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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이후 자기소개서는 잊어버렸다. 회사도 잊어주길 바랐다. 할 수만 있다면 회사 컴퓨터에 침입해 파일을 삭제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선택받고 싶어 한껏 부풀린 나를 마주하는 것이 민망했다. 다행히(?) 자기소개서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대신 다음의 시험들이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매일의 보고와 취재와 기사마감이 이어졌고, 입사한 지 몇 달 만에 자기소개서 속 패기 넘치던 사람은 전생의 나처럼 여겨졌다. 어떤 날은 이런 고생과 고통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또 어떤 날은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그렇게 간절히 시험을 봤다는 사실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 하나가 있었다. “괜찮아, 이제 자기소개서는 안 써도 되잖아.” 사원증이나 월급만큼, 더 이상의 자기소개서 쓰기는 없다는 사실이 달콤했다.
다시 자기소개서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7년이 지난 후였다. 이직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녔고 퇴사했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퇴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자기소개서는 목적이 없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 없는. 쓰는 사람도 나, 보는 사람도 나. 분량제한도 마감도 없는. 쓰고 싶으면 쓰고 안 쓰고 싶으면 안 써도 되는 그런 글이었다. 다행히 글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니, 아무렇게나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 자기소개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의무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마감 시간은 무섭고 힘이 세다.) 자기소개서의 질문들은 시간이 지난 뒤 봐도 너무 구리다. (나는 심지어 ‘인터뷰를 할 때 자기소개서 속 항목들처럼 질문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간 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가장 어려운 글쓰기는 ‘자기소개서’이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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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플레이라이프의 에세이 필진으로 장은교 작가가 합류합니다. 장은교 작가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제40회·제54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특유의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경험담을 나눠 줄 장은교 작가의 에세이에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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