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전의 역사와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 모델, 의료영역에서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SINCE 2023
AI 시대, 인간 의사의 존재를 묻다
2025년 5월 20일
최혜란 에디터
님 안녕하세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최혜란입니다. 이번에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발행하는 뉴스레터 ‘오이레터’ 시즌2에 에디터로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간 눈부시다 못해 파괴적일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이 의료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켜보며, 과연 의사는 이러한 속도와 방향성 앞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AI를 전공한 전문 연구자는 아니지만, 의사의 시각으로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 오이레터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보고 싶어 이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미지의 영역인 만큼 이 시리즈가 의미 있게 발전하려면 일방향적 발신이 아닌 양방향 소통이 필수적이기에, 의문사항부터 오류 지적, 개선 제안, 그리고 칭찬까지 어떠한 피드백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1화. AI의 진화와 의학의 변곡점: LLM이 열어갈 새로운 지평  
글쓴이: 최혜란 (주식회사 반조 대표이사,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2022년 말 공개된 ChatGPT는 불과 며칠 만에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소비자 서비스’(사용자 1억 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AI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뛰쳐나온 신기술이 아닙니다. 의료계도 1990년대 CAD(Computer‑Aided Detection) 시스템과 2010년대 딥러닝 영상 판독기를 통해 이미 AI의 1차 상용화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변화는, 대화형·멀티모달이라는 새 인터페이스가 임상 업무에 직접 스며들기 시작하는 장면의 첫 페이지입니다. AI가 가져올 변화에 앞서  간략하게 AI발전의 역사와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 모델, 의료영역에서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AI의 정의와 역사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학문 분야로, 1950년대에 컴퓨터 과학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알파고(AlphaGo)처럼 바둑을 두거나,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세계를 인식해 스스로 판단하는 기술도 광의의 AI에 속합니다. 초기에는 “인간의 지능을 기계로 모사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데이터 기반 학습(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의 발전으로 실제 산업, 의료,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AI는 어떻게 학습을 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수학 문제 풀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공식과 규칙을 배운 뒤 여러 문제를 푸는 과정을 통해 익숙해집니다. AI 역시 수많은 예제(데이터)를 접하며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론 인간은 직관과 창의성이 있고, AI는 거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LLM(대형언어모델)이란?

최근 의료 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각광 받는 AI는 LLM(Large Language Model)입니다. 말 그대로 “거대한 언어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 로서, 인터넷 등에 존재하는 방대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문맥을 파악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합니다. LLM 과 함께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생성형 AI: ‘질문하면 답변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 없는 문장이나 이미지를 ‘창작’처럼 만들어내는 AI를 말합니다.
  • GPT 시리즈: 오픈AI(OpenAI)에서 만든 대표적인 LLM이며, ChatGPT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Transformer 구조: LLM이 사용하는 주요 알고리즘으로, 여러 단어(토큰)들 간의 연관성을 효율적으로 파악하여 문맥 이해와 생성이 뛰어납니다.


의료인이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면, 풍부한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찰할 때, 우리는 신체 부위 간의 관계와 기능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떠올립니다. LLM도 이처럼 ‘단어와 문맥 간 상호작용’을 대규모로 분석해, 질의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을 도출합니다.


LLM이 결과를 출력하는 방식: 예측 기반 vs 데이터 기반

LLM은 간단히 말해 “앞으로 올 단어(토큰)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를 예측 기반 응답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를 ○○’라는 문맥이 있으면, 대규모 데이터에서 해당 위치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후보로 삼습니다. 실제 문맥에서 가장 자연스럽다고 판단되는 단어가 최종 선택되어, “의사가 환자를 진찰한다”라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을 토대로 LLM은 여러 단어를 차례대로 이어 붙여 마치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문맥에 어울리는 문장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방식 때문에 Hallucination(환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즉, 실제 데이터에는 없는 내용을 확률적으로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좌측 이미지와 같이 “응급의학과 최혜란 선생의 최신 SCI 저술을 알려줘”라고 물으면, 실제로는 없는데도 그럴듯한 답변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AI가 제시한 레퍼런스를 확인해보니 저자 목록 중 "최혜란"은 없습니다. 저자 중에 "최"씨가 많은 것은 인상적입니다만, 이러한 문제로 인해 AI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인간 사용자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아래의 환각예시는 ChatGPT 의 o4-mini 모델을 활용한 결과입니다. 추후에는 LLM 모델에 따른 성능과 환각현상도 비교해보겠습니다.  

