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가 일의 일기(2)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지난 번 레터에 이어 한우물클럽 안에서 일의일기 연재를 이어갑니다. 한 구독자분께서 피드백으로 데이터 분석가로 전직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벌써 2년 전 이야기지만, 저도 데이터 분석가 인턴 공고를 잠깐 올렸는데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지원했던 때가 떠올랐어요. 아마도 그만큼 데이터 분석이라는 일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실제 데이터 분석가들의 일은 어떤 조직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고민도 달라집니다. 분석가로 취업했다고 해도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직을 고민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분석가가 이렇게 느낀다면 해당 분석가를 채용한 조직에서 느끼는 것도 비슷하겠죠.
왜 분석가에 대한 기대와 현실은 이렇게 차이가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분석가와 조직이 win-win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 간극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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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솔직히 이건 꼭 필요하죠
2. 그치만 이것도 있어야겠는데요? 3. 앞으로 계속 만들어나가야 할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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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레터의 리캡을 해봅시다. 일반적으로 분석가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많이들 분석가를 뽑기만 하면 인사이트가 나오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분석가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분석가로 입사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할 데이터겠죠. 그런데 아주 초기 스타트업이거나, 데이터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지한 기업이라면 분석할 데이터가 없거나 적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거예요. 그렇기에 해당 기업에 합류하는 분석가라면 데이터 분석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동시에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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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이터가 있더라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석할 문제에 필요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지 않거나 데이터가 일부만 수집되고 있는 경우, 수집된 데이터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될 때는 데이터를 다시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마지막 케이스는 주문 취소 시간이 주문 생성 시간보다 먼저 찍혀있다거나, 클릭 수보다 노출 수가 더 적게 집계되는 등의 경우인데요, 이와 같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데이터를 정합성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면 검증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또 검증 후 수집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 분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분석할 인프라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꺼내고 처리할 수 있는 안정적인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줄 수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엔지니어가 없다면요? 분석가가 엔지니어 역할까지 해내거나, 조직 내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 합니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어야 분석가도 분석에 착수할 수 있다 보니 분석가도, 조직도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프라도 관리하면서 분석하려면 아무래도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이 정도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회사에서는 데이터 분석가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실 분석가는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말 그대로 의사결정을 ‘돕는’ 사람입니다. 당장 기업의 생존이 중요한 시점에는 데이터를 분석할 만한 여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숙련된 사람의 감을 기반으로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에 대응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어요. 분석가를 채용하기로 했다면 분석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채용해야 채용된 분석가도 더 빠르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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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조건은 분석가 채용시 당연히 갖춰야 한다고 생각할 만한 조건입니다. 데이터가 없는데 분석가 채용부터 고민할 회사가 많진 않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데이터와 인프라만 갖추어졌다고 해서 분석가가 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석가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기업 문화와 분위기가 받쳐줘야 합니다.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거든요.
제가 데이터 분석가로서 처음 일했던 회사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입사했을 때, 데이터 분석 조직은 크게 두 팀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현업과 같은 본부에 있는 팀 하나, 그리고 지원 부서에 있는 팀 하나로요. 제가 소속된 팀은 지원 부서의 팀이었는데, 당시 팀장님은 제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 팀에 간다면 너는 보고서를 위해 데이터를 뽑는 계산기가 될 것이라고요. 지금 조직은 현업에서 좀 떨어져 있으니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요. (물론 여기도 딱히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 넘어가겠습니다)
당시 제가 있던 팀이 아니었기에 ‘현업과 같은 본부의 팀’의 현실을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보통은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이를 백업해야 할 데이터가 필요하니 추출해달라는 요청받는다고 해요. 현업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죠. 때로는 보고서에 이미 결론도 정해져 있거나, 산출해야 하는 데이터도 표 형태로 그려져 있기도 하대요.
분석가는 요청받은 데이터를 추출해 그 표를 채우기만 하면 됩니다. 왜 이 데이터가 필요한지, 어떤 의사결정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공유받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현업에서 한 요청을 그대로 쿼리로 변환해 데이터를 추출하기만 하면 되니, 분석가의 판단이나 전문성도 필요하지 않아요. 요청자가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지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분석가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데이터가 원하는 메시지를 주지 않을 때 가공을 요구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라면 보고서 작성 전에 분석을 먼저 해보자고 요청할 거예요. 그리고 그 분석 결과를 보고 다음 스텝을 결정하겠죠. 그런 점에서 제가 과거에 일했던 회사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문화였고, 데이터 분석가는 구색 맞추는 식으로 존재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조직에서는 분석가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될 수밖에 없고, 분석가도 조직도 왜 분석가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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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가 좀 더 임팩트를 낼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기업에서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고, 그러려면 리더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저는 여기에 데이터 분석이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해질 수 있는지 인식하고, 분석가의 전문성을 인식하는 것까지 리터러시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리더가 이런 데이터 리터러시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라’고 이야기하며 현업에서 내리는 결정이 실제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 확인하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해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안착하는 것은 아무래도 탑다운으로 내려오는 것이 바텀업으로 리더를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합니다. 그리고 리더가 이렇게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구성원도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전 레터에서 이렇게 썼었습니다.
