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EDITOR'S LETTER 바야흐로 가을이네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저마다 가을을 보내는 방식은 다 다를 테지만, 그 만이 가지고 있는 세련된 기운에는 모두 공감할 터. 여러분이 가진 섬세한 센스를 표출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입니다. 가을의 싱그러움을 누리기 위해 나갈 채비를 끝마쳤지만, 어쩐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이 드신다면. 지금 이 순간, 여러분께 필요한 패션 아이템은 바로 향수. 취향. 취향이란 단어에는 울림이 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方向)’, 혹은 그러한 지점으로
‘향하여 달릴 의향(意向)’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죠. 패션, 공간, 음악뿐만 아니라 사실 ‘향기’도
우리의 취향(趣向)을 반영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줍니다. 향기가 곧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혹은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소중한 기억의 일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 세계 수만 개의 향수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스타일이고에서 새롭게 준비한 콘텐츠는, ‘취향(香: SCENT)’. 내가 있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나를 감싸 안을 향수를 탐색하는 여정에 이제부터 함께 하려 합니다. 울긋불긋했던 온갖 치장을 벗고 아무런 꾸밈없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나무’들을 주인공 삼아, 이번 이고진 콘텐츠에서는 '우디(WOODY)' 타입의 다채로운 향수를 모아봤습니다. 이고진 구독자 여러분들의 취향과 감성에 딱 맞는 향기이길 바라며. WOODY fragrance 향수는 향의 종류에 따라 타입’TYPE’으로 구분지어 지죠. 대표적으로 ‘우디(WOODY)’, ‘시르터스(CITRUS), ‘프루티(FRUITY), ‘플로랄(FLORAL), ‘아쿠아틱’, ‘머스크(Musk)’ ‘파우더리(Powdery)’ ‘오리엔탈(Oriental)’ 타입 등이 있어요. 향수 한 병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향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향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타입이 정해집니다. 우디(WOODY) 타입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나무와 흙에서 느껴지는 향. 나무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향기입니다. 나무가 전하는 중후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잔향이 무겁게 내려 앉아 고상하고 안정된 느낌을 선사하죠. 그래서 대체로 중후한 향으로, 지속력이 좋은 편이에요. 다른 타입을 돋보이게 해주는 미들, 베이스 노트에 많이 사용되죠. 우디 타입 향의 원료로는 주로 샌달우드, 시더우드, 삼나무, 패츌리, 베티버, 과이악우드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때로는 톡 쏘는 진한 향기보다, 은은하게 코끝에 맴도는 우디향의 진중함에 매료되는 법. 마치 자연스러운 살 내음처럼 짙은 여운을 남기는 우디 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흙내음과 찬란한 녹색이 잘 어우러진 고혹적인 향취를 선사하는, 우디한 향수 3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1. Loewe 001 EDT 원목 가구들이 가득한 안티크한 카페. 졸음이 쏟아져,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청할 때, 코 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알싸함, 동시에 자연의 편안함이 있는 나무의 향, 그리고 동시에 주변 공기를 에워싸는 상큼함과 한 방울의 달달함. 로에베에서 향수가 나온다고?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로에베는 알다시피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죠. 지금은 프랑스 LVMH의 소속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로에베001맨 향수는, J.W 앤더슨을 만든 조나단 앤더슨이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13년에 취임한 이후, 2016년에 처음으로 만들어낸 향수에요. 그래서 향수 네임에 001이 붙죠. 로에베의 향수에 영감이 된 인물이 있어요. 패키지에 그려진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독일의 사진 작가이자 식물학자였던 칼 블로스펠트. 그는 ‘식물은 전체적인 예술성과 건축적인 구조로 평가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식물의 형태에서 예술을 발견했어요. 맨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식물의 구조를 12배 확대한 초근접 카메라를 통해 담아냅니다. 