당에 납품하며 돈을 모은다. 춘희의 손에는 어릴 적 생긴 화상 흉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춘희는 모은 돈을 다한증 수술에 쓰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집단상담센터에서 말을 더듬는 주황(홍상표)을 만나고, 춘희는 전에 없었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아무도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해준 적이 없었던 춘희에게 주황과의 만남은 일상 속의 특별한 즐거움이 되어간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 춘희를 자꾸만 마주치게 되면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위로하고, 어둠 속에 있는 것만 같던 시간들을 보듬어줄 수 있을까. 씩씩하게 살아가는 듯 보였던 춘희에게는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처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어린 춘희의 존재에 화들짝 놀라 처음에는 부정하고 숨기려고 했지만, 춘희는 점차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어른이 된 춘희는 불에 손을 집어넣으려는 어린 춘희의 팔을 잡고 그를 꼭 안아준다. 자책하며 모든 걸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나와 화해하며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비록 묵묵히 살아오며 지켜오던 집에서 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춘희는 그 집을 나오면서 더욱 단단해진다. 또 다른 행복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목 어디론가로 가는 춘희의 뒷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거나 슬프지 않다. 천천히 기어가는 민달팽이처럼 춘희는 춘희만의 속도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모두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다. 나를 위로하고 나를 꼭 안아주라고 말하는 따뜻한 영화다. 우리 모두 태어나길 잘했어.


인디즈 김소정

태어나길 잘했어(감독 최진영)|
극영화|100분|12세이상관람가

“춘희 씨, 손에 꽃이 피었네요” 
손에 땀 마를 날 없는 ‘다한증’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수술비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며 홀로 살아가던 씩씩한 춘희,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전부였던 그에게 봄처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자신의 삶에서 마주해야 했지만 피했던 것들과
화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나와 화해하기

〈바람의 언덕〉


다한증으로 고통받지만 고요하고 느리게 살아가던 ‘춘희’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1998년의 어린 ‘춘희’였다. 과거의 상처로 힘겨워하는 춘희의 모습에서 한적한 태백, 필라테스를 가르치고 있을 ‘한희’를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춘희와 한희는 과거에서 고통을 찾지만, 결국 다시 과거에서 위로받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영화 <바람의 언덕>은 딸 한희(장선)가 엄마 영분(정은경)과 급작스럽게 만나면서 멀어지다가도 이내 가까워지는 모녀 사이의 관계를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게 묘사한다. 한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간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에 오히려 상처를 주며 도망치려 하는 것은 엄마 영분이다. ‘너 때문에 내가 평생 나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라며 억울해하는 영분에게 한희는 한 번도 엄마를 미워한 적 없었다고 소리친다. 과거 어린 영분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고, 이젠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며 되려 영분을 보듬는다. 혼자인 줄 알았는데 엄마를 만나 좋았다고, 같이 있자고 오히려 구원의 손길을 건넨다.

춘희와 한희는 과거를 회피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들은 좀 더 커버린 오늘의 어른이 되어 어제의 상처를 보듬고 포용한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가 있기 때문에 한희와 춘희의 내일은 좀 더 파스텔 톤의 밝은 색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끝을 장식하는 것은 너무 무섭다는 영분의 말에 자신도 그렇다며 받아치는 한희의 모습이다. 물론 춘희와 한희, 그리고 영분의 내일은 무섭고도 팍팍한 현실이겠지만, 그럼에도 태어나길 잘했다. 서로에게 용기 한 스푼과 따뜻한 온기를 내어줄 테니. 과거의 기억에서 이따금 벼랑으로 잡아끌 때면 축축하고 더운 손으로 서로를 붙잡을 거다. 혼자가 아닌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태어나길 잘했다.


인디즈 임나은

바람의 언덕(감독 박석영)|
극영화|107분|전체관람가

엄마가 되는 것이 두려워 새 삶을 위해 떠났던 여자 ‘영분’은 다시 돌아온 고향 태백에서 오래 전 연이 끊겼던 딸 ‘한희’의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간다.
차마 엄마라고 말하지 못하는 ‘영분’과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한희’.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이 스치듯 교차되는 바람의 언덕에서 비로소 마주 보게 되는데…
2020년, <바람의 언덕> 개봉을 맞아 한희 역의 장선 배우를 인디즈가 만났습니다☺️ 한희는 쉽게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온기를 가진 인물임이 느껴지는데요. 아마 장선 배우가 한희를 바라보는 따스한 마음이 묻어나서 그런 것 같아요🌤️ 소제목으로 쓰인 문장도 장선 배우의 말을 빌려온 건데요. 인터뷰 전문을 보면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질 거랍니다❤️
"제가 여담으로 감독님께 한희가 원망 한 번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얘기했을 때, 감독님께서 그래도 이런 사람이 있는 걸 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너무 내 기준에서 인물을 바라봤던 건 아닐까?’ 싶었고 한희는 부정적인 말들을 힘들어하고 이미 많은 걸 이해한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오늘 자기전에 나한테 "태어나길 잘했어" 해주는 거 잊지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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