반면, 데이터 기반 응답은 방대한 지식 그래프나 문헌 데이터베이스에서 ‘정확한 답변’을 찾아 매칭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 의무기록(EMR) 데이터베이스에서 환자 정보를 조회해 오는 시스템은 ‘환각’ 없이 실제 정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문맥적, 창의적 응답은 못 합니다. 의료 현장에 적용될 때는 두 방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예측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요약하되, 데이터를 정확히 참조해 예단(오진)이나 ‘Hallucination’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AI와 의료: 어디까지 왔나?

의료 분야에서도 AI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1. 영상 분석

X-ray, CT, MRI 등에서 병변을 찾아내거나, 이상 음영을 표시해주는 판독 보조 시스템은 이미 국내외 다수 의료기관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뷰노(VUNO), 루닛(Lunit) 등 AI 스타트업이 대표적입니다.

  • 뷰노(VUNO):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획득한 「VUNO Med-BoneAge」, 「VUNO Med-Chest X-ray」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X-ray 영상에서 병변을 자동 분석 및 표시해주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 루닛(Lunit): 「Lunit INSIGHT CXR」 등 폐암·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AI 솔루션을 출시하고, 서울대병원 등을 비롯한 대형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임상적 효용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2025년 5월 7일

[홈페이지] 뷰노(VUNO) 공식 웹사이트 https://vuno.co/

[홈페이지] 루닛(Lunit) 공식 웹사이트 https://www.lunit.io/

이와 같은 기술은 영상 전문의의 과로와 판독 누락 문제를 보조하거나, 병변을 더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완전 자동화보다는 인간 의사의 최종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방대한 데이터 학습과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 성능이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2. 진료 기록 요약

대형병원 및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EMR(전자 의무 기록)에 누적된 방대한 진료정보를 AI가 자동으로 분석·요약해주는 시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서류 작업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 닥터앤서(Dr.Answer)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여러 병원·기업이 협력하여 개발한 AI 의료소프트웨어 패키지입니다. 환자 진료기록의 핵심 내용을 추출해 의사에게 제공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의료진이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 빅5 + LLM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2025년 3월과 4월 연이어 한국의 의료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LLM 기반 진료 보조 시스템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이 개발한 LLM은 한국 의료 환경에 특화된 AI 환경을 구축했으며, 서울아산병원은 모든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요약해 의무기록 작성을 자동화하는 음성인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두 병원의 AI 기반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환자 중심 진료 환경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국내 스타트업 사례

    메디컬 AI 솔루션 회사들은 진료 음성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차트를 작성하는 기능, 요약·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해 퇴원 요약서(Discharge Summary)를 빠르게 생성하는 기능을 개발 중입니다. 뷰노(VUNO), 퍼즐에이아이(PuzzleAI) 등 다수 업체에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업공고] “의료 AI 혁신생태계조성( 닥터앤서 3.0) 사업공고” (2025년 4월)

[보도자료] “서울대병원, 국내 최초 ‘한국형 의료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2025년 3월)

[제품소개] 뷰노(VUNO) Deep-ASR 소개 페이지

[제품소개] 퍼즐에이아이 PuzzleO 소개 페이지

이 같은 진료기록 요약 기술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보는 임상의들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의무기록 작성을 위한 노동”을 줄여주어, 의사-환자 간 대면 상담 및 의사결정 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습니다. 한편, 환자의 민감 정보가 자동화 프로세스에서 처리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와 의료윤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입니다.


3. 산업보건 영역

현장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관리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이용한 열사병 모니터링이 대표적입니다. 작업자가 착용하는 기기(팔찌·목걸이·헬멧 등)에 체온 센서, 심박 센서 등을 부착하여, 온열 위험도가 높아지는 순간 관리자나 본인에게 즉시 알람을 보내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웨어러블 AI솔루션을 도입하여 열사병 전조 증상을 조기에 포착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반복적이고 실시간적인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AI가 특히 강점을 발휘하기 때문에, 앞으로 산업보건 영역 전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사] 켐토피아, ‘온열질환’ 대응관리 서비스 개시


아직은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AI가 단순 반복 판정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실수가 적고, 방대한 문헌에서 최신 지침을 찾아내는 데도 강점을 보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의사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AI와 업무를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맺음말: 다음 호에서 다룰 내용


이번 글에서는 AI의 기초 개념과 최근 각광받는 LLM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의료 및 산업보건 분야에서 어떤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예시를 들어 소개했습니다. AI가 특정 작업(예: 영상 판독, 검진 결과 표준화)에서는 이미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기능하고 있어, 향후 의사가 어떤 기능과 책임을 맡을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폐기능검사나 간기능검사를 AI가 어떻게 해석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한 AI 시뮬레이션 비교”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 의사와 AI가 서로 협업 할 수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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