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는 이들을 위한 뉴스레터? 미라클! 안녕하세요! 이덕주 기자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영어권에서 자주 쓰이는 인터넷 용어로 tl;dr (TLDR)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요. Too Long ; Didn't Read 의 약자인데요. '너무 긴 글이어서 읽지 않았다'는 뜻에서 시작해 이제는 긴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들에게 일종의 '경고'표시로 사용한다고 해요. 영어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지만 TMI (Too Much Information) 나 IRL (In Real Life) 과 달리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진 표현이에요. 오늘도 미라클레터는 좀 길기는 하지만 읽으면 꼭 남는 것이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해요! 바로 '글쓰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오늘의 에디션
#존슨앤존슨2개로쪼갠다 #디스코드NFT백래시 아마존의 글쓰기 문화 글 잘 쓰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이래뵈도 아마존이 예전엔 '인터넷 서점' 이었다구! <출처: alux.com> 2004년 파워포인트 추방 조직 내에 글쓰기 문화가 가장 뿌리 깊게 박힌 기업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존일 거에요. 2004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회사에서 파워포인트(슬라이드)를 추방한 이후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회의에서 '글'로 소통하는 것이 뿌리내렸어요. 아마존에서 사용하는 글쓰기의 대표적인 양식이 '6-페이저'와 'PR/FAQ’에요. 이 두 가지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많이 소개된 것이므로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간단하게만 요약해볼게요. 6-페이저는 회의에 쓰이는 자료를 6페이지짜리 '줄글'로 쓰는 것을 말해요. '파워포인트'나 '글머리기호(bullet point)'식의 글처럼 핵심만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이 그대로 담긴 '내러티브'식으로 쓴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예를 들자면 이렇게 달라요. 글머리 기호식 :
내러티브식 : 새로운 시장에 진출에 따른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위 기업이 공격적인 가격인하로 방어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투입할 자원이 제한적인 우리 회사는 가격인하에 수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두번 째로 기존 브랜드를 새로운 시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침투가 실패할 경우 기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내러티브 식의 글을 6페이지나 작성한다고 해요. (6페이저 형식으로 작성된 글의 예) 18분 동안 낭독 어떻게 보면 너무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것 같은데 아마존에서는 심지어 이 글을 회의 전 발표자가 참석자들 전부 앞에서 읽는다고 해요. 페이지 당 3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감안하면 18분동안 내용을 읽기만 하는 거죠. 대신 회의 전에 미리 자료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해요. 또, 회의 참석자들도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고 해요. 보도자료 같은 기획안 PR/FAQ는 사내에서도 사용되는 기획안도 일반 대중에게 발표하는 언론 보도자료(Press Release)처럼 쓰고, 거기에 예상질문까지 작성하는 것을 말해요. (PR/FAQ의 예시) 이런 보도자료도 전형적으로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작성된 글이에요. PR/FAQ는 '고객중심'에서 시작하는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인 '워킹 백워드(순서파괴)'와 관련이 있어요. 고객에서 시작해서 기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죠.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내러티브'로 글을 쓸 줄 알아야 고객을 심도 높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아마존은 내러티브 방식의 글을 선호하는 걸까요? 제프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출처 : 순서파괴) "4페이지의 메모를 쓰는 것이 20페이지짜리 파워포인트를 구성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좋은 메모의 내러티브 구조가 우리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를 더 잘 생각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기사나 보도자료를 작성해보신 분이라면 '내러티브'식 글쓰기가 왜 강력한지를 알고 계실 거에요. 어떤 기사를 쓰던 취재가 충분히 되고 전후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글이 술술 써지거든요. 이럴 경우 읽는 사람도 궁금한 것이 생기지 않아요.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쓰면 글에 구멍이 숭숭 나타나게 되어요. 읽는 사람도 한번 읽고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과정 자체가 사고를 명확하게 하고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요. 앰브로즈 비어스라는 미국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해요. “Good writing is clear thinking made visible.” "좋은 글은 '명확한 사고'를 눈에 보이도록 해주는 것이다"라고 번역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명확한 사고가 되어있다면 좋은 글이 나오고 반대로 글을 쓰다보면 명확한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아요! 스트라이프의 글쓰기 문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글로 써보세요! 척 봐도 글 잘쓰게 생기신 분. <출처=링크드인> 아마존 만큼이나 글쓰기 문화가 강한 곳은 기업가치 950억 달러의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에요. 이 회사는 매달 발간하는 '개발자 매거진'과 자체 출판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글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곳의 문서화 담당 매니저인 데이비드 누네즈와 가상 인터뷰로 스트라이프의 글쓰기 문화를 소개해볼게요(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이에요 죄송해요..😔). 💬 언제부터 스트라이프에서 일하게 되었죠? 👦 2017년이요. 그 전에는 우버, 세일즈포스 등에서 문서화 업무를 했어요. 💬 문서화 부서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죠? 