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가나는

아빠와 함께 갔던 바다에는 모래 대신 돌이 있었다. 밟았을 때 촉감은 전혀 달랐는데 둘 다 비슷하게 따스했다. 둥그런 돌들이 밟아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맨발로 돌을 밟으며 걸으면 곧 찰랑이는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이 내 발을 삼키며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그 느낌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꾸만 물장구를 치러 매년 바다로 들어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튜브를 끼운 채 물로 보낸 뒤 돗자리에 누워 휴대폰을 만졌다. 나와 남동생은 다리 사이에 낀 구명조끼의 끈을 불편해하며 튜브에서 힘을 빼고 드러누웠다. 우리 셋 중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빠뿐이었지만 아빠가 수영하는 모습은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말고는 잘 볼 수 없었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저 멀리까지 들어가도 수심은 무척 얕았다. 파도가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나도 흔들렸다. 얕은 파도가 부서지는 감촉이 몸에 닿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며 물장구를 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몸통과 팔다리가 다 늘어진 채로 바다에서 빠져나가면 그때가 바로 집에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