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설레고, 번거로워서 오히려 손맛이 느껴지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님은 하루에 사진을 몇 장이나 찍으시나요?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이 나왔을 때,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하늘의 구름이 예쁠 때 등 에디터는 일단 찍고 보는 성향이어서 매일 사진첩에 새로운 사진이 쌓여요.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 되곤 해서 시간을 내 정리하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여행지에 필름 카메라를 가져가요. 컷 수가 36컷 정도로 정해져 있어 한 컷 한 컷 더 신중하게 촬영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독자분들께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어필해 보려고 합니다. 기다림이 설레고, 번거로워서 오히려 손맛이 느껴지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함께 느껴보세요.

Diary
📷기다림의 매력, 필름카메라🎞️

“여행을 떠났던 일이 마치 전생 같아!”.


여행의 순간은 언제나 짧게 느껴져요. 일상에 복귀해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내가 언제 여행에 다녀왔나 싶죠. 이럴 때는 여행의 추억을 강제 소환해 줄 작은 이벤트가 필요해요. 20대에는 여행지에서 엽서를 산 뒤 나에게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어요. 편지를 받았을 때 글씨체에 담긴 들뜬 마음 같은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먼 거리에서 보낸 엽서일수록 받아 볼 때의 기쁨은 커져요. 울릉도에서 보낸 엽서를 받았을 때는 엽서의 국토 대장정을 상상하기도 했답니다.


30대에는 필름 카메라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집에 돌아온 뒤 필름 현상을 맡기면 며칠 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36장의 사진으로 돌아와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대표 공원을 꼭 방문하는 편인데요. 도시와 자연이 적절하게 섞여 있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좋거든요. 특히 큰 나무 아래 펼쳐지는 사람들의 풍경에 마음이 기울어요. 지난 여행에서 필름 카메라로 수집한 나무 사진을 독자분들께 공유합니다.


필름 카메라는 결과물도 좋지만 찍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도 있어요. 풍경이든 사람이든 몇 초라도 더 오래 바라보게 하거든요.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2026년의 봄, 여름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계절을 한 롤에 담는 것만으로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니까요. 다가올 봄에는 찰나 같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3월의 첫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Pick
👇🏻 이번주 기쁨을 수집할 수 있는 곳 👇🏻  
1. 엘리카메라 📌링크

빈티지 카메라를 판매하는 곳이에요.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부터 추억의 자동 카메라까지 다양한 카메라를 만날 수 있어요. 입문자라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필름 추천 콘텐츠가 도움이 될 거예요.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지만, 사장님이 작동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추천해요.

주소: 서울 마포구 성산동 134-2


2. 언포모 📌링크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기 전에 먼저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언포모를 추천해요. 하루 이용료는 1~3만 원 정도이고(필름 별도 구매), 필름 카메라를 대여할 수 있어요. 서울숲 근처에 매장이 있으니 서울숲이나 성수동에 나들이 겸 방문하기 좋아요. 새로 들어온 카메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하고 있으니 계정을 참고하세요.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1층


3. 고래사진관 📌링크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면 현상소를 알아볼 차례예요. 최근에는 택배로 접수받는 현상소가 많지만, 스캔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해요. 충무로에 위치한 고래사진관에 방문하면 현상을 마친 필름을 받아 셀프 스캔을 진행할 수 있어요. 스캐너 사용 방법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니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방문해 보세요.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3가 25-5

Essay

✍️대체로 부끄럽고 가끔 괜찮은 나에게

[…]

입사 이후 자기소개서는 잊어버렸다. 회사도 잊어주길 바랐다. 할 수만 있다면 회사 컴퓨터에 침입해 파일을 삭제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선택받고 싶어 한껏 부풀린 나를 마주하는 것이 민망했다. 다행히(?) 자기소개서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대신 다음의 시험들이 끊임없이 들이닥쳤다. 매일의 보고와 취재와 기사마감이 이어졌고, 입사한 지 몇 달 만에 자기소개서 속 패기 넘치던 사람은 전생의 나처럼 여겨졌다. 어떤 날은 이런 고생과 고통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또 어떤 날은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그렇게 간절히 시험을 봤다는 사실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 하나가 있었다. “괜찮아, 이제 자기소개서는 안 써도 되잖아.” 사원증이나 월급만큼, 더 이상의 자기소개서 쓰기는 없다는 사실이 달콤했다. 

 

다시 자기소개서를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7년이 지난 후였다. 이직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한 회사를 오래 다녔고 퇴사했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상황에서 퇴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자기소개서는 목적이 없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 없는. 쓰는 사람도 나, 보는 사람도 나. 분량제한도 마감도 없는. 쓰고 싶으면 쓰고 안 쓰고 싶으면 안 써도 되는 그런 글이었다. 다행히 글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니, 아무렇게나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 자기소개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의무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마감 시간은 무섭고 힘이 세다.) 자기소개서의 질문들은 시간이 지난 뒤 봐도 너무 구리다. (나는 심지어 ‘인터뷰를 할 때 자기소개서 속 항목들처럼 질문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간 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가장 어려운 글쓰기는 ‘자기소개서’이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3월부터 플레이라이프의 에세이 필진으로 장은교 작가가 합류합니다. 장은교 작가는 경향신문 기자 출신으로, 제40회·제54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특유의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경험담을 나눠 줄 장은교 작가의 에세이에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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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의 플레이라이프 ✨ 

✉️지난 뉴스레터에 보내주신 구독자 분의 의견을 공유해요

“이번 뉴스레터는 ‘도전’과 ‘자기 이해’라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이야기로 시작해 한 선수의 삶을 조명한 부분은 단순한 스포츠 소식을 넘어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해주었어요.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Pick 코너에서는 가볍게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추천들이라 좋았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다시 한 번 ‘회복’과 ‘의지’라는 키워드를 돌아보게 됐어요.

인터뷰 역시 실질적인 조언이 담겨 있어 공감이 컸습니다. 특히 자기 이해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많은 분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온도가 느껴지는 구성이라 끝까지 집중해서 읽게 되었어요.”

 

☘️이번주 독자분들이 수집한 기쁨

“퇴근길에 우연히 본 노을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잠깐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 것만으로도 하루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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