👦 프로젝트 매니저, 개발자들과 일하면서 문서를 관리하고 고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테크니컬 라이터들이 우리 부서에 속해 있어요. 💬 스트라이프에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나요? 👦 저희도 아마존처럼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내러티브 문서를 사용해요. CEO인 패트릭 콜리슨은 사내 메일에서 각주를 사용할 정도에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이에요. 💬 왜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죠? 👦 글로 명확하게 표현될수록, 의도와 메시지도 명확해져요. 어떤 사람이 회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저희는 그걸 글로 써보라고 해요. 💬 글을 쓰고 문서화를 하는 것도 다 일 아닌가요? 👦 글을 쓰는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샘플이 있어야 해요. 빈칸만 있는 양식이 아니라 내용으로 채워진 샘플이요. 그리고 모든 걸 표준화시킬 필요는 없어요. 정말 회사내에서 중요한 문서만 표준화하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맘대로 작성할 수 있게 해야해요. 💬 글을 잘쓰는 팁이 있다면? 👦 일단 쓰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리뷰를 부탁해야 해요. 개발자들도 코드를 리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언제나 읽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해요. 어떤 독자는 어려운 단어가 있는 것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원격근무시대의 글쓰기 글로 일하는 사람들 부장님의 카톡에 반응하는 우리의 자세 <출처: slack giphy> 커지는 글쓰기의 중요성 아마존이나 스트라이프가 유별난 조직일 수 있어요. 두 회사 모두 리테일 비즈니스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최종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그렇다보니 테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두 회사의 창업자가 유명한 '책 덕후'인 것도 영향을 미쳤을거에요. 원격근무로 늘어난 협업툴 사용 코비드19가 한참 유행하는 동안 원격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원격근무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이미 기존에도 슬랙같은 메신저나 노션같은 협업툴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원격근무는 이런 협업툴의 사용을 더 늘어나게 만들고 있어요. 전화통화나 영상회의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협업툴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단톡방서 갑분싸 피하려면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협업툴에서 '글'을 통해서 다른 동료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 되었어요. 우리가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영상회의를 할 때와 달리 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 많은 정보가 생략되요. 사람의 제스처, 표정, 목소리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글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아지고 감정을 상하기도 쉽죠. 각설하고 본론부터 말해줄래? 또, 쏟아지는 카톡과 이메일 속에서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강조'해주는 것,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어요. 앞서 말한 내러티브 방식의 글쓰기가 사고의 복잡성을 키우고 종합적인 판단을 위한 글쓰기라면, 협업툴에서의 글쓰기는 효과적으로 일을 하고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죠. 🙋 지식의 저주 내가 아는 걸 네가 모른다는 걸 몰랐어 스티븐 핑커 교수 같은 페이지의 중요성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서로 이해하는 것이 같은 것'이에요. 이심전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어로는 'On the same page’라고하죠. 실제로 우리가 직장에서 일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이런 '이해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식의 저주라는 인지오류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같은 페이지에 머무르기가 쉽지 않아요. 바로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때문이에요. 지식의 저주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에요. 이건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기도 해요. 한 심리학 실험에서 이런 것을 했다고 해요. 3살 아이에게 M&M 초콜릿 상자를 보여주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게 했데요. 당연히 '초콜릿'이라고 대답했겠죠? 그런데 실제로 그 상자안에는 초콜릿이 아니라 '연필'이 들어있었어요. 실망한 아이에게 "만약 다른 아이가 이 상자를 보면 뭐가 들어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 물어봤더니 "연필"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핑커 교수의 조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는 책으로 유명한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글쓰기에서도 이런 '지식의 저주'가 많이 발생한다고 해요. 특히 지식이 많은 전문가 집단일수록 더욱 그렇죠. 이건 회사의 CEO나 임원들도 비슷할 것 가아요. 이 같은 지식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핑커 교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어요. 1. 독자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글을 먼저 보여줘라 2.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자신의 글을 다시 읽고 고쳐써라 너무 상식적인 조언인가요? 사실 미라클레터를 쓰는 저도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에요. 😅 이번 레터에서 '글을 잘 쓰는 것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해봤지만 사실 사회 전반적으로 글의 중요성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나 틱톡같은 시청각적인 콘텐츠가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나 암호화폐 어디에도 글쓰는 사람들의 자리는 없는 것 같아요. 😭 하지만 미라클레터를 읽어 주시는 미라클러님들을 보면서 '희망적'인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미라클레터를 쓰면서 고민한 생각들을,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 하니까요!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