물론, 제가 여기에 쓴 모든 상황들은
꽤 데이터를 잘 사용하는 문화를 전제로 하고 있긴 합니다.
아무리 분석가가 뛰어나더라도
분석가에 대한 존중이나 신뢰, 확신이 없다면 의사결정에 반영되긴 어렵겠죠.
그런 점에서 분석가는 다른 직무보다 어떤 조직에서 일하느냐가
업무 환경과 성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아요.
분석가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분석가가 단순히 데이터를 추출해 주는 역할로 한정됩니다. ‘데이터만 줘. 알아서 해석할게.’라고 요청받는다면 분석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겠죠. 하지만 데이터 리터러시가 높은 조직이라면 분석가가 목적에 맞게 분석을 기획할 수 있다고 믿고, 분석에는 일정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이해하며, 분석가가 전달하는 결과를 신뢰합니다. 그리고 분석가가 제공하는 의견을 존중할 때, 그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더가 데이터 리터러시가 높다고 해서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개인 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걸 아는 조직에서는 관련된 교육도 하게 되고, 개인적으로도 익히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점점 커뮤니케이션도 쉬워지고, 직접 분석을 진행하기도 하게 되더라고요.
탑다운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요? 어쩌겠어요, 바텀업으로 올려야죠. 리더십에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예시를 자주 제시하면서 설득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분석가 개인이 업무를 하면서 리더를 설득하고 문화를 바꿔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여러 시도 끝에 공고한 틀을 바꿀 수 없다고 인식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기 쉬운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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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요. ‘분석가, 거 참 되게 까다롭네’ 생각 드셨을까요. 분석가인 저 역시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만약 이직한다면 다음 회사는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후보가 될 수 있는 회사들부터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왕이면 환경이 갖추어진 곳에 가고 싶고, 환경 세팅부터 시작하더라도 호의적인 환경에서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위의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여전히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이에요. 조직에 적응하고 도메인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분석가의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일하다 보면 현업의 요청을 받아 분석하는 일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런 일회성 분석을 애드혹(ad-hoc) 분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석가가 요청받은 분석만 하다 보면, 각 팀의 시각에서 필요한 답만 주게 됩니다.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우리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분석해야 조직 차원에서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죠. 그러려면 애드혹 분석의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다들 일하자고 하는 요청인데, 냅다 요청을 안 받겠다고 할 순 없잖아요. 이게 가능해지려면 간단한 요청 수준에서는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자주 들어오는 요청을 유형화해서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현업에서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홍보하면서 간단한 요청이 덜 들어오도록 만들었어요. 현업에서 찾기 편한 곳에, 사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만들어두면 점점 관련된 요청이 감소하더라고요. 그 외에 반복적인 업무는 최대한 자동화하고, 간단한 쿼리 수정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분석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환경 개선에도 계속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처음부터 분석하기 편한 형태로 수집하도록 엔지니어와 논의한다든지, 자주 쓰는 데이터를 미리 가공하는 시스템(데이터 마트)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새로운 툴이 나왔을 때 테스트해보고 대체할 수도 있겠고요.
다른 직군들도 그렇겠지만, 분석가는 역사도 짧고 조직 내 인원수도 적기 때문에, 표준화된 업무 방식이나 선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과 분석가 모두 환경을 만드는 데에 시간과 리소스를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당장의 분석 결과에만 매달리지 않고, 이러한 환경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바뀌는 것들이 쌓이다 보면 분석가도 장기적으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것이 조직 차원에서도 원하는 그림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는 어떤가요? 분석가가 일하기 좋은 회사인 것 같나요? 혹은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 회사인가요?
위에서 새로운 툴 이야기를 했는데요, 다음 레터는 AI 시대에 이야기하는 데이터 분석가의 미래를 이야기해보려 해요. 저라고 뭐 대단한 답이 있겠느냐마는, 여러 선배 분석가의 이야기를 듣고 리서치해서 돌아와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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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지난 주엔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던 배드 버니. 월요일에 풀린 하프타임쇼를 두 번 연속으로 보고, 역시 어쩔 수 없다! 하며 찾아 듣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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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오리진 • 요니 • 숭이 • 장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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