로에베001의 패키지 표지에 있는 아칸서스가 꽃을 제거한 소포엽을 4배로 확대한 이미지죠. 결코 가볍지 않은 알싸한 스파이시 향으로 시작, 곧 깊은 삼나무 향과 잘 다듬어진 묵직한 머스크가 스멀스멀 올라와 묘한 여운을 선사합니다. 베티버 특유의 촉촉한 풀 내음, 은은한 우디향, 그리고 속 깊은 머스크. 그 셋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궁금하다면. 혹은, 따뜻한 당신의 품에서 잠들어버린 누군가의, 깊은 꿈속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2. Serge Lutens Santal Majuscule Eau De Parfum 어느 겨울 밤,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쌓인 산장. 벽난로 앞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와 나눠먹는 따뜻한 코코아 한잔. 밖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만 가는데, 우리는 옛 추억 속에 빠져 마냥 웃음 짓는다. 세르주 루텐. 향수 매니아만 즐긴다는, 진입장벽이 꽤나 높다고 알려진 향수 브랜드. 뛰어난 감각의 천재 뷰티 크리에이터 겸 예술가 ‘Serge Lutens’이 자신의 이름으로 런칭했어요. 그는 단독 조향 디렉터로서 맡으면 잊혀지지 않는 유니크한, 지금까지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향을 창조하고 있어요. 보틀 패키지부터 공병까지, 마치 하나의 예술품 같아요. 그만의 예술적 고찰이 온전히 담겨있죠. ‘남들과 다른 단 하나의 향’을 창조하겠다는 철학이 담긴 향수 덕분에, 현재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퍼퓸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erge Lutens가 사랑하는 모로코를 비롯한 남부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보기 드문 천연 원료로 향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 나무가 사랑에 빠지면 이런 향을 뿜어 낼까요. 달콤함이 살짝 감도는 로맨틱한 나무의 향, 인사동 한 인적 없는 전통 찻집에서 언뜻 날 것 같은.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백단향과 샌달 우드의 묵직함과 단아함을 함께 곁들인. 이따금 더해지는 부드럽고 나긋한 우디 향과 크리미한 초코 향이 키 포인트,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표현한 바. 여러분이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존재가 되고 싶다면, 이 향으로 몸을 감싸보세요. 3. Santal 33 비온 뒤 숲 속을 걸을 때 느껴지는 젖은 땅의 어색함, 그렇게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 이 낯선 모든 것을 메워주는 것은 코끝에 느껴지는, 숲이 살아 숨쉬는 신선한 향.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친숙한 장소가 되어버린 이 숲. 광고나 마케팅은 일체 없었죠. 그러나 어느덧 선도적인 니치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뉴욕 기반의 향수 브랜드, ‘르라보’.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온 브랜드 명처럼 매장에 들어서면 향수 제조 과정이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그리고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테이블 위에 비치된 여럿 핸드메이드 향수들이 시선을 끌죠. 온전히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서의 황홀한 후각적 체험, 그리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퍼스널 라벨링 서비스까지. 감각의 체험을 중시하는 두 창립자, 에드워드 로쉬와 파브리스 피노 덕분에 우리는 직접 향기를 맡고, 보고, 만져가며 각자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어요. 수많은 니치 향수 브랜드 틈 사이에서 르라보가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유입니다.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깊고 진한, 울창한 숲의 향. 마치 상쾌한 소나무 숲을 거니는 듯합니다. 온전히 우드, 송진과 삼나무의 향을 느끼고 싶다면 ‘상탈 33’만한 것이 없죠. 달콤하고 부드러운 삼나무 향이 그을린 연기처럼 퍼져 여러분을 부드럽게 감쌀 겁니다. 암브록산, 샌달우드, 그리고 시더우드의 조합으로 구성된 지극히 숲(우디)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이에요. 거센 비가 그친 후 나른하게 퍼지는 소나무의 내음처럼, 편안한 향을 찾고 있던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STYLING: 스타일이고 아티스트 하한슬 EDITOR: 허아란 DESIGNER: 황예인, 유현상 패션, 향기, 음악, 그리고 몇몇 잊을 수 없는 공간들. 당신의 취향을 만들어줄 단 하나의 뉴스레터 EGOZINE. Find